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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홈런왕 베이브 루스와 티칭프로 지미 밸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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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골프스윙에도 영향을 미쳤다.


1930년 어느 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홈런왕 베이브 루스(Babe Ruth, 1895-1948, 당시 뉴욕양키스)가 배팅연습을 하고 있었다. 많은 관중이 지켜봤는데, 특이하게도 그의 오른쪽 겨드랑이 밑에는 손수건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베이브 루스는 왼손 타자였다). 그 손수건은 홈런왕의 결정적인 비법이었다. 루스는 자신의 대주자로 활약해 ‘루스의 다리’라는 별명을 가졌고, 원정경기 때 같은 방을 쓰던 룸메이트 샘 버드(Sam Byrd, 1906-1981)에게 스윙을 가르쳐 주었다. “스윙하는 동안 절대로 왼팔을 몸에서 분리시키지 말라”고.

야구에서 골프로 이직한 샘 버드

1936년 서른 살의 샘 버드는 야구에서 은퇴하고 프로골퍼가 됐다. 1942년 PGA에서 첫 승을 올리고 총 6승을 기록한 후 1950년대 초반에 은퇴했다. 월드시리즈에서 활약한 야구선수가 골프로 전향해 PGA투어에서 우승한 경우는 버드가 유일하다.

1945년경에 버드는 베이브 루스의 비법을 벤 호건에게도 전수해 주었고 그들은 평생 동안 친구가 되었다. 은퇴한 버드는 알라바마 주에서 파3 코스와 드라이빙 레인지를 운영하는 티칭 프로가 되었는데, 알라바마 주의 주니어 챔피언이었던 17세의 지미 밸러드(Jimmy Ballard)가 그의 어시스턴트로 취직했다. 버드는 야구 스윙과 골프 스윙의 원리가 정확히 일치하며, 다만 골프의 스윙플레인이 아래로 기울어져있을 뿐이라는 것을 밸러드에게 가르쳤다. 지혜로웠던 밸러드는 스승의 가르침을 이론화해 위대한 스윙코치가 되었고, ‘골프매거진’으로부터 1980년대 베스트 코치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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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를 경험한 야구선수가 PGA투어서 우승한 일이 있다. 주인공인 샘 버드의 모습(왼쪽 야구, 오른쪽 골프).


밸러드의 키워드 ‘연결’

밸러드가 주장하는 키워드는 ‘연결(Connection)’이었는데 그의 이론을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왼쪽 팔을 언제나 몸에 밀착시켜서 연결 상태를 유지하고, 다운스윙 때에는 몸의 오른쪽을 사용하라. 어깨와 다리의 큰 근육들이 골프샷의 운명을 결정한다”, “왼쪽 팔의 팔꿈치 윗부분은 몸통과 붙어있으므로 팔꿈치 아랫부분의 짧은 팔만 사용한다.” “왼쪽 팔꿈치는 스윙 내내 아래 쪽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때 힘을 내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양쪽 팔이 몸과 밀착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운스윙으로 볼을 공격할 때 몸의 오른쪽이 힘의 원천이라는 이론은 지난 칼럼에 소개했던 토미 아머의 이론과도 일치한다. 밸러드의 주장은 당시 PGA가 가르치던 스윙이론과 정반대였으므로 PGA로부터 멤버 자격을 박탈 당했다. 당시에 인정받았던 이론은 팔과 손이 스윙을 컨트롤 하며, 다운스윙 때 왼쪽이 스윙을 리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지미 밸러드는 레슨 분야에서 철저한 아웃사이더가 되었고, 가장 저평가된 티칭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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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나와 골프스윙을 설명하고 있는 지미 밸러드(가운데).


무명의 선생을 찾아오는 스타플레이어들

밸러드는 1970년 초 시골 한 구석의 골프장에서 프로샵을 운영하며 레슨을 했는데, 소문을 들은 유명 프로들이 숨어 있는 그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PGA에서도 다시 회원자격을 취득하라는 초대가 왔지만, 전혀 다른 스윙이론을 받아들이면서 PGA프로가 되기는 싫었다.

1981년 그의 레슨 북 ‘완벽한 골프스윙(How to Perfect Your Golf Swing)’이 출판되었는데 그 책은 지금까지도 영향력이 있는 골프 레슨서적 중 하나이다.

밸러드는 1983년 마이애미의 도랄 골프클럽으로 옮겨 레슨을 했는데, 홀 서튼, 커티스 스트레인지, 샌디 라일, 세베 발레스테로스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더이상 골프계가 더 이상 밸러드를 무시할 수 없었다.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골프다이제스트’가 티칭 스태프로 초대했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짐 플릭 이나 밥 토스키와 스윙아이디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다.

1980년대 스웨덴 골프협회는 밸러드의 스윙이론을 도입하여 국가대표 선수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그 이후 스웨덴은 아니카 소렌스탐과 같은 대스타가 나오면서 골프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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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밸러드의 가르침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명예 회복

1996년 밸러드는 드디어 PGA가 주최한 세계 골프레슨 회의(PGA World Teaching Summit)에 강사로 초대 받았다. 그리고 강연 후 가장 긴 박수 갈채를 받았다. 1998년 같은 회의에 다시 한 번 밸러드를 초대한 PGA는 정반대의 이론을 가진 유명 티칭프로 짐 플릭(Jim Flick)과 공개 토론을 마련했다.

“밸러드의 아이디어는 톱 플레이어에게만 유효하고 일반 골퍼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짐 플릭)

“나는 일반 골퍼들을 가르치면서 현재의 스윙이론을 만들었고 그들을 모두 최고의 볼 스트라이커로 만들었다.” (지미 밸러드)

누구의 이론이 맞는지 명백한 해답은 영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골퍼에게 적용되는 스윙의 비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에 자기의 스윙에 무엇인가 변화를 주고 싶은 골퍼들은 베이브 루스를 생각하며 손수건을 왼쪽 겨드랑이에 끼워보기 바란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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