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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희진, 좋은 말 했지만 성찰해야할 점[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민희진 대표는 일하다가 급하게 가로 줄무늬 초록색 티셔츠에 LA모자를 쓰고 나온 게 아니라, 철저하게 준비하고 기획된 기자회견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신곡 티저에 등장한 뉴진스 민지도 민희진과 비슷한 컬러의 티셔츠와 모자를 착장하고 등장해 신곡 홍보를 겸하는 자리였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민희진은 "쇼 비즈니스의 대가"임을 인정해야 한다. 어두운 색 양복을 입지 않은 게 언뜻 TPO에 맞지 않은 듯했지만, 쇼비즈니스 효과는 확실하게 거뒀다.

'외적 비주얼' 뿐만 아니라 '내적 내용' 또한 철저히 기획됐다.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K-팝의 팬들만 보고 하겠다는 뜻이다. MZ세대들이 카톡 등으로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에 맞췄다. 거기에 "들어올거면 나한테 맞다이로 들어와"와 같은 젊은이다운 감정적 표현뿐만 아니라 육두문자까지. "뉴진스는 내새끼"라는 엄마 콘셉트도 먹혔다.

이는 SM 시절부터 오랜 콘텐츠 제작 경험을 통해 체득한 감각으로 보인다. SM에 이어 하이브 어도어(뉴진스)에서 음악 마케팅을 펼치면서 K-팝 덕후 사이트, 여초 사이트, 페미니즘 사이트의 성향을 잘 알고 그들에게 먹혀들어가는 작전을 펼쳤다. 그래서 거대 기업에 대항하는 한 여성의 아픔이 느껴지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민희진은 기성세대(방시혁)와 자기와의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들은 "개저씨"다. 이렇게 세 가르기를 한 후 자신은 죽어라고 일한 죄밖에 없다고 했다.

​"법인카드를 보면 야근 식대밖에 없다. 내가 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마시냐, 골프를 치냐."

뉴진스.

민희진은 이어 포토카드 랜덤 밀어내기, 럭키드로우 등으로 음반을 많이 구매하게만 만드는 K-팝 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결국 피해는 팬들에게 돌아온다고 했다.

맞는 지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민희진도 성찰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이브는 2024년 4월 30일 현재 시가총액 8조 4,137억원의 코스피 상장기업이다. 민희진은 그 회사 계열사인 어도어 CEO다. 모든 건 주주간 계약에 의해 움직인다.

민희진은 어도어 지분 18%를 가지고 있고, 직원 2%에 하이브가 80%를 가지고 있는 구조다. 민희진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뉴진스를 론칭시켜 대박을 터뜨림으로써 주식 부자가 됐다. 이 정도 지분이면 거의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급이다.

방시혁 의장은 곡도 쓰고 프로듀싱도 하며 돈도 끌어와서, 한마디로 맨땅에 헤딩해서 오늘날의 하이브를 일궜다.

반면 민희진은 하이브의 풍부한 자본력과 조직력과 브랜드의 지원을 받아, 한마디로 좋은 환경에서 뉴진스를 만들어 대성공시켰다.

전자는 메이저 이노베이터(혁신가)이고, 후자는 스핀오프 이노베이터라고 한다. 민희진은 이 점을 쏙 빼놓고 자신이 다 만든 것인양 착각하며 이야기 한다. 본인은 착각을 하지 않았다고 할지 몰라도 의견 개진속에는 두 가지 입장이 혼재돼 있다.

지금처럼 말하려면 하이브에 들어가지 말고 오직 자기 힘으로 자금을 조달해 프로듀싱해야 한다. 그렇다고 민희진의 성공 신화를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다. 뉴트로 콘셉트를 적절하게 배열해 새로움을 만들어냈다. 힙합, 뽕짝, 신스팝 등 장르 믹싱의 대가로 자신의 음반 '뽕'으로 실력을 증명한 프로듀서 이오공(250)에게 'Attention','Hype Boy', 'Ditto' 등을 작곡하게 한 것, 그렇게 해서 저출산으로 10~20대 MZ세대 수가 급속히 줄자, 저출산에 해당하지 않는 마지막 세대인 40대까지 타깃을 올릴 수 있게 된 것도 민희진의 공이다.

하지만 조직사회에서는 자신의 입에 맞는 환경이 계속 구축되기는 어렵다.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에게 완벽한 조건과 최적의 환경은 있을 수가 없다. 크리에이터는 섬세하고 편집증적 증세가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민 대표는 결국 돈 문제로 이견이 생겨서 이탈한 것 같은데, 마치 투사가 된 듯한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개인적인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평소에는 제기하지 않던 K-팝 산업의 치부를 거창하게 건드리고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는 실소가 나왔다.

"PR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대기업만 네트워크, 막 이런 걸로 뿌리는 것 쓰지 마시고 좀. 기자님들도 없는 사람 생각 좀 해주세요. 제가 당해보니까 아 너무 불공정한 거야. 나는 방법도 몰라. 가난한 애들 것도 좀 써주세요. 제발 저도 몰랐는데. 지금 영세한 작은 회사들 다 그럴 것 아니에요."

자신의 입으로 가만히 있어도 "1000억 번다"고 한 사람에게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과 분쟁은 K-산업, 콘텐츠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진통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김형석 프로듀서는 "디즈니, 워너,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등 미국 메이저 영화사, 워너뮤직 등 미국 음반사들은 작게는 몇십년, 많게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쳐 지금과 같은 탄탄한 대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우리의 K-팝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0년 SM이 코스닥 상장할때 시총이 100억대였고, 하이브 시총이 한때 10조원까지 갔다. 20여년동안 1000배 규모로 성장했다"면서 "이번 갈등은 K-팝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시행착오이자 진통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K-팝 기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창작자와 경영인을 어떻게 분리시키고, 역할과 대우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점검이 있어야 한다. 휴먼 비즈니스가 그만큼 어려운 거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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