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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신일 수사, 버틸 수 없는 5억원의 무거움
현금 5억원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보통 사람들은 쉽사리 구경도 못할 5억원의 현금 가방을 들어본 이의 증언을 따르자면 “너무 무거워서 어깨에 짊어지기도 힘겨울 정도”란다. 

지난 3일,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47억여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구속기소된 천신일(68)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대표의 운전기사 황모 씨의 진술이다.

황 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우진)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대표가 돈을 조성할 때부터 전달할 때까지 이 대표의 곁에서 보고, 듣고, 행했던 것들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황 씨에 따르면 이 대표는 친ㆍ인척과 회사 직원들을 통해 오랜기간동안 비자금을 조성해왔다. 황 씨는 이 대표의 처남과 계열사 임원 및 회사 경리직원, 세무사 등에게서 10여차례에 걸쳐 현금이 든 쇼핑백과 상자, 상품권과 포장봉투가 든 상자를 건네받았다. 이렇게 받은 돈뭉치는 서울로 유학간 이 대표 딸의 방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침대와 벽 사이의 틈에 보관해뒀다.

하루는 이 대표가 황 씨를 불러 “작업 좀 해야겠다”고 했다. 2007년 10월 황 씨는 비자금이 보관된 작은 방에서 현금다발을 묶어둔 은행 띠지를 제거해 다른 데에 옮겨담는 작업에 동원됐다. 먼저 비닐 쇼핑백에 돈다발을 넣어봤다. 1억3000만원 정도가 들어가니 무거워서 밑이 빠질 듯 했다. 이에 이 대표는 황 씨에게 다른 가방을 준비하라고 시켜 황 씨는 부산 국제시장에서 여러 가게를 수소문해 똑같은 색상, 모양, 크기의 가방 10점을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한 가방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지퍼가 2단으로 돼 있어 안쪽 공간이 넉넉한 가방이었다. 이 대표가 5억원을 준비시키자 가방 하나에 돈뭉치를 옮겨담았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었다. 황 씨가 돈가방을 옮기려니 두 팔로 힘줘 어깨에 짊어져도 너무 무거운 것이었다. 보통 현금 1억원의 무게가 11㎏ 정도 나간다고 하니 돈가방의 무게가 보통의 성인여성 몸무게와 맞먹는 셈이었다.

결국 황 씨는 3억원과 2억원씩 두 가방에 옮겨담았다. 이렇게 마련된 돈가방은 같은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천 회장 사무실 인근에서 천 회장의 승용차 트렁크로 옮겨졌다. 이후에도 황 씨는 이듬해 4월과 9월에도 돈가방을 천 회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천 회장에 전달된 돈은 26억원이 넘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황 씨는 군 복무시절 5년간 정보작전병과 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익은 지리적 감각과 기억력으로 방청객의 놀라움을 사기도 했지만, 천 회장 측은 “2008년 9월 천 회장 명의 휴대전화 기록을 보면 돈을 전달했다는 장소에 있지 않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백웅기 기자 @jpack61>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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