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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리우드영화 ‘프리스트’ 원작 만화 그린 형민우 작가
“인간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종교의 이름으로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가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일종의 ‘신성모독’이라고 할 수 있죠.”

만화작가 형민우(37)가 지난 1998년부터 그린 ‘프리스트’는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신을 배반한 사제의 이야기를 담아 총 16권까지 발매됐다. 이 작품은 한국만화로는 처음으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로 옮겨져 미국에선 지난 13일 개봉한 데 이어 오는 6월 9일 한국에서 선을 보인다. 영화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형민우는 “스크린에 제 이름 석자가 크게 뜨는데 기분이 어떻겠냐”며 뭐라 말할 수 없이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20대 중반까지는 만화로 먹고 살 생각은 안 했죠. 만화가가 멋있어 보이진 않더라구요. 하지만 역시 잘하는 게 걸려들더군요.”

그는 순전히 혼자 힘으로만 그림을 그려왔다. 미술에 관한 정규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유명 작가의 문하생으로 수학한 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당시 직업군인인 탓에 초등학교 때 무려 8번이나 전학을 다녔다. 이틀만에 학교를 옮긴 적도 있다. 자연히 친구를 사귈 생각보다도 혼자 그림 그리는 일에 열중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어른들의 칭찬이 뒤따랐고, 미국에 사는 친지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현지에서 발매되는 얇은 만화책을 구해다줬다. 영어로 된 제목도 모르고 글도 못 읽고 오로지 그림만으로 짐작할 뿐이었지만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고 그렸다. 그러다보니 그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눈에 들어왔고, 컷을 나누고 시선을 달리하는 만화식 연출에 익숙해졌다. ‘프리스트’는 한국의 주류만화풍과는 다른 미국 출판만화(그래픽 노블) 스타일의 화풍으로 주목을 끌었다. 어릴 때 본 미국의 잡지며 만화책이 그의 작품의 중요한 자산이 된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줄곧 혼자서 그림만 그리다 미술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결국 중도포기했다. 뭘해야 될지 몰라 전국을 떠돌며 ‘알바’(아르바이트)도 하고 아버지의 건설업을 돕다가 결국 제 길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완성한 단편이 신인만화 공모전에 당선돼 본격적인 만화가의 길로 나섰다. ‘프리스트’는 미국과 아시아, 유럽 등에 번역 출간됐다.

양 팔뚝에 ‘정의(justice)’와 ‘자비(mercy)’라는 문구를 문신으로 새겨넣은 형씨는 갱문화와 고딕 호러, B급 영화의 마니아이기도 하다. ‘프리스트’에 대해 그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집대성”이라고 말했다. 형민우는 현재 이문열의 ‘초한지’를 원작으로 한 만화를 그리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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