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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몰랐던 사실 깨달아

한국 전통 건축에서 휜 나무를 그대로 쓰는 경향은 자연의 완결된 생명 단위를 차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양 건축의 돌기둥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차이가 있다면 나무 대신 사람이라는 완결된 생명 단위를 차용한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에렉테움 신전에 쓰인 여신주상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섯 명의 젊은 여신상이 기둥 대신 쓰이고 있다. 머리에 온갖 물건을 지고 다니던 우리네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휜 나무기둥과 더불어 건축에서의 기둥이란 결국 사람이나 나무와 같은 자연에서 온 것임을 말해준다. - 2장 p.58-61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 세계에 대한 비교와 성찰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 건축을 돌아보고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책.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컬처그라퍼. 2010)는 이 취지를 명쾌하게 펼쳐 보인다.


한국과 서양 건축을 엮는다는 발상은 건축읽기의 묘미를 새롭게 한다. 지금까지 둘은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이해했기에 더 그렇다. 저자는 건축사학자 임석재다. 10년 전 출간되어 큰 인기를 끈 책을 새롭게 꾸몄다. 건축에 관한 열여덟 가지 주제로 한국 건축의 특징을 짚어보고, 이를 다시 서양 건축과의 비교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건축에 대해 몰랐던 많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책에 따르면 무심히 지나칠 ‘지붕과 처마’부터 알고 보면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한국의 지붕은 긴장과 이완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가지면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출해낸다. 이 같은 특징은 한 가지 고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서양의 지붕과 자주 비교된다. 하늘과 땅을 별개의 개념으로 보는 서양건축에서는 한 건물에 하늘과 땅의 이미지가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19쪽


햇볕의 쓰임새 역시 한국-서양은 차이가 난다. 우리는 햇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남향을 주택 구성의 첫째 조건으로 삶았다. 그 덕에 요즘 같은 겨울이면 방 깊숙이 따사로운 햇볕을 즐길 수 있다. 반면 서양 건축의 빛은 실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식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이를테면 교회의 천장에 쓰인 돔은 빛 작용을 통해 실내에 신비스런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종교적 목적을 달성한다.


한국 전통 건축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심미안을 가진 저자는 전통 문명과 서양 문명이 한데 뒤섞이고 엉키면서 보다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할 건축 화두에 영감을 불어 넣는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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