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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Choice | Book>어른아이를 위한 판타지
<글 사진 이강유 대학생 기자>5월에는 어버이날이 있고 스승의 날도 있고, 부부의 날, 어린이날에 심지어 바다의 날까지 있다. 그러나 ‘대학생의 날’ 따위는 없다. 어른에도 아이에도 속하지 않는 우리. 대학생인 어른아이들을 위해서도 동화가 필요하다. 빛바랜 동심을 되살려줄 어른을 위한 판타지 4권 속으로 빠져보자. 

사랑보다 달콤한 러브환상어드벤처 종이여자

기욤 뮈소 저 l  488p l 밝은세상 l 1만 2천원

어느 날 갑자기 책에서 툭 튀어나온 여자가 당신에게 말을 건다면, 그리고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다소 황당하지만 발칙한, 혹은 달콤한 상상이 인기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를 만나 현실이 되었다. 사랑의 마에스트로라 칭송받으며 많은 사랑관련 서적들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리는 그가, 이번에 선택한 사랑의 주인공은 빌리와 톰이다. 제목 그대로 ‘종이로 된 여자인’ 빌리는 ‘펜’에 자신의 생을 의존하는 위태로운 존재이며, 톰은 그런 그녀의 창조주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이들은 사랑을 한다. 빌리의 삶의 원천인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함께 모험도 떠난다. 그리고 그 소설이 완성된 뒤. 뻔하지만 충격적인 반전이 우리를 기다린다. 하지만 ‘속았다’보다 ‘상쾌하다’는 임팩트가 끝맛으로 남는다.

역동적이고 빠른 특유의 문체를 사용하는 기욤 뮈소의 지휘 아래,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적절하게 줄타기 하고 있는 종이여자 ‘빌리’의 존재는 꽤 그럴듯하다. 아름답지만 극적으로 흘러가는 주인공들의 모험을 따라 두 눈을 굴리다 보면, 현실성 혹은 비현실성쯤이야 사소한 문제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더욱 극적인 책이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로마로, 시간과 공간을 쫓다 보면 나까지 바빠진다. 페이지 도입부 마다 인용구들을 읽어보는 재미는 보너스.

참혹함 속에서 찾은 환상적 카타르시스 아가미

구병모 저 l 208p l 자음과모음 l 1만원 

 ‘진화 단계로 볼 때 인간은 물고기였다.’ 언뜻 보면 생물학적이고 진화론적인 이론의 하나로 보일 듯한 문장 한 구. 소설 ‘아가미’와 주인공 곤에 대한 상상력의 시작이다. 우선 밝히건대, 다채로운 색으로 반짝이는 동화적인 면모의 표지에 혹해 앞으로의 이야기가 마냥 아름답게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 것. ‘아가미’는 그보다는 더 참혹하다.

작가는 물속처럼 숨쉬기 힘든 세상에서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것이 ‘아가미’라고 표현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가미를 가지고 생을 이어나가고 삶에 지친 인간의 무의식적 욕구도 ‘물고기 되기’라고 말한다. 누구나 엄마 뱃속 양수 속을 떠다녔던 걱정 없는 시절로의 회귀를 꿈꾼다. 심리학적 관점을 통찰하며 작가는 이 무의식을 파고들었다.

환상과 몽환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주인공은, 소외당하고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이다. 주인공 곤은 어릴 적 곤을 안고 호수에 뛰어든 아버지의 품에서부터 살아난 이후, 온몸에 비늘과 아가미가 부적처럼 생겨났다. 그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고, 죽음으로부터 그를 구해준 한 노인과 그의 손자 강하만을 식구로 의지한 채 살아간다. 그들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는 행복한 결말은 애당초 바라지도 않았다만 곤의 인생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전개된다.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참혹하지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자유로움’을 이름의 뜻으로 가진 곤. 그가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될지는, 마지막으로 치달리는 순간까지 비밀에 부쳐진다.

동화 같은 메시아와의 만남 기계공 시모다

리처드 바크 저 l 240p l 북스토리 l 1만 2천원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문구. 에디터는 처음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었던 날, 감동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능력은 누구보다 탁월하다. <기계공 시모다>가 또 하나의 명백한 증거이다. 소설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닮았다. 어린왕자를 만났던 생텍쥐페리처럼, 비행사인 ‘리처드’는 메시아이기를 포기한 한 메시아를 만난다. 환상적인 수업이 시작되는 것.

 기적만을 바라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지쳐,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린 메시아 시모다. 그 기묘한 남자가 리처드 앞에 나타났다. 리처드는 ‘리처드’와 시모다 사이의 에피소드들과 그로인한 가르침을 꼼꼼하게 기록해 나간다.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일은 시모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고, 리처드의 깨달음에 함께 동조해 나가는 것 뿐. 실화처럼 묘사되는 그들의 만남은, 메시아의 존재와 가르침에 활력과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시모다가 리처드에게 건넨 ‘구세주 매뉴얼’은 틈틈이 가르침의 말을 쏟아내고, 독자는 당황할 것이다. 시모다의 가르침을 지체 없이 따라가기란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고, 찬찬히 따라가도 늦지 않는다. <기계공 시모다>는 속독보다는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정독이 어울리는 이야기이다. 북미 최고의 영적 구독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계공 시모다>. 순간 움찔한 비종교인이라면, 우선 책을 한 장 펴라. 책을 덮게 될 즈음에는 책의 표지를 빼곡하게 채우는 별점 5점의 리뷰들처럼 가슴 벅찬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의미 있는 시간여행의 종착역 너를 위한 해피엔딩

쇼지 유키야 저 l 288p l 다산책방 l 1만 1천원

노란 표지에 흐느적거리는 시계, 그 시계 위를 달리고 있는 한 소녀. 흡사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는 표지가 속삭인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시간여행이다.

시간여행에 대한 인간의 바람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발발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시간을 돌리는 꿈을 익숙하게 꾸고 저질러버린 실수가, 놓쳐버린 인연이 안타까워 지난날을 후회하며 곱씹는다.

 그렇다면 질문한다. 당신이 바라던 대로 인생의 한 시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겠는가. 더 중요한 사실 하나. 이 질문이 당신의 마지막 순간에 주어진다면? 여기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죽음에 맞닥뜨린 7명의 남녀가, 그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여 있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추억을 먹는 사신 ‘바쿠’로부터 시작되고 끝난다. 죽음의 순간 찾아온 사신이 새로운 삶을 선사해 주겠다며 유혹한다. 일생일대의 기회니 최대한 융통성 있고 이기적인 소원을 빌어도 되겠다 싶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너를 위한 해피엔딩>이라는 소설의 제목. 해피엔딩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너’이다. 죽음의 순간에 직면한 7명의 남녀는 나를 위한 선택을 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너’를 위한 선택의 버튼을 누른다. 혹은 너를 위한 선택을 나를 위한 선택으로 바꾼다. 그 순간 주인공의 바뀐 선택으로 인해 덩달아 인생이 바뀌어버린 조연들이 등장한다. 인생의 기로에서의 선택은 ‘나’만의 인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너’를 위한 선택이 너와 나를 함께 행복하게 하는 시작이었던 것이다. 봄볕이 시샘할 만큼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책.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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