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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의 이름으로…7년만의 앙상블

  •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에 선 ‘한국클래식 중심추’ 정명화·정경화 자매…故이원숙 여사와의 추억담 브람스로 완성
  • 기사입력 2011-07-0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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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간 장단점 완벽히 보완

첼로·바이올린 함께 배우며

어릴적부터 긴장·자극 나눠

“인생은 한폭의 그림 같은것”

어머니께 배운 긍정적 자세

29일 아름다운 무대로 보답



60대에 접어든 예술가 자매는 약속이라도 한 듯 흰 옷을 맞춰 입고 왔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밝은 옷이 잘 어울린다(정명화)”, “맞춘 것도 아닌데 같은 색을 입었네?(정경화)”라며 깔깔깔 웃는다. 사진을 찍기 전, 자매는 서로 옷과 머리를 매만지느라 분주하다. “언니 이렇게 해봐. 내가 여기 설게.” 완벽주의자 동생은 언니를 살갑게 챙긴다. 알콩달콩 둘의 대화는 서로 탁구공 주고받듯 리드미컬하다. 첼로와 바이올린의 같고도 다른 모습처럼, 자매는 묘하게 어울린다.

평생 첼로와 함께해 온 언니 정명화(67ㆍ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바이올린의 음색을 빼닮은 동생 정경화(63ㆍ줄리어드 스쿨 교수). 이들은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13일까지 열리는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나란히 맡았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 클래식 음악사를 새로 쓰고 있는 두 음악가를 지난달 29일 서울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로운 도전,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사실 나는 양념이고 언니가 축제 예술감독으론 제격이에요.”(경화)

“아니야 얘. 너 없이 어떡하니. 경화가 전체 그림을 볼 줄 알아요.”(명화)

자매는 1~7회까지 축제를 맡아온 강효 줄리어드 교수의 뒤를 이어, 8회인 올해부터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책임진다. 축제 예술감독이야말로 아티스트의 적재적소 배치와 균형감각이 중요한 자리. 자매는 지난 1월부터 아티스트의 섭외며 프로그램 짜는 일을 함께 했다. 전날(28일)도 3시간 동안 리허설 스케줄을 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너무 어려워요. 그동안 강의는 많이 했지만, 축제는 또 다른 거라서. 근데 언니랑 함께 해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언니는 축제프로그램 짜고 총괄하는 데 재능이 있고, 섬세하게 볼 줄 알아요.”(경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한자리로 모으는 일은 제아무리 정명화ㆍ경화라도 어려운 일이다. 일일이 섭외하는 것도 그렇고, 축제 전까지 아티스트 한 명만 펑크 내도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 한다. 아티스트가 행복하게 연주할 만한 레퍼토리면서, 감독이 생각하는 최고의 곡을 넣는 작업도 보통일은 아니다. 최악의 경우, 취소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럼에도 축제가 좋은 건 전 세계 거장 아티스트들과 만나 짜릿한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다. 리차드 스톨츠만(클라리넷), 카리네 게오르기안(첼로), 로베르토 디아즈(비올라), 케빈 커너(피아노) 등은 자매가 감탄했던 거장 아티스트들이다. 명화 씨는 “스톨츠만의 음악에 푹 빠졌다”며 “그가 최근 클라리넷 트리오로 연주한 브람스 앨범의 2악장만큼 아름다운 음악은 이 세상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자매 간 호흡이 남다르다는 점도 공동 예술감독을 맡기에 적격이다. “나는 한국에, 경화는 미국에 있지만 수시로 전화 통화하고, ‘여기에 어떤 게 어울릴까?’ 묻죠. 서로 부딪힐 일도 없어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심스럽고 매너 있게 했을 텐데. 우리는 쉽게 쉽게 대화하니까. 내가 세세한 걸 보고 있으면, 동생은 멀리 전체 그림을 보는 식으로 서로 보완해주죠.”(명화) “언니랑은 장단점의 밸런스가 잘 맞아요. 부부로 치면 궁합이 맞는 거죠.(웃음)”(경화)

▶1961년 뉴욕, 꼬마 숙녀들의 동거=어려서부터 두 사람이 잘 맞았던 건 아니다. 실제 성격은 극과 극이다. 언니는 여유 있고 털털한 성격, 동생은 철저한 완벽주의자다.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이 세상에서 너만큼 욕심 많은 애는 없을 거다.’ 제가 그 정도로 욕심 많고, 고집이 셌어요. 동생 명훈이는 ‘적당히 좀 해라. 그냥 (연주)해도 들으면 기가 막힐 텐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고 해요. 근데 난 쉽게 ‘슥~(활을 켜는 시늉을 하며)’이 안 돼요.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죠.” (경화)

첼로와 바이올린. 현악기를 함께 배운 자매는 어려서부터 긴장과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 1961년 미국 유학도 함께 떠났다. 자매는 뉴욕에 둥지를 틀고 음악공부를 시작했을 때,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다고 추억한다.

올림머리를 하고 립스틱을 바를 정도로 성숙했던 명화씨(당시 17세),유독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했던 경화씨(13세)는 늘 붙어다녔다. 밖에 나가면 명화씨가 엄마냐는 소리도 들었다. 두 사람은 “미국서 종종 둘이 카드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비밀도 털어놨다.


“경화는 진짜 당돌했어요. 밖에 나가면, 성격이 워낙 완벽주의자라 6개월 동안 말을 안 했어요. 수업에서 기가막히게 연주 잘하는 애가 있었나 봐요. 속이 꼬여 집에 와서는 씩씩대면서 연습하고 그랬죠.(웃음)”(명화)

“맞아. 그땐 속이 뒤틀려서 어쩔 줄 몰랐어요. 지독하게 고생했다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참 순수했어요. 매해 여름, 언니와 10주간 음악 캠프 갔던 것도 기억나요. 둘이 연습도 참 많이 했고, 몽상도 많이 했어요. 요즘은 너무들 바빠 그럴 시간 없잖아.”(경화)

지금도 경화 씨는 미국에서 매일 아침 센트럴 파크를 걷는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머릿속을 비우고 휴식을 취한다. 명화 씨 역시 단순한 일상의 여유가 음악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들이라고 말한다.

▶어머니와 잊을 수 없는 추억=자매가 지닌 여유나 긍정적인 자세는 어머니 故 이원숙 여사가 물려준 자산이다. ‘정트리오’ 세 남매를 세계적인 음악가로 키워낸 위대한 분.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자매는 애틋한 추억을 쏟아냈다.

경화 씨는 어려서도 안 하던 반항을 50대 접어들어 했다고 했다. 당시 나이 55세. 어머니 말에 무조건 ‘네네’ 하던 그가 어느 순간 ‘아니오’라고 했다. 명화 씨는 “뒤늦게 반발하면서, 자신을 터득하려고 노력했다. 늦게나마 그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화 씨는 5년 전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제일 먼저 모셨다. 미국 뉴욕에서 24시간 보살피면서 진짜 어머니의 모습을 봤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손 부상을 입으며 체력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끝까지 어머니를 모셨다.

“어머니는 결과를 제일 중요하게 여기셨어요. ‘내 한평생이 그림 한 폭이다. 근데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놓고, 나중에 망치면 어떻게 하냐’ 걱정하셨던 양반이 5년 동안 병상에 계시면서 얼마나 힘들어하셨는지 모르죠. 어머니 돌아가신 뒤엔 혼란스러웠어요. 정경화라는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에요. 정.경.화.라는 이름 석자가 어머니가 심어준 아이덴티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어머니 유골을 아버지 계신 묘지 옆에 묻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가볍고 즐거울 수 없어요.”(경화)

“어머니가 참 대단하신 게 마지막까지 일일이 자식들 다 생각하고 가신 것 같아요. 작년에 남동생 건강이 안 좋았는데, 결국 동생 건강 좋아지는 거 보고 돌아가셨어요. 마지막까지 자식들 한명 한명 다 훑고 가셨죠.”(명화)

▶7년 만의 협연=자매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7년 만에 협연을 펼친다. 오는 29일 대관령국제음악제 무대에서 이들은 생전 어머니가 좋아했던 곡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1번 B장조’를 연주한다. 늘 함께했던 동생 정명훈 씨 대신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트리오로 호흡을 맞춘다. 명화 씨는 “이 곡을 프로그램에 넣은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이었지만 연주할 때 어머니 생각이 더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경화 씨의 공연은 5년 만이라 더욱 특별하다. 손 부상을 입은 뒤, 단 한번도 무대 위에서 활을 잡지 않았다. “말도 못하게 흥분돼요. 언니와 이렇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고, 제 자신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분명, 특별한 공연이 될 겁니다.(It’s gonna be very special concert.)” (경화)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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