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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어사 방화범...알고보니 신자
부산 범어사 천왕문 방화사건은 개인적인 불만을 품은 사찰 내부인물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범어사 천왕문 화재의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이모씨(43)를 16일 오후 긴급 체포해 조사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중간 수사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범어사의 말사인 모 암자의 기거하는 신자로 그동안 사찰 내부의 궂은 일을 도맡아했고 지난 2009년 10월부터 6개월간 강원도 홍천 모 암자 불사현장에 몸이 아픈데도 노동일을 가게 돼 건강이 더욱 악화된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또 자신의 병세가 지난해 ‘일제시대 잔재’라는 비난을 받아온 범어사 보제루(普濟樓) 해체ㆍ복원 작업으로 더욱 안좋아졌다고 믿는 등 개인적인 불만 때문에 천왕문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왕문 방화 당일인 지난달 15일 오후 2시경 이씨는 금정구 남산동 모 페인트점에서 시너 4통을 구입해 택시를 타고 암자에 도착해 숨겨놨고 오후 10시경 시너 2통을 천왕문 바닥과 사천왕상에 뿌리고 1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도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주과정에서 CCTV에 잡히지 않은 것은 이씨가 범행 전 3일에 걸쳐 범어사 경내를 돌며 CCTV 위치를 파악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달 9일과 10일 범어사 뒷산인 금정산에 두차례에 걸쳐 산불을 지르고 14일 밤엔 보제루 옆 종루에 침입해 커터칼로 법고를 찢기는 범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 1990년대 범어사 암자에서 기거하다 2008년 잠시 암자를 떠났다 다시 돌아왔고, 2009년 10월부터 6개월간 강원도 암자 불사현장에서 일한 뒤 범어사에서 생활해왔다.

경찰은 천왕문 방화 후 휴대전화 통화내용 10만여건을 분석하고, 범어사 일대의 CCTV 51대 영상자료를 확보, 이씨의 걸음걸이, 인상착의 등을 분석해 피의자로 특정했으며, 지난달 19일 용의선상에 올려놓은 이씨를 불러 조사했으나 부인하자 다시 보강수사를 거쳐 15일 오후 이씨를 불러 범행일체를 자백받고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현재 이 씨를 상대로 범행에 가담한 공범의 여부 등에 대해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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