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국 골프장의 발견] 블루헤런GC - 메이저 대회 코스
이미지중앙

서코스 7번 파3홀.



‘한국 골프장의 발견’ 시리즈는 골프 문화의 뿌리를 깊게 하는 지속적인 골프장 탐사 작업입니다. 단편적 기사나 후기 형식을 넘어 인문적 글과 사진, 영상물을 통합하여 한국 골프코스들의 속살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이 컨텐츠는 골프장의 협찬 없이 직접 경험하여 작성한 것입니다.(편집자 주)


‘한국 골프’에 기여한 메이저 ‘명문’
<블루헤런 골프클럽>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제 3회를 맞은 2002년부터 17년동안 열어온 골프장입니다. 이런 역사 만으로도 ‘명문 코스’라 불릴 자격이 있다 하겠습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신지애, 서희경, 김효주, 장하나, 전인지, 고진영 등 빛나는 선수들이 미국 무대로 나가 세계 여자 프로 골프계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2000년 <하이트컵>으로 시작된 대회가 하이트진로 그룹의 이 골프장 인수를 계기로 더 크게 발전하여 온 것이며, ‘메이저 대회’라는 격에 맞추어 국내 대회 가운데 가장 어려운 코스로서의 '토너먼트 세팅'을 고집하고 상금 규모를 키우는 데도 앞장서 왔으니, 한국 여자골프의 실력을 키우는 데는 물론 우리나라 골프 산업과 문화가 발전해 온 과정에 이 골프장이 기여한 바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큽니다.

<클럽700>에서 <블루헤런>으로
이 골프장의 원래 이름은 <클럽700>이었습니다. ‘두양산업개발’이라는 회사에서 추진하던 사업을 ‘한솔제지’가 인수하여 1992년 문을 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골프장 이름에 회원 수를 표시하는 것이 유행이어서 ‘700명 회원 모집을 인가 받았다’는 의미로 ‘클럽700’이라 이름 지었다 합니다.

그 후 2002년 ‘하이트산업(현재의 하이트진로)’에서 인수하여 <블루헤런골프클럽(이하 ‘블루헤런GC’)>으로 이름을 바꾸고 2005년까지 리노베이션 공사하여 재 완성한 뒤 오늘에 이릅니다. 헤런(Heron)은 ‘백로’를 뜻하는데 이 골프장이 위치한 여주군의 상징 새가 백로라 합니다. 백로 가운데 푸른 벼슬이 난 것이 우두머리 격인 ‘왕백로’라 하며, 푸른 색이 골프장을 의미하기도 하기에 골프장 가운데 으뜸이 되고자 하는 의미도 담아 '블루헤런(Blue Heron)'이라 이름 지었다 알려집니다.

이미지중앙

동코스 3번홀



백로가 날아 앉을 낙락장송 코스
그 이름에 어울리고자 함이었는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큰 규모의 보완 공사를 하면서 700여 그루의 낙락장송(落落長松) 급 큰 소나무들과 수려한 미인송들을 코스에 옮겨 심었다 합니다.

나무들 중에서 소나무는 비싸기도 하고 옮겨 심기도 가장 까다로운 식물이지요. 그 소나무 가운데서도 귀한 낙락장송, 미인송 들이 클럽하우스 주변 홀들을 중심으로 코스 곳곳에 지천의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백로가 수천 마리 날아와 앉는다 해도 자리가 넉넉할 소나무 숲입니다.

사람보다 오래 사는 이 소나무들의 가치를 사람의 속된 잣대로 매긴다는 게 송구스럽지만, 전문가의 귀띔으로는 그 한 그루 값이 지금 시세로 일이천 만원은 족히 넘는다 합니다.

백로가 이 골프장의 상징이라지만 이 코스를 다녀간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이들 낙락장송 숲이 아닐까 합니다. 공들인 보람대로 백로 무리가 날아든다면 더욱 볼만 하겠습니다.

데이비드 레인빌 설계에 조경을 더하다
이 코스는 데이비드 레인빌(David Rainville)이라는 세계적인 골프코스 디자이너가 설계했습니다. 그는 자연림을 그대로 살려서 코스를 앉히는 것으로 유명한 설계가라는데, 이곳에서 멀지 않은 <캐슬파인CC>도 그의 작품입니다. 자연림을 살리려는 설계 철학 때문인지 이 두 군데 골프장에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 공통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좀 비좁게 느껴지는 캐슬파인과는 달리 이 <블루헤런GC>는 43만평이나 되는 드넓은 땅에 18홀만을 앉혔기에 코스의 각 홀이 독립적이고 충분히 넓으며 여유롭습니다. 휘어지고 돌아가는 홀이 많아도 시각적으로는 장려한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그런 한 편 한 홀도 마음 놓고 편하게 플레이 하기 어려울 만큼 전략과 기량이 필요한 코스이기도 합니다.

그렇듯 원래 쉽지 않은 코스였던 것을, 하이트진로그룹이 인수하여 직접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면서 수 많은 나무를 심고 전체 길이를 7천야드 넘도록(7,012야드) 늘리는 등의 수정 보완을 했으니, 더욱 도전적이고 복합적인 느낌의 코스로 변모한 것이라 합니다.


이미지중앙

블루헤런GC 제원.




평야와 산이 만나는 '한국의 구릉' 지형
여주 땅은 남한강을 경계로 이천에 가까울수록 평야를 이루고 동쪽의 원주와 북쪽의 양평에 가까울수록 경사진 산비탈 지형으로 변합니다. 이곳은 양평 쪽으로 산이 융기해 올라가기 시작하는 지역이지요. 여주군 대신면의 우두산(484미터) 기슭, 해발 100미터에서 180미터 산자락을 오르내리며 이 골프장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산을 북쪽으로 넘으면 바로 <양평TPC골프클럽>이 나옵니다.

여주에서 남한강 건너 동쪽과 북쪽으로 해발 200미터를 넘지 않는 마지막 골프장이 이 <블루헤런GC>입니다. 완만한 산기슭에 편안히 앉혀진 것 같으면서도 오밀조밀한 구릉을 오르내리는 묘미가 있는 ‘전형적인 한국 땅’의 골프장 터입니다.

이미지중앙

블루헤런GC 부근 위성사진.



자연의 원래 모습대로 길을 낸 설계
이 코스의 설계자인 데이비드 레인빌은 어느 한 홀도 느슨하게 공략하지 못하도록 난도 높게 디자인하는 설계자로 알려집니다. 이 코스에도 18홀 전체를 통틀어 긴장을 풀고 칠 만한 홀을 콕 짚어내기 어려울 만큼 위협 요소와 함정들을 깔아 놓았습니다.

블라인드 홀이 많은 것은 아마도 설계자의 취향 같기도 하고 자연 계곡과 숲의 원래 모습을 살려서 길을 내려는 설계철학의 반영인 듯도 합니다. 좌우로 휘어지는 도그렉 홀이 많고 자신의 실력과 비거리에 따라 공략법을 다양하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골프 실력 향상을 북돋는 코스
하이트진로그룹이 인수하여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면서, 본래 투 그린이었던 것을 원 그린으로 바꾸고 벙커 등 그린 주변 장애물을 손 보아 난도를 더 높였다고 합니다. 특히 소나무를 비롯한 크고 작은 조경용 수목들을 많이 더 심으면서 아름다운 나무들이 골퍼의 시선을 빼앗고 공의 길을 막는 자연장애물 역할을 더하게 되었으니, 골퍼가 자신의 실력에 적합한 티잉 그라운드를 선택하여 플레이 하면 14개의 클럽을 모두 사용하여 다양한 기술의 샷을 두루 펼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량의 발전을 도와주는 코스라고 하네요. 한국여자프로골프 메이저 대회인 이곳에서 십 몇 년 동안 열리면서 기량 높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된 것도 그런 코스 특성에 힘입은 바 있다고도 하겠습니다.

이미지중앙

동코스 9번홀 세컨샷 지점 뷰.



한국적 서코스와 미국적 동코스?
개장 초기에 골프장 측에서는 “서코스가 한국적 전원 특성을 최대한 살려 전략적 공략이 필요한 반면 동코스는 미국적 스타일의 웅장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요한다”고 코스 특성을 홍보하였는데, 지금 보면 양 쪽 코스가 그렇듯 크게 다른 느낌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동코스 전장이 50야드 정도 길고 서코스에 약간 오밀조밀한 느낌의 홀들이 있기는 하지만 공략법이 크게 다르다 할 정도의 차이는 아닙니다. 동코스 1번 홀과 6번 홀에 낙우송 계열의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도열한 것이 약간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서코스에 소나무 조경 홀이 많아 한국적인 인상을 풍기기도 하니, 그런 느낌이라고 내세울 수는 있겠다 생각합니다.

동코스와 서코스에는 다른듯 비슷한 연결성이 있어서 플레이의 재미가 단절되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각 홀마다 모양과 조경 수목의 개성이 있어서 매 홀 달라지는 게임 전개의 리듬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무, 꽃, 억새... 가득한 ‘아름다움’
백로를 부르는 소나무 숲을 비롯해서 이 코스에는 다양한 종류의 조경수와 인상적인 자연 풍경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서코스 9번 홀(18번 홀)은 낙락장송 소나무 숲길이 500미터 이상 이어지는 한 가운데로 길고 아늑하게 펼쳐진 분지 전체가 페어웨이로 조성되어 인상적입니다.

이 홀 말고도 코스에는 낙락장송과 미인송 수준의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메타세콰이어와 비슷한 낙우송이 장관을 이루는 숲길, 봄이면 벚꽃이 가득한 페어웨이, 자작나무 숲길, 산딸나무 군락, 동글동글하게 전지 작업해 키운 향나무 군락 등이 매 홀의 주인이 되어 골퍼들을 맞이하고 돌배나무, 모과나무 들이 그린 옆에 서있는가 하면 무성한 억새밭이 거의 모든 홀에서 골퍼들을 따라다니면서 서늘한 모습으로 일렁이며 유혹합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라면 클럽하우스 주변 홀들에 더욱 집중 식재되어 있는 낙락장송 들이겠지만, 계절마다 피고지는 들꽃들과 가을이 깊어갈수록 운치를 더하는 억새 숲들을 보는 것도 이곳에서 넘치게 즐길 수 있는 눈의 호사이겠습니다.

이미지중앙

서코스 4번 홀 산딸나무.



남성적 코스, 여성적 취향 조경미
이 골프장에서, 인형 공예를 하시는 여성 분과 라운드 한 적이 있습니다. 몸에 병이 나서 한 동안 골프를 멀리 하다 오랜만에 필드에 나온 분이었는데 첫 홀에서는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다가 한 홀 한 홀마다 배치된 나무와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릴 듯 감응하더니, 점점 자연의 정기를 받은 듯 기운을 차려서 예전 실력과 활기찬 모습을 되찾으시더군요.

그때 저는 ‘골프가 사람에게 이로운 운동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코스가 특히 여성 분들의 감수성에 더 감응하는 조경미를 갖춘 곳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코스가 원하는 공략법은 오히려 도전적이고 남성적인 스타일인데 말입니다.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면서 빼어난 모양의 나무들을 되도록 사람들에게 가까이 배치하여 보여주려고 했던 탓인지, 페어웨이 가까이에 있는 어떤 나무들은 공에 자주 맞는 경우도 있는 듯합니다. 여성 분들은 그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 수 없으나, 저는 가냘픈 여자를 학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짠하더군요.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이 골프장이 자랑하고픈 것 가운데 또한 중요한 하나가 코스 안 곳곳에 많이 전시되어 있는 예술작품들이겠습니다. 클럽하우스 앞 주차장 정원에 서 있는 새 모양 조각품은 '남미의 피카소'라 불리는 콜럼비아 출신 조각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버디버드>라는 작품이고 클럽하우스 안에는 ‘로댕’의 <발자크>, ‘백남준’의 를 비롯해서 고영훈, 김홍석, 이정웅, 전광영 등 많은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이 서있거나 걸려 있습니다.

코스 내에도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조형예술가들의 값 나가는 작품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7천만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귀한 규화목 화석이 자연 예술작품처럼 코스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이미지중앙

코스 곳곳에 설치된 예술작품.



코스는 화려하고 볼 것들은 넘친다
원래 설계된 코스의 곡선이 화려하게 굽이치는 스타일이고, 드넓은 페어웨이에 호수와 벙커들이 이미 교묘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인데, 그 위에 개성이 강한 나무와 숲을 더하여 조성하였으며, 게다가 예술 작품들까지 곳곳에 자리잡고 놓여 있으니 볼거리와 봐 달라는 것들은 차고 넘쳐서 때로는 플레이어의 시선이 갈 곳을 잃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위에 아름다움을 더 더욱 집요하게 채워 넣어서 충분히 인상적입니다만, 저마다 제 아름다움을 보라고 아우성치고 있어서 멋의 들고 나는 드라마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면 제 개인적 취향의 과민한 표현일까요. 골프를 하러 와서 보는 사람이든 골프장에 이렇듯 집요한 연출을 해놓은 사람이든, 취향은 저마다 다른 것이고 즐기는 방법도 다른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한 홀 한 홀 마다의 역사적 순간들
지은희 선수가 2007년 2타 차 단독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를 해서 역전패 하고 펑펑 울었던 장면. 강수연, 서희경, 김하늘 등 당대를 주름잡던 스타 골퍼들이 맥주에 흠뻑 젖은 채로 우승 트로피에 맥주를 담아 마시던 장면. 2018년 역전의 여왕으로 떠오른 배선우 선수가 4타 차를 뒤집는 역전 우승에 쐐기를 박던 16번 홀 버디 장면. ‘덤보’ 전인지 선수가 2015년 대회 마지막 날 보기와 버디를 거듭하며 한국, 미국, 일본 메이저 대회 3관왕을 제패의 역사를 써나가던 한 홀 한 홀의 장면...... 이런 역사의 순간들은 모두 이 코스의 속살에 기록되고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골퍼들이 그 순간의 장면과 스토리들을 되새기며 라운드할 수 있도록 하는 표시나 기록이 적당히 있다면 더 가치롭고 메이저 명문 코스다울 듯한데 그런 흔적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골프장 측이 그런 역사성보다는 코스를 예쁘게 하는 조경과 예술품을 더 가치있게 여기는 것일까요.

<하이트진로챔피언십> 대회는 2000년 창설되어 2002년부터 이 <블루헤런GC>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렇게 한 골프장에서 지속적으로 메이저급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는 남자대회인 <코오롱한국오픈>이 <우정힐스CC>에서 열리는 것과 함께 평가할 만한 일입니다.

이미지중앙

서코스 3번홀 그린.



새벽과 해질녘 풍광이 특히 좋다
더구나 KLPGA 투어는 미국 PGA 투어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어 시리즈이지요.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LPGA)와도 힘겨루기를 할 수 있을만큼 인기가 높아서, 지난해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은 LPGA가 대한민국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연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와 같은 기간에 경쟁적으로 열리면서도 팬들의 관심을 잃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대회의 챔피언 조가 마지막 홀로 들어오는 시간대에 소나무 그림자와 페어웨이 언듈레이션이 만들어내는 빛의 물결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특상품 같은 장면이지요. 이 코스의 나무와 억새들이 빚어내는 새벽과 저녁 풍경은 이곳에 설치된 예술품보다 더 예술적이기도 합니다.

메이저 코스다운 진정 값진 자산은...
이처럼 역사적인 메이저 대회 코스이기에 이곳에는 ‘드라이빙 레인지’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국내 골프장 가운데는 연습장을 갖추지 않은 곳이 많고 심지어는 정규 골프대회를 여는 코스에도 드라이빙 레인지가 없어서 선수들이 먼 곳의 연습장에서 연습한 뒤 차를 타고 대회장에 와서, 몸이 식은 상태로 티오프를 해야 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블루헤런GC>는 비교적 간소한 드라이빙 레인지를 갖추고 있는데 매년 메이저 대회를 여는 골프장이고 보면 좀 타석 수를 늘려 확장하는 것은 어떤가 싶습니다. 대회를 열어주는 스폰서 회사로서의 골프장에는 골퍼의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세계 최강의 대한민국 여자 프로골프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는 예술품보다 연습타석이 더 값진 자산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는 것이지요.

이미지중앙

서코스 6번홀=블루헤런 홈페이지 사진.



덧붙임 - 때론 아쉬운 ‘명문코스’ 관리
많은 것을 넘치게 갖춘 이 골프장에서, 예상보다 너무 느린 그린 스피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곤 합니다. 메이저 대회를 치르는 골프장이라 해서 기대하고 찾은 골퍼들이 ‘그린이 너무 느리고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는 불평을 근래에 들어 적지 않게 듣게 됩니다.

좋게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보면 <하이트진로챔피언십> 때 최적의 그린 상태가 되도록 하려고 잔디를 건강하게 만들려는 준비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만이겠거니 추측할 수도 있겠습니다. 만에 하나 그런 경우라면, 이곳 회원들은 코스의 명예와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그 정도는 참고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이곳이 ‘회원 전용’을 금과옥조로 지키는 골프장은 아니니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게 되는 것이지요.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 코스의 매끄러운 모습을 올해는 다시 보여줄 것으로 믿습니다.

더구나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훨씬 가까워진 셈 아니겠습니까. 훌륭한 역사성은 물론 아름다움이 차고 넘치는 코스를 갖춘 데다가 교통입지까지 더 좋아졌으니, 길게 보고 기본에 충실한 관리를 하는 것이 가치를 드높이는 가운데 고객도 충실히 모으는 가장 좋은 마케팅 아닐까요.

클럽하우스가 작고 오래 됐다 평하는 분도 있는 듯합니다만, 지금 것이 단아하고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낡은 듯한 것에서 오히려 명문의 역사가 살아 배어나는 맛이 느껴진다 할까요. 클럽하우스나 예술품 같은 치장보다 코스와 경기 지원 자체에서 장점을 지켜 나가면 좋겠습니다.

자기 스스로가 지닌 훌륭한 값어치를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 요소들이 이 코스에는 너무 많아서, 오히려 스스로 잊어버릴 때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의 사족(蛇足)이랄까요.

몇 가지 소소한 이야기들

이미지중앙

규화목 화석.



자연과 인간의 작품들
3번 홀 티잉 그라운드 옆에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나왔다는 규화목 화석이 본디 자기 자리에 있는 것처럼 전시되어 있습니다. 나무의 원래 형태와 구조를 보존한 상태로 규산(SiO2)이 나무 조직 속에 침투하여 굳어진 화석이라는데 약 7천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는 작품들도 이곳엔 많습니다. 클럽하우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곳의 소파에는 만화영화 주인공인 토끼 ‘바니’가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는데 김홍석이라는 예술가의 작품이지요. 코스 곳곳, 심지어는 사우나 안팎에까지 조형 예술품들이 놓여 있는데 값어치가 높게 매겨지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마도 이 골프장 소유주의 예술 취향, 수집 취미인 듯합니다.

이미지중앙

동코스 6번홀 티잉 그라운드.



메타 세콰이어 티잉그라운드
남자 골퍼라면, 동코스 6번 홀에서는 블루티나 블랙티에서 플레이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메타세콰이어(정확하게는 ‘낙우송’이라는군요) 나무가 좌우로 도열하여 시야가 좁은 티잉그라운드에서 마치 PGA투어 무대의 타이거우즈가 된 듯한 느낌으로 티샷을 해 보는 것도 이곳 아니면 해보기 어려운 경험이겠습니다.

단종 어수정(御水井)
블루헤런 골프클럽 서코스 6번홀 카트도로 옆에는 작은 샘터가 있습니다. ‘비운의 임금’ 단종(1441~1457년)이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 당한 뒤 강원도 영월로 가는 귀양 길에 잠시 목을 축였다는 샘물로 임금이 마신 물이라는 뜻의 ‘어수정(御水井)’입니다. 물맛도 좋고 약수로도 유명했다는데 지금은 골프장 측이 관리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경만 하세요. 샘물 안에 공이 빠져 있기도 하니 이 물을 마시지는 않는답니다. .

이미지중앙

맥주캔 조형물=블루헤런 홈페이지 사진.



맥주캔 조형물
마지막 홀에 그린으로 건너가기 전의 워터해저드 연못에는 대형 맥주 캔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이 골프장에는 조형물이 많네요) 이 캔을 웃으면서 보고 지나야 우승을 할 수 있는 KLPGA 메이저 대회의 역사적 장소 상징물입니다. <하이트진로챔피언십> 대회가 열릴 때면 카메라가 가장 많이 비추는 대상이기도 한데 대회 스폰서를 위한 마땅한 배려이고 보상이라 하겠습니다. 일반 골퍼들도 이곳에서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라운드가 끝나는 오후에 잘못 찍으면 역광이나 강한 그림자 탓에 인물이 어둡게 보이고 맥주캔도 차가운 느낌으로 나올 수 있으니 참고해서 분위기 있는 연출 해보시지요.

글과 사진 류석무
글쓴이는 기업 경영자입니다. 하는 일이 골프에도 다소 관계를 맺고 있어서 골프 상식에 밝고 업무상 골프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좀더 생각과 목적이 있는 골프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도화도주’라는 필명으로 골프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이 탐사기에 대한 의견은 글쓴이에게 이메일(smyou21@naver.com) 보내 주셔도 감사히 받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