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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파멸의 시작 (37)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얼마 전까지 프랑스에서는 죄수들의 사형을 집행할 때에 단두대를 사용했다. 팔을 뒤로 돌려 수갑 채운 죄수의 목을 나무 틀 속으로 밀어 넣고 레버를 돌리면 철크덕! 육중한 칼날이 내려와서는 그만…

프랑스 영화 ‘암흑가의 두 사람’을 보노라면 단두대로 향하는 주인공 알랭드롱의 겁에 질린 표정이 끝 장면으로 펼쳐진다. 그는 마지막 가는 길에 담배 한 모금을 피웠던 것으로 기억 된다. 수의의 목 언저리가 찢겨져나가고, 두려움에 떨던 아름다운 청년의 목 위로 시커먼 칼날이 떨어지는 순간, 그의 변호인으로 출연한 명배우 장가뱅의 눈에 분노와 절망이 가득 넘쳐난다. 아마 이 장면의 연기 때문에 알랭드롱과 장가뱅은 걸출한 배우로서의 반열에 확고히 들어서게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냥 단두대로 보내버려?”

배추김치포기로 사타구니만을 겨우 가린 채 모습을 드러낸 유민 회장을 본 순간, 신희영은 불쑥 단두대의 형상부터 떠올렸다는 말이다. 넓적다리에서 종아리에 이르기 까지 김치 국물을 줄줄 흘리며 서있는 그의 모습은 허접한 파렴치범일 뿐, 대기업 총수의 위용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면 거길 확 잘라버려?”

신희영은 김치포기로 가려진 유민 회장의 사타구니를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를테면 거시기를 잘라내는 궁형이라도 집행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말이다.

옛날이야기지만, 형벌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했다. 발뒤꿈치를 베어내는 월형, 젖은 창호지를 얼굴 위에 겹겹이 발라 죽이는 도무지, 사지를 갈가리 찢어 죽이는 육시, 불에 달군 구리기둥을 기어가게 하는 포락지형, 목을 베는 참수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제일은 역시 불알을 훑어내는 궁형 아니었을까?

거시기를 잘린 남자는 아마도 평생을 수치심으로 살아가게 될 터이니 궁형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긴 고통을 안겨주는 형벌이었을지 모른다. 한나라 무제에게 궁형을 당한 사마천은 한평생 울분에 젖어 살면서도 방대한 사기(史記)를 저술했다지만, 한낱 유민 회장 따위야 허전한 사타구니를 내려다보며 평생 한숨이나 짓지 않겠는가.

“이거 참,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

유민 회장은 무릎 뼈가 으스러진 듯이 주저앉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신희영의 손에 이끌려 거실로 잡혀 나온 송유나 역시 무릎을 꿇고 그의 옆에 앉았다. 마담은 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자취를 감춘 상태였고 한승우는 이 모든 광경이 너무도 낯설고 기막혀서 안절부절 못하던 중이었다.

“아가씨, 송유나라고 했나요? 어서 옷이나 입고 와요.”

신희영은 천정을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무릎 꿇고 앉은 죄인에게 하달하는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한승우 역시 송유나를 빤히 바라볼 처지가 아니었다. 얼마나 황망히 잡혀 나왔는지 팬티차림에 브래지어를 걸치기만 했을 뿐, 아직 후크조차 채우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그러니 한승우 또한 신희영을 따라 목을 길게 빼고 천정이나 응시할 수밖에.

“나도… 옷 좀 입고 오면 안 될까?”

유민 회장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신희영의 표정은 얼음장 같았다.

“옷 입고 다니는 짐승 봤어?”

“그래도 그렇지, 이거야 원…”

“배추김치로나마 가리게 해준 것도 다행으로 알라고!”

“그래도, 여보…”

1분, 2분… 그런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병아리 눈 깜빡할 정도의 순간이었지만 그동안 유민 제련그룹의 진정한 서열이 천천히 뒤바뀌고 있었다. 무릎 꿇은 자와 무릎 꿇린 자, 누가 뭐라 해도 그 순간부터 유민 제련그룹의 칼자루를 신희영이 확실하게 부여잡은 셈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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