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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재계 숙제 ‘후계경영’ 매끄럽게 풀어야
삼성·동양·금호그룹 등

재계 후계경영체제 고삐

초고속 승진 곱잖은 시선

경영성과로 능력 입증해야



올 한 해 재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후계 경영’이다. 후계자의 경영 전진배치와 함께 이들이 일굴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결과물의 크기에 주목되는 한 해다. 후계 경영은 지난해 말 불어닥친 3~4세의 승진 인사와 맞물려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의 유력 후계경영인인 이재용 사장이 지난해 12월 ‘부사장’ 딱지를 떼고 올해 가장 주목받는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만이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상무를 전무로,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팀장을 상무보로 승진시켰다.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큰딸인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보도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대한전선 인사에선 30세의 창업주 3세인 설윤석 씨가 재계 최연소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모두가 가업 승계의 신호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496명을 대상으로 재벌가 자제의 초고속 승진에 대한 의견을 모은 결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답이 73.4%로 나온 것은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일반인들은 20~30년에 걸쳐 고위 임원이 되는 현실에서 총수 자제들은 금세 임원이 되고 사장이 되는 현실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같은 시선이 올해 재계가 극복해야 할 숙제라는 평가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재벌가 자제의 ‘무임승차’에 대해선 아직 정서적 반감이 여전하다. 3~4세들이 경영능력을 지닌 ‘준비된 경영자’라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는 셈이다.

재계 일각에선 3~4세들이 혹독한 후계수업을 거쳤고 경영능력도 나이에 비해 뛰어난 만큼, 세간에서 걱정하는 기업 성장의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91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20여년간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밑바닥부터 실무를 익혀왔고, 리더십 체질화에 일관해왔기에 ‘최고의 기대주’로 꼽힐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인크루트의 설문 결과에서 보듯이 일반인들의 관점은 좀 다르다. 막연한 거부감일 수도 있지만, 일부 재벌가의 ‘바통 터치’엔 근본적인 불신이 좀처럼 희석되지 않는다.

기업은 국가경쟁력의 근간이다. 기업이 위험에 빠지면 나라가 위험에 빠진다. 이런 측면에서 ‘바통 터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후계경영과 관련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안을 기업으로선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재계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법인세와 더불어 상속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매끄러운 후계경영 정착이 국가경쟁력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후계경영과 관련한 각종 세미나를 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후계경영이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관건은 검증되지 않은 후계경영을 최소화하고,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임무를 세련되게 이어주는 최적의 방법론 도출 여부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 이상의 폭넓은 소통과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후계경영인들 모습이 현재로선 ‘정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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