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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돗토리현 스토리텔링 여행

깨끗하고 한적…휴식에 안성맞춤

지방 고유의 특수성 보존하면서

만화 등 아기자기한 이야기 입혀

바람의 호흡따라 변하는 사구

도고 호수·다이센 산 등

빼어난 자연경관도 눈길 사로잡아



SBS 월화극 ‘아테나:전쟁의 여신’ 촬영지인 일본 돗토리 현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하는 돗토리 현은 서울에서 제주도를 가는 정도의 가벼운 기분으로 갈 수 있는 이국이다. 일본에서도 아주 작은 현인 돗토리는 인구가 고작 59만명이다. 그래서 복잡함은 느낄 수 없고 한적하면서도 깨끗하다. 하지만 곳곳에 스토리가 담긴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많고 안락한 리조트와 온천도 산재해 있어 가히 ‘휴식종결자’들이 향하는 여행지라 할 만하다. 돗토리는 ‘아테나’의 촬영지로 요즘 한국 관광객뿐 아니라 촬영지 투어를 겸하는 일본인 여행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요나고 기타로 공항에서부터 드라마 ‘아테나’ 흔적이 남아있다. 보아와 정우성의 이별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는데 군데군데 기념사진이 걸려있다.

 


■스토리텔링 간직한 아기자기한 고장, 그 첫번째 요나고 지방

첫번째 여행지는 공항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사카이미나토 시다. 돗토리 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만화 ‘게게게노 기타로’의 작가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인 이곳은 800m 구간을 이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 캐릭터로 꾸며 일명 ‘미즈키 시게루 로드’로 불린다. 길 양쪽으로는 요괴 동상 134개가 늘어서 있다. 간혹 이 캐릭터 탈을 쓴 사람이 왔다갔다하기도 한다. 관광객들은 요괴 캐릭터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의 팻말에는 4400보(步)의 이 구간을 걷고 나면 148㎉가 소비된다고 쓰여있다. 인근에 있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도 볼 만하다.

요나고에서 사카이미나토를 연결하는 JR사카이선은 하루 15회 요괴열차를 운행한다. 요괴열차는 ‘기타로’ ‘메다마오야지’ ‘네즈미오토코’ ‘네코무스메’ 등 만화 캐릭터 4종류가 있다. 기차의 겉과 속이 요괴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다. 2개의 객차로 된 요괴열차를 타고 천천히 여유롭게 친환경 여행을 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난개발로 지방의 원형과 특수성을 파괴하지 않고 거기에 아기자기한 스토리텔링을 입혀 관광객을 끄는 이들의 지방 마케팅은 우리도 본받을 만하다.

일본 전통 절 9개가 연이어 있는 테라마치를 걷다가 연차를 돌절구로 찧어 분말로 만든 일본 전통차 말차(抹茶)를 체험할 수 있는 나카다(長田)차점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는 여유도 부려봐야 한다.

인근에 있는 다이센 산도 꼭 한번 들러봐야 할 곳이다.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는 자연낙원인 다이센 산은 일본 주코쿠 지방의 최고봉(1709m)으로 옛날에는 신성한 산으로 숭배돼 산악불교의 수행장으로 활용돼왔다. 기자가 간 날은 눈이 왔는데 정상이 구름 속에 가려져 있어 신비로웠다. 다이센 산 주변에 있는 우에다 쇼지 사진 미술관은 독특한 건물 양식으로 관광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행선지다. 우에다 쇼지는 일본 사진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대가지만 자신의 작은 고향에서만 작품활동을 했다. ‘아테나’에서 유동근이 대화를 나누던 장소로도 등장했다.



돗토리 현 중부 도고 호수변에 자리잡은 하와이 온천‘ 보코로’ 앞에 정박한 유람선. 특별한 저녁 식사를 원하는 사람은 배를 타고 유람하며 여유롭게 가이세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작은 사진은 돗토리현 동부의 사구

■돗토리 현 중부 지방의 휴양, 호수에서 뿜는 온천

돗토리 현 중부 지방에도 볼거리가 많다. 가장 먼저 기자의 안구를 정화시켜 준 곳은 도고 호수와 바다를 둘러싼 도시공원인 도고 호수 임해공원이다. ‘아테나’의 정우성과 수애가 임해공원 주변을 거닐며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이 광대한 공원에서는 테니스, 사이클링, 게이트볼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호수변에는 정우성과 수애가 베드신을 찍은 하와이 온천 ‘보코로’가 있다. 관광객에게 공개하는 베드룸 324호는 실제로는 정우성과 수애의 베드신을 찍은 옆방이다. 실제로 이들이 베드신을 찍은 323호는 많은 신혼여행객들의 첫날밤 공간으로 예약 경쟁이 붙어 하루도 비어있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등급 객실보다 조금 돈을 더 받는데도 이 방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따라서 호텔측은 바로 옆에다 소품을 재배치해 똑같은 공간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만화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도 돗토리 현 중부인 기타사카에정이다. 고쇼 후루사토(고향) 기념관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과 성장과정은 물론 작품 활동, 수상 작품, 코난 탄생과정 등도 세세하게 전시돼 있고 코난이 사용한 다양한 발명품의 체험코너도 마련돼 있다.

중부의 구라요시 거리는 오래된 건물들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옛 정서가 물씬 풍긴다. 이 길을 거닐며 여유로움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에 걸쳐 지어진 흰벽 창고가 다마가와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이 거리를 걷다보면 오랜 일본의 문화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흰벽 창고들이 남아있는 ‘시라카베도조군’과 양조장 등을 개조한 빨간 기와의 ‘아카가와라’가 있다.

돗토리 현은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819년 강원도의 한 상선이 고토우라정 해변에 표류했는데, 당시 돗토리 현 영주는 선원 12명을 융숭하게 대접해 무사히 귀환시켰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울진군과 인제군이 한일우호친선교류협정을 체결하고 이곳에 한국 강원도 상선 표착 기념비를 세우는 등 한일우호교류공원을 만들었다.



■돗토리 현 동부의 비경은 사구와 리아스식 해안

돗토리 현 동부의 최고 비경은 돗토리 사구(砂丘)다. 동서 약 16㎞, 남북으로 약 2.4㎞나 뻗은 일본 최대의 사구로 사막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면서도 사막이 아닌 만큼 계절 변화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에는 눈에 덮인다. 바람결이 모래에 만들어내는 풍문과 비 그친 후 경사면을 흘러내리는 사렴은 자연이 창조하는 예술이다. 풍문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는 가장 높은 ‘우마노세(말의 등)’ 오른쪽에 자리한 나지막한 언덕이다. 여기서 정우성과 보아가 앉아 토끼전설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사구에서는 기복이 심한 사면을 이용하여 샌드보드와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긴다.

우라도메 해안은 일본의 해안 100선과 헤이세이 일본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리아스식 해안이다. 지질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지오파크 네트워크’에 가입될 정도로 자연이 빚은 준엄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돗토리=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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