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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과 KLPGA 김상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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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회장.[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1989년 전남 광주에서 연립 한 동으로 시작해 오늘날 굴지의 건설기업을 일궈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배추밭을 사서 집을 지으면 대개 불도저로 밀고 공사를 시작하나 김 회장은 배추를 일일이 뽑아 아내에게 시장에 내다 팔게 했을 정도로 알뜰하게 사업을 키웠다.

기업의 성장과정은 간단치 않았을 것이다. 위로가 된 건 골프였다. 김 회장은 바쁜 와중에도 부부 동반으로 골프를 즐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와의 인연도 깊다. 2001년 맨 땅이 드러날 정도로 망가진 대영 루미나 골프장을 인수해 대대적인 투자로 10여 년 만에 번듯한 스카이밸리CC로 탈바꿈시켰다. 2009년엔 골프단을 창단해 남녀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김 회장은 급기야 지난 3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에 취임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이루지 못한 꿈을 여자 협회를 통해 이뤘다. 김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드림투어(2부 투어)와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 활성화를 약속했는데 곧바로 드림투어에 상금 5억짜리 대회를 두 개나 신설했으며 생중계도 도입했다. 아울러 챔피언스투어엔 상금 2억원짜리 대회를 4개나 신설했다.

김 회장의 강한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 오점을 남길 일이 생겼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의 재선임 건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10월 KB금융챔피언십 파행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상태였다. 하지만 이사회를 통해 임기 2년의 경기위원장에 재기용됐다.

익명을 요구한 협회의 모 이사는 지난달 27일 KLPGA 시상식 때 김 회장에게 “최진하 경기위원장의 재선임 얘기가 떠도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으로부터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최 위원장은 버젓이 재선임됐다.

KLPGA 이사회는 투표를 통해 최 위원장의 재선임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특정 세력에 의해 과반 이상이 장악된 상태였다. 민주적으로 보이는 투표는 민주적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김 회장이 왜곡된 정보에 휘둘렸을 가능성이 있다.

최 위원장의 재선임은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미국 골프채널은 “경기위원회의 오판으로 인한 불합리한 경기 운영으로 우스꽝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골프닷컴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선정한 시상식에서 KLPGA투어에 ‘관리태만상’ 수여했다.

그릇된 결정인 까닭에 협회의 결정은 언론과 회원, 그리고 팬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피해 당사자인 KB금융그룹의 심정은 어떨까? 삼천리그룹과 이수그룹, BMW그룹이 내년부터 KLPGA투어에서 빠지기로 한 게 오로지 계약종료 때문일까? KLPGA투어는 빈 자리가 안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데 말이다.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의 파행운영은 한 개인이 책임지고 물러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의사결정 시스템의 문제였다.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집행부는 적임자가 없다는 궤변 속에 희생양으로 삼았던 최 위원장을 재선임했다. 협회 집행부가 세상을 우습게 만들었다. 김 회장이 의사결정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경기 단체에서 기업인을 회장으로 영입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후원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선진화된 기업 운영 시스템을 협회 행정에 접목하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그 안엔 문책 인사를 당한 경기 위원장의 얼렁뚱땅 재선임 같은 비상식적인 결정을 방지하고자 함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안전이 생명인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났는데 책임지고 사표를 낸 사람이 아무런 처벌도 없이 원대복귀하는 일이 가능할까? 호반건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랬다면 오늘날의 호반건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KLPGA나 호반건설이나 마찬가지다. 흥하든 망하든 모든 공과(功過)는 결국 회장의 몫이다. 작은 균열이 둑을 무너뜨린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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