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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 화제] 휠체어 탄 갤러리 이강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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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연 씨는 전주에서 한국오픈 대회를 찾은 열혈 갤러리였다. [사진=코오롱그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남화영 기자] “선수들이 선물까지 주니 너무 고맙습니다.”

4년 전 추락 사고를 당해 하반신 불구가 된 이강연(50) 씨가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을 갤러리로 보기로 한 건 큰 모험이었다.

전주에 사는 그가 한 시간 반을 운전해 골프장까지 오가는 것도 힘들고 오르막 내리막이 제법 있는 골프장을 오르내리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사고를 당하기 전에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골프도 했던 스포츠 마니아였던 그로서는 ‘한국의 가장 큰 메이저 골프 대회의 현장에 가보고 싶다’는 바람과 ‘과연 코스를 돌면서 관전할 수 있을까’ 혹은 ‘민폐가 아닐까’ 라는 고민을 반복하다가 대회가 열리는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 전화를 걸었다.

골프장에서는 대회 주최사인 코오롱에 연락했고, 코오롱은 흔쾌히 스포츠단의 직원을 파견해 도우미 역할을 맡겼다. 이씨는 목, 금요일 이틀을 꾸준히 나왔다. 첫날은 갤러리 가이드를 보고 많은 선수들을 따라 다녔고 둘째날은 인기 선수들을 따라다녔다.

우정힐스 골프장은 평지 골프장이 아니다. 내리막과 평지에서는 본인이 휠체어를 조종했고 오르막이 심한 곳에서는 도우미인 코오롱 스포렉스 직원 김치헌 씨의 도움을 받았다. “14번 홀이 가장 어렵네요.” 선수들의 홀 난이도가 아니라 이씨가 이동하기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오르막 홀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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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2라운드에서 이강연씨가 14번 홀을 오르고 있다. 뒤에서 도우미 김치헌 씨가 따르고 있었다.


대학 다니는 2명, 고1 아들이 한 명 있는 그는 전주에서 한 시간 반을 직접 운전해서 오갔다. 이틀 외에도 주말에도 오고 싶다고 했다. “코스를 따라돌고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삶의 활력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색 갤러리의 등장에 주변 갤러리도 그의 시야를 확보해 주는 등 사소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도 특별 서비스를 보였다. 그가 따라다녔던 케빈 나(나상욱), 김승혁은 모자에 사인을 해주었고, 장이근은 자신의 장갑에 사인해서 선물했다. 미국 선수 존 캐틀린은 사인볼을 준 뒤에 라운드를 마치고는 떡을 선물로 주고가기도 했다. 선수들로부터 볼과 사인 세례를 듬뿍 받았다.

골프는 선수를 따라 움직이면서 관전하는 스포츠다. 거동하는 데 핸디캡을 가진 장애인이 관전하기에 편한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이씨는 휠체어를 끌고 따라다니면서 선수들이 한샷 한샷을 위해 긴장하고 신중하고 때로는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기운을 얻은 듯했다. TV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현장감이란 그런 것이다.

선수들 역시 열정 갤러리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들의 샷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대회 현장을 찾은 갤러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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