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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파멸의 시작 (35)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한 때, 강남 모처에 타워팰리스라는 복합주상 아파트가 처음 들어섰을 때만 해도 그 건물의 경비상태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자장면을 배달시키면 서너 차례에 걸쳐 이름을 적고, 방문 처를 확인하고, 신분증을 맡기고, 어쩌고 하느라고 막상 자장면이 배달되면 불어터져서 먹을 수 없더라는 얘기였다.

“누가 문 두드리는 거 아니야?”

무려 세 번에 걸쳐 하느라고 초죽음이 된 유민 회장은 안마용 베드에 널브러진 채 물었다. 그러나 송유나의 대답은 천하태평이었다.

“회장님, 여기가 3류 싸구려 아파트인줄 아세요? 초현대식 오피스텔이라고요. 여기에 입주한 이래 경비원의 사전 연락 없이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경우는 한 번 도 없었어요. 잡상인 따위는 현관에서부터 커트 된다니까요?”

“그래. 그래야지.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해. 사람들 웅성대는 소리도 들리잖아? 마담 어디에 있어? 잠들었나? 옷 입은 사람은 마담 밖에 없으니 마담이 나가보겠지?”

“그런데요 회장님, 이상해요.”

“뭐가 이상하다고 그래?”

“회장님 전화기에서 무슨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저기, 저기에 꺼내놓은 전화기… 회장님 거 맞지요?”

유민 회장은 ‘뭐가 이상하다고 그래’ 어쩌고 하면서 수건으로 아랫도리만을 가린 채 안마용 베드에서 내려섰다. 순간 다리가 휘청하며 하마터면 바닥으로 뒹굴 뻔 했다. 환갑을 넘긴 노인네가 카마수트라의 150개 체위 중 가장 현란한 체위를 소화해냈으니 다리가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잠시 후, 핸드폰을 집어든 유민 회장은 그 자리에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리고는 한 동안의 침묵! 오로지 문밖의 고함소리만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회장님.”

“이… 이게 언제부터 켜져 있었지?”

“네? 전화기가 켜져 있었어요? 어머나, 어머나!”

“이거 봐.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그대로 이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잖아? 이거 큰일 났군, 큰일 났어!”

갑자기 어디서 힘이 솟았을까? 다리가 휘청거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유민 회장은 날쌘 동작으로 벗어놓은 옷가지를 챙겨든 채 욕실을 뛰쳐나갔다. 마침 그 순간에 마담이 문을 연 모양이었다. 대뜸 큰소리부터 내는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아내 신희영의 목소리임에 분명했다.

그 다음부터 유민 회장과 송유나, 그리고 마담은 보호본능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리 작전을 짠 것도 아니고 실전연습을 치른 것도 아니지만 유민 회장은 급하게 대형 김치냉장고 뚜껑을 열고 그 안으로 숨어버렸다. 김치냄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너무 급한 김에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미처 옷을 입을 틈도 없었으므로 그는 알몸이었다. 그런데 하필 숨어든 곳이 가까스로 영하의 온도를 웃도는 김치냉장고였으니…

“좋게 말할 때 우리 영감 내놓으세요.”

“아니, 이 야밤에 갑자기 들이닥쳐서 영감을 내놓으라니 기가 막힙니다. 여긴 보시다시피 가정 집이예요.”

열 받아 목소리가 갈라진 신희영의 음성에 이어 산전수전 다 겪어 능숙하게 대처하는 마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신희영의 태도는 유민 회장이 나타날 때까지 아예 무기 장을 칠 기세였으니… 죽어나는 건 유민 회장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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