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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GA투어 칼럼] 아시안 스윙 3개의 대회가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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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옆에 두고 우승 인터뷰하는 저스틴 토마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리)=남화영 기자]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해 한국을 거쳐 중국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아시아 3국을 도는 이른바 ‘아시안 스윙’은 골프팬들에게는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무대이자 아시아에 골프 세대를 형성하는 씨앗이다.

올해 역시 세 개의 대회에서 3명의 뛰어난 챔피언을 발굴했다. 수준 높은 경기력은 아시아 골퍼들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챔피언이란 항상 실력을 가다듬어야 하고, 끊임없이 준비해야 하며, 극단적으로 집중해야 얻을 수 있는 것임을 팻 페레즈(미국), 저스틴 토마스(미국),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잘 보여주었다.

지난 10월12일부터 나흘간 열린 CIMB클래식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TPC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되는 8번째 대회였다. 저스틴 토마스는 이 대회에서 지난해까지 2연패를 한 뒤로 올해 5승을 하면서 올해의 선수에까지 올랐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전년도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한 것을 분기점으로 해서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었다. 이 두 20대 초반 선수들은 오늘날의 골프 대회를 익사이팅하고 젊은 스포츠로 규정짓는 대표적인 아이콘들이자 세계 골프 랭킹 5위의 스타다. 하지만 정작 대회를 마쳤을 때 트로피를 들어올린 선수는 41세의 팻 페레즈였다.

피트니스나 다이어트와는 상관없을 듯한 체구의 멕시코 혈통을 가진 페레즈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연출하는 선수다. 농구화 같은 하이탑을 즐겨 신고 긴 머리를 기르며 1980년대 락스타처럼 옷을 입는다. “나는 어떤 것도 바꾸지 않아요.” CIMB클래식에서 4타차 우승을 하고 나서도 그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억지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몸매 관리를 하지 않아요.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죠. 그래서 실은 이 대회에서도 우승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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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펫 페레즈가 CIMB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타이거 우즈와 동년배인 페레즈는 20개월 전까지 어깨 부상을 당한 상태여서 투어에서 전혀 주목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투어에 복귀해서 그의 내면에 있던 괴물이 작동했다. 2009년 1월 밥호프클래식에서 처음 우승한 이래 7년이 지난 지난해 CIMB클래식에서 33위로 마치고는 이어진 멕시코 마야코바에서의 OHL클래식에서 생애 2승째를 거둔다. 그게 페레즈의 골프 인생에 다시 불을 붙였고 지난 시즌 페덱스컵에서 15위로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이어진 올해 CIMB클래식까지도 우승한 것이다.

페레즈의 우승 이후 19일부터 나흘간 올해 처음 한국 제주도에서 열린 더CJ컵@나인브릿지는 신세대들의 경연장이었다. 첫날 저스틴 토마스는 9언더파 63타를 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제주도의 강한 바람에 모든 선수들이 시련을 겪어야 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페덱스컵에서 대상을 받고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토마스는 마크 레시먼(호주)과의 두 번째 연장 홀에서 멋진 버디를 잡으면서 그가 올해 이뤘던 성과가 운이 아니었음을 과시했다. “올해 처음 만들어진 CJ컵에서 우승하는 것으로 마감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연말까지는 아무 시합도 나가지 않고 즐길 겁니다.”

올해 신설된 이 대회에서는 트로피가 한글로 쓰여져 주목받았다. 특히 챔피언인 저스틴 토마스의 이름이 황금색으로 입혀진 점이 관심을 끌었다. “트로피가 독창적이어서 너무 마음에 듭니다. 황금으로 제 이름이 적혀 있어서 그게 어디에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죠.”
한국의 김민휘는 선전했으나 마지막날 선두에 3타가 뒤지면서 연장에 나가지 못하고 4위로 마쳤다. 잠재력이 높은 안병훈 역시 고국팬들 앞에서 활약했으나 11위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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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로즈가 HSBC챔피언스에서 선두 더스틴 존슨에 8타차를 따라잡아 역전 우승했다.


제주도 대회를 마친 선수들은 중국 상하이로 향했다. 26일부터 나흘간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HSBC챔피언스에서는 세계 골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이 출전했다. 존슨은 첫날 68타에 이어 63, 68타를 치면서 6타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하면서 한 해에 WGC 세 개 대회의 타이틀을 차지하는 기록 달성을 눈 앞에 두었다. 하지만 파이널 라운드에서 5오버파 77타로 부진하면서 절호의 기회를 날렸고,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후반에 무려 5개의 버디를 잡아내는 등 5언더파 67타를 치면서 8타차의 대역전 우승을 연출해냈다.

“대회 첫날 2위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죠.” 2016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로즈는 세계 랭킹 1위 존슨을 비롯해 브룩스 코엡카(미국), 헨릭 스텐손(스웨덴) 등의 베테랑을 제치고 우승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다 되는 날이요. 특히 오늘처럼 세계 1등을 8타차 뒤에서 따라잡는 날이요. 뛰어난 선수들을 꺾고 우승하는 건 그만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말레이시아, 한국, 중국을 거치면서 진행된 세 개의 아시안 스윙 모든 대회가 그 주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정확하게 가려냈다. 세 명의 챔피언들은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다. 또한 아시아에서도 PGA투어가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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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아 추 치앙 PGA시니어디렉터.


- 글을 쓴 추아 추 치앙(Chuah Choo Chiang)은 PGA투어 시니어 디렉터로 투어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말레이시아의 TPC쿠알라룸푸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그는 이전까지 아시안투어 사무국 커뮤니케이션파트에서 18년간 일한 전문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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