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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자가뭄 속 ‘화수분 야구’…김경문의 아쉬운 퇴장
두산 7위 추락 성적부진 책임 자진사퇴…악조건 불구 유망주 발굴 고군분투·올림픽 우승 큰 족적
“내가 어디에서 야구를 하든 처음 몸 담은 두산이 진정한 고향이다.”

야구계의 명장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김경문 감독은 마지막까지 두산에 애정의 말을 남겼지만 뒷모습은 씁쓸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두산은 5월들어 부진의 늪에 빠지더니 6월에는 8개 구단 가운데 바닥(7위)까지 추락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패장에 대한 문책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우승 후보가 이처럼 추락한 1차적 책임 역시 지휘봉을 쥔 감독의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팬들을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김 감독을 희생양 삼아도 두산의 앞날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안팎에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두산을 상징했던 ‘화수분 야구’의 밑천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감독은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서도 홍상삼, 오재원 등 유망주를 속속 발굴했다. 하지만 이들이 다른 팀 특급선수들과 우승을 겨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역대 하위권에 머물던 LG가 이택근, 정성훈 등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올 시즌 우승 후보에 오른 것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김 감독의 재임 기간 7년 8개월 동안 타 구단에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두산에 새 둥지를 튼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용병도 제대로 영입한 사례는 더스틴 니퍼트가 유일할 정도로 김 감독은 어려움속에서 악전고투를 해 왔다.

그는 이번에 자진사퇴라는 용단과 함께 개인적으로 명예가 실추되긴 했지만 야구계에선 여전히 실력파 수장으로 통한다. 두산의 전신이던 OB베어스 원년멤버로 시작해 2004년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2005년, 2007년, 2008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며 SK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의 양대산맥을 이룬 주역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를 우승으로 이끈 것도 다름 아닌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김 감독의 야구는 근성과 패기 있는 야구의 대명사였고,빠르고 정확한 야구로 인정받아왔다.

한편 김 감독의 자신사퇴가 다른 감독들에게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연말부터 눈에 띄는 야구 사령탑의 용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자고 나면 팀 순위가 바뀔정도로 치열한 경쟁속에서 감독들 사이에서 “파리목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9번째 신생구단 엔씨소프트의 합류와 함께 본격화될 감독 연쇄이동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주목된다. 심형준 기자/cer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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