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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1-04-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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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지윤기자ㆍ사진 조항일 포토그래퍼>후음성 짙은 목소리로 카리스마와 재기 넘치는 익살을 넘나드는 성우 안지환. 매력적인 울림을 가진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본지 대학생에디터 정유나가 섭외를 위해 그의 트위터에 멘션을 남겼을 때, 워너비잡 기사의 설명을 들은 그는 ‘에이 그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해도 되잖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캠퍼스헤럴드는 그의 매니저에게 집요하고 비굴하게 읍소했다. 그건 안지환이 대체불가능한 우리시대의 성우이기 때문이었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는 성우로 시작해 시사, 예능, 외화, CF, 애니메이션 등 장르의 특성을 살려 스타급 성우가 되었고, 방송 패널로 출연하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리고 차도남스러울 줄 알았던 예상을 깨고 ‘거절을 못 해서 오히려 말을 사납게 한다’는 변명으로 누구보다 성실하고 친절하게 인터뷰에 임해줬다. 일본 지진과 방사능을 걱정하며, ‘내가 기자라면 당장 원전 현장으로 가서 전사하겠다. 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산다면 죽을 수 있는 거다’라던 호방한 열정, 목소리 배우가 아닌 진짜 배우를 꿈꾸는 모습. 그는 소나무처럼 푸릇푸릇한 정신세계를 가진 꿈꾸는 아이 같았다. 

대학생 안지환은 어떤 학생이었나?

사실 대학교를 재작년에야 겨우 졸업했다. 학교 다니기 싫어했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 전공이 경영인데 회계 같은 건 나랑 죽어도 안 맞는 것 같다. 난 아직도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보는지 모른다.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다. 비즈니스 영어 하나만 만점이었다. 뭐 이건 쉽더만. 그런데 요즘은 대학원에 갈까 생각 중이다. 연극영화 전공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언젠가 교단에 서야 될 일도 있을 것 같고 후학을 양성하려면 아이들에게 더 나은 것을 주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목소리는 천성적인 것이지만, 혹시 ‘계발’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성우가 되기 위해 목소리를 만든 건 아닌지?

성우로서의 내 목소리는 콤플렉스 중 하나였다. 소리 자체에 개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아무래도 요즘 트렌드가 성우 같지 않은 목소리인데다가 내 소리가 많이 나가다 보니까 대중들이 익숙해진 것 같다. 기존 성우들보다 덜 성스럽고 덜 기름진 목소리가 오히려 장점이 됐다.  미드 <24시>에 잭 바우어라는 역할을 해서 거친 소리를 내려고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는 선이 굵은 연기를 하고 싶어서 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맑고 가는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외화나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뉴스데스크 헤드라인부터 시사, 예능을 넘나든다. 이런 전방위적 성우로서의 비결이 뭔가?

장르나 캐릭터를 분석해서 내 스타일로 만드는 일 없이 대본에 충실할 뿐이다. 작가가 써준 글의 느낌을 따라간다. 그래서 글이 주는 느낌이 상당히 중요하다. 문어체냐 구어체냐, 어떤 단어와 문맥을 써놨는가 하는 것들에 의해 많이 다르다. 요즘은 추세가 바뀌어서 구어체를 주로 쓴다. 오히려 예능이 문어적이다. 이런 예능에서는 중간 중간에 ‘과연~’, ‘빵’ 하면서 쪼여주는 것들이 있다. 하나의 장치로 개인적인 느낌보다 대본의 전체적인 분위기, 프로그램 장르, 방송 시간대, 주 시청층에 따라 다르게 하는 것이다. 소재가 같아도 시청자가 아이들이냐 노인이냐에 따라 다르고 밝고 경쾌한 다큐멘터리라도 새벽 1시에 방송된다면,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10개 프로그램에서 성우로 활약 중이라 스케쥴이 빠듯할 것 같지만, 프리랜서라 비교적 자유로울 것 같다.

지금은 10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한창 많을 때 25~6개 정도 했었다. 보통 레귤러(정규)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회사원처럼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얼마 전까지는 TBS FM <9595쇼>를 진행했었는데, 녹음해야 될 부분이 있어서 아침 10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아침마당>이 있는 날은 새벽 6시부터 나온다.

93년에 입사(MBC)했기 때문에 17년 동안 사흘이상 쉰 적이 없다. 3박 4일 여행가면 일하다 밤에 가고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고. 거의 놀지 못하고 산다. 그래서 정해진 퇴근 시간이 있고 휴가도 있는 회사원들이 제일 부럽다.

보통 레코딩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나?

보통 TV프로그램 레코딩은 짧게 끝날 때는 5분, 길게 갈 때는 한 시간 정도다.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는 대여섯 시간이 걸린다. 사람들이 잠깐 하는 거라 쉽게 생각하지만, 레코딩을 하면서도 대본은 있지만, 어떤 그림일지 모르니까 엄청난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무지하게 피곤하다. 남희석이 나만 보면 그런다. 의상비도 안 들고 빨리 끝나서 제일 부럽다지만 모르는 소리다. 

당신은 예능 영역을 개척한 성우 1세대다. 무릎팍 도사에서 게스트가 등장할 때, 파격적인 애드립이 화제가 됐었다. 애드립에 얽힌 비화를 알려 달라.

애드립은 나만 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성우들이 애드립을 한다. 성우 이인성 선배님은 애드립의 1인자다. 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이고 난 그런 선배들을 보고 배운 것이다. <무릎팍도사>에서 친 애드립은 ‘정말 해도 될까, 이거 한 번 해봐도 될까’라는 것들을 실행에 옮긴 거다. “에이 뭐 이런 걸 섭외했나”라고 했던 것도 나온 적이 있다. 실제 녹음할 때는 욕도 하고 그랬다. 다 편집돼서 안 나가는 것뿐이다.

오우, 애드립치고는 좀 세다. PD가 당신 싫어하지는 않나.

PD가 좋아하니까 계속하는 거다.

각선미가 빼어난 연예인들은 다리 보험에 가입한다. 유명한 오페라 가수들도 목소리 보험에 든다. 혹시 당신도 이런 것에 가입되었나?

목소리 보험은 있지도 않고(가입한다면야 만들어 주겠지만), 가입할 생각도 없다.

그럼 목을 보호하거나, 목소리를 위해 지키는 철칙 같은 게 있나?

특별한 목소리 관리보다 몸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난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끊은 지 3년밖에 안 됐다. 단지 목에 나쁘다는 것을 굳이 하진 않는다. 힘주어 헛기침을 한다든지 가래를 뱉는다든지 하는 건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성우로서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경험이 바탕이 돼야 한다. 연기의 정로는 아니지만, 경험이 많아야지 풍부한 감정과 이해력을 가질 수 있다.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평생 일어날 법 하지 않는 일들을 겪는 것도 좋은 거다. 이런 게 연기력에 도움이 되니까. 연기력이 성우의 가장 핵심적인 역량이다. 연기할 때는 모든 시청자나 청취자가 다 교통사고가 난 것은 아니니까 약간 오버되고 과장된 것이 정답일 수 있다.

그리고 성우는 감(感)이 좋아야 한다. 그림(영상)을 보면서 눈이 빠르게 찢어져야 되는데(다음 문장을 예상하는 순발력), 빨리 분위기를 파악하는 사람이 조금 더 앞서나간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다. 모이 있는 곳을 아는, 촉이 좋고 감이 좋은 새가 야무지게 모이를 차지한다.  

레코딩한 캐릭터나 작품에 너무 몰입해서 빠져나오기 힘든 경우가 있나?

외화 중에 <24시>의 잭 바우어라는 인물을 했었는데, 이 캐릭터는 내가 아는 캐릭터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을 죽였다. 갖은 고문도 하고 총으로 사람도 많이 쏴 죽인 강한 캐릭터였다. 연기할 때도 내가 그 캐릭터를 닮았더라면, 실제로 엄청 포악해져야 할 텐데 그렇진 않다. 녹음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제 베테랑이니 레코딩 부담은 없지 않나?

여전히 힘들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늘 힘들다. 그게 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이것이 편안해졌다고 생각한다면 성우로서의 생명이 끝났을 것이다. 매번 레코딩에 들어갈 때마다 조금도 편하게 간 적이 없다.

혹시 직업병이 있나?

솔직하게 얘기해서 나는 방송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지 못한다. 컨셉트를 어떻게 가야 하고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자꾸만 분석을 하다 보니 TV보는 게 재미없다. 그런데 이건 모든 성우가 그런 건 아니다. 내 와이프(성우 정미연)는 재밌게 잘만 보더라.

성우들끼리는 외화톤으로 대화한다던데, 진짜인가?

에이 그건 오버다. 안 한다.  

영향을 받은 성우들이 있나?

훌륭한 성우 선배들이 너무 많다. 나는 굳이 한 명의 롤모델을 정한 게 아니라 각 선배들의 장점을 본받았다. 애드립은 이인성 선배, 앤터테인먼트 박일 선배, 내레이션은 김종성 선배, 영화는 양지운, 이정구 선배, 쇼 버라이어티는 박기량 선배에게 많이 배웠다. 이분들의 장점을 차용하면서 내 스타일을 만든 것 같다. 애초에 ‘나’라는 건 없다. 누구든 마찬가지이다. 뛰어넘을 순 없지만 죽어라 하다보니까 자기 스타일이 생기는 거다.

마지막으로 꿈을 찾는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무슨 일이든 순종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때 그 일을 하지 못한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나중에도 해낼 수 없다. 나한테 맞지 않는다고 하면 자기한테 맞는 상황은 죽을 때까지 오지 않는 게 인생이다. 대학생도 학교나 전공,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마음에 안 들어서 불평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없다. 개인적인 아픔이나 사건이라 해도 극복해야 한다. 지금도 해내지 못한다면, 나중에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성우지망생을 위한 안지환의 Live Tip.

1. 성우 공채시험은 답문실기와 더빙시험으로 이뤄진다

각 방송사마다 원하는 성우의 특징이 있다. MBC는 연기력이 우선이고 투니버스는 더빙기술을 중요하게 본다. 하지만, 목소리의 색깔은 크게 따지지 않는다. 배우가 장동건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방송사 공채는 답문실기(연극대본으로 즉석 연기)와, 더빙시험(영상과 입을 맞추는)을 본다.

2. 성우가 되려면 목소리를 만들지 말고 연기부터 배워라

많은 사람들이 성우는 단지 목소리배우라고 생각을 하지만, 오히려 목소리만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연기자들보다 더 몰입해야 한다. 성우가 되려면 발성이나 발음, 목소리 계발 전에 연기부터 시작해라. 연극을 하거나 TV드라마 대본을 구해 연습해야 한다.

3. 녹음기를 버려라 

성우지망생들이 녹음기로 본인 목소리를 녹음해서 반복적으로 듣는 이들이 많다. 연습 때부터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으면 ‘자뻑’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처음 연습할 때는 레코딩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For Tomorrow’s Leaders 캠퍼스헤럴드(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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