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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부색·국적 편견 딛고…‘글로벌 인재’ 꿈이 자란다
3월 개교 국내 첫 다문화 학교 ‘지구촌 초등학교’ 미리 가보니…

“다문화가정 교육 사각지대 현실 안타깝다”

이주노동자 대변인 김해성 목사 구로에 학교 설립

초등생 1~4학년 총60명 첫 입학 앞두고 분주

한국어·영어는 기본 모국어까지 맞춤교육…

3~4개 국어 겸비 ‘다중언어 인재’ 양성 목표

체육공간 부족 사립초교 정식인가는 못 받아

봉사자·학습도구 등 도움의 손길 절실



“다문화 시대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 초등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아동들의 꿈이 이뤄질 겁니다.”

오는 3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꿈’이 ‘현실’로 다가온다. 피부색으로 국적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지만, 이제 사회 속으로 발을 내딛는 아이들에겐 더욱 소중하다. 특히 배움에서 소외되는 순간, 아이들의 미래는 그리고 그 후손의 미래는 헤어나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개교를 앞둔 지구촌 초등학교가 이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도 같다. 엄연히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은 다문화가정 아동이 여전히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절박함이 뜻있는 이들로 하여금 ‘작은 기적’을 만들어내게 했다.

국내 첫 다문화 초등학교인 지구촌 초등학교. 남들에겐 조그마한 학교 하나에 불과하지만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겐 꿈의 실현이다. 이를 현실화하는 데 이주노동자의 대변인 김해성 목사와 이주민 지원 전문기관 지구촌사랑나눔이 뭉쳤다.

이제 갓 출범하는 초등학교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곤란하다. 다문화가정의 장점을 살려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다중 언어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게 이 학교의 목표다. 더 크게는 진정한 어울림을 깨달을 수 있는 인재로 키우는 일이다. 편견 없이 세상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는 아이들로, 나아가 한국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겠다는 것. 지구촌 초등학교가 만들어갈 ‘기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서울 구로구 길가에 자리 잡은 지구촌사랑나눔은 오는 3월 지구촌 초등학교 개교를 앞두고 분주했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인 김해성 목사는 “최근 학부모 초청 설명회도 계속 개최하고 있고 학교 정비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 잠시라도 가만히 있을 틈이 없다”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학교는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6층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초등학교 1~4학년을 모집하며 학년당 10~15명으로 총 60명 내외의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첫 입학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교과과정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며 수업료는 없다. 한국인 부모의 자녀도 입학이 가능하다. 김 목사는 “다문화가정 아동들만 구분 지어 교육하는 게 아니라 한국인 아동까지 함께 어울리는 학교를 만들려고 한다. 통합교육을 지향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성 목사가 지구촌 초등학교 설립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물론 지금도 일반 초등학교에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입학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절반 가까이 사실상 진학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목사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의 초등학교 취학률이 80% 수준이지만 중학교만 되면 절반인 40%대로 떨어진다. 

나머지 아이들은 초등학교 이후 학업을 포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중ㆍ고등교육이 필요하지만 정작 초등학교 교육이 상처 속에 이뤄지면 아무리 고등교육을 제공해도 효과가 없다는 게 김 목사의 판단이다. 그는 “중ㆍ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를 먼저 개설한 것도 어린 시절부터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특징을 살려 한국어, 영어를 기본으로 다문화가정 소속 모국어까지 ‘3~4개 국어’를 겸비한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다. 각 나라 부모나 언어 전문가를 초빙하고 예체능 실력자를 강사로 초빙하면 일대일 맞춤교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구촌사랑나눔은 오는 3월 지구촌 초등학교 개교를 앞두고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해성 목사와 교사들, 그리고 개교를 손꼽아 기다리는 다문화가정 아동들의 표정에서 감출 수 없는 기대감이 물씬 느껴진다.

“다문화가정 아동들이야말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추운 겨울 못자리에서 볍씨가 건강히 자랄 때까지 보살펴주듯 지구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건강히 키워 훌륭한 인재로 배출하겠습니다.” 김 목사의 목소리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개교를 목전에 두면서 설렘만큼 걱정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 포스코나 대우증권 등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교사 급여 및 학교 운영비를 충당하지만 아직 건물 매입대금 중 잔금을 마무리짓지 못한 상태다. 운동장 확보도 고민이다. 정규 사립 초등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으려면 건물 외에 체육공간이 필요한데 운동장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아이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봉사자들, 교실 안을 꾸밀 학습도구 등 지구촌 초등학교 곳곳에서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02)863-6622

<김상수 기자 @sangskim>

dlcw@heraldcorp.com





다문화가정 교육실태

한국 체류 이주민 120만명

취학연령 아동 40% 학교 못다녀

한국사회가 빠른 속도로 다문화시대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특히 국제결혼, 외국인근로자 증가 등으로 다문화가정 아동이 급증하면서 교육이나 복지 등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주민 지원 전문기관 지구촌사랑나눔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아동은 이주아동, 다문화가정 자녀, 중간 입국자녀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이주아동은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할 때 동반입국한 아이들을 말한다. 출입국 절차를 밟기 때문에 정확히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현재 18세 이하 이주아동의 수가 2만여명인데 그 중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1200여명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불법체류자가 되면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통해 ‘역추적’으로 체포되지 않을까 우려해 음지에 아이들을 머물게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는 현재 가장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아동이다. 국제결혼한 부부가 낳은 자녀를 의미하며 현재 국내에 국제결혼한 부부는 18만쌍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국제결혼 다문화가정의 53.7%가 최저 생계비 이하 극빈계층이다”며 “이 아이들은 엄연히 한국국적을 가진 ‘한국인’임에도 사회의 보살핌에서 방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중도입국자녀는 국제결혼에 앞서 외국인이 키우고 있던 자녀를 의미한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재혼한다고 가정할 때 베트남 여성이 앞서 키우고 있던 자녀와 함께 입국한다면 그 아이는 중도입국자녀인 셈이다. 이 아동은 외국국적이기 때문에 다른 다문화가정 아동보다 법적 보호막도 부족하다. 현재 6000~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한국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는 상황에서 그저 부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아이들”이라며 “한국어도 못하고 한국 문화도 생소하니 일반 초등학교에선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이주민이 12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며 취학연령 중 약 40%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만큼 국적을 떠나 아이들에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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