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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드문 남녀 혼합 경기한 적도기니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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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두번 갈아타고 적도기니 수도 말라보에 도착하고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기 전 박효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아프리카의 적도 인근 적도기니에서 열린 3e액추아리스오픈(총상금 25만달러; 2억7310만원)은 세계 랭킹 포인트가 없고, 상금도 적은 마이너 대회지만 출전 선수들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남녀 프로가 한 조로 섞여 함께 경기를 했을 뿐 아니라 캐디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거리를 읽고 퍼팅을 해야 했다. 간혹 실력차가 현격한 아마추어까지 한 조에서 플레이하기도 했다.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한국에서 1만2232km 떨어진 아프리카 적도기니 몽고모의 프레지덴셜골프코스(파72)에서 전 세계 6대륙 34개국 출신의 남자 프로 59명, 여자 프로 38명에 아마추어 십여 명이 출전한 적도기니골프챔피언십이 5회 대회를 치렀다.

‘로드투몽고모(Road to Mongomo)’라는 부제가 붙은 이 대회에 한국 남녀 선수 5명이 출전했다. 2년째 출전한 위창수(45)는 베테랑답게 마지막날 4언더파 68타를 치면서 역전 우승까지 노렸으나, 최종 합계 7언더파 209타로 3위로 마쳤다. 남아공의 카미스 피터가 마지막날 6언더파 66타를 쳐서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로 폴렛 스미스 로버츠(짐바브웨)와 연장전 끝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올해 상금 30위에 오른 박효원(30)과 투어프로를 지망하는 박연우(26)는 최종 합계 5오버파 221타로 공동 16위를 기록했다.

여자부에서는 2부 투어의 이은지(23)가 첫날 3언더파 69타를 치면서 선두권에 올랐으나 후반에 리드를 지키지 못해 최종 합계 3오버파 219타로 11위를 했고, 김아름(25)은 19위로 마쳤다. 여자부에서는 스웨덴의 아비손 운 줄리아가 마지막날 69타를 쳐서 최종 합계 3언더파 213타로 우승했다. 토요일부터 내린 많은 비로 한 라운드는 취소되고 54홀 경기로 거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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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모 코스에서 한국 선수들 5명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박연우, 박효원, 위창수, 이은지, 김아름.


경기야 악천후가 겹치면 축소 운영될 수 있지만 이 대회는 정규 골프 대회와는 여러 모로 달랐다. 한국 선수들은 떠나기 전까지도 말라리아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나 고민했다. 초청 대회였으나 좌석이 이코노미석이어서 장시간 이동해야 했던 한국 선수들은 제 컨디션을 내기 어려웠다. 김아름은 “2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 다리가 부었는데 하루만 연습하고 다음날 시합하려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대회는 또한 하우스 캐디를 쓰도록 했는데, 그들이 볼을 봐주고 거리를 알려주기는커녕 골프백만 드는 수준에 불과했다. 드라이버와 우드를 구분 못하는 캐디도 있었다. 선수들은 일일이 야디지북을 보면서 바람과 거리와 라인을 스스로 읽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는 선수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박효원과 김아름은 “내년에 초청하면 또 가고 싶다”고 했다. 캐디와 코치 등 주변 도움 없이 낯선 환경에서 전혀 다른 선수들과 시합하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하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진귀한 체험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예선 1,2라운드를 남자-여자-아프리카 출신 선수로 한 조를 편성했다. 출전 선수가 적어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그러다보니 남자 선수가 백 티에서 티샷을 하면 여자 선수는 앞으로 한 참 걸어가 화이트 티에서 샷을 했다. 남녀 선수가 한 홀에서 티샷 거리만 달리해 시합했다. 박효원은 “여자 선수들은 아마추어 남자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파워 골프를 자신의 골프와 비교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캐디에게 의존하지 않고 대회 주최측에서 주는 야디지 쪽지와 지형지물 만을 이용해서 거리를 파악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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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창수와 그의 백을 멘 캐디.


서로 색다른 경험을 나흘간 하면서 선수들은 친해졌다. 김아름은 대회가 재미있었다고 회고했다. “선수들이 적어서인지 모두가 전혀 긴장도 안하고 즐겁게 시합했고, 다들 친구처럼 지냈다. 남자 선수와 함께 같은 홀에서 시합하는 건 색다르지만 재미난 경험이었다.”

심지어 박효원의 동반자는 대회를 주최한 액추아리스 그룹의 올라왈 아파인카 CEO였다. 박효원도 “올라왈 CEO는 타수가 100개를 넘었던 것 같다. 같은 조 여자 선수도 그냥 프로가 아니고 장타 대회를 다니는 선수였다. 드라이버는 엄청나게 멀리 치는 데 늘 숏게임이 문제였다. 평소 대회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동반 플레이어 조합이었다.”

2013년 18명으로 시작해 올해로 5년 째를 맞은 이 대회는 지난해부터 남녀 대회로 규모를 키웠고 출전국도 처음 12개국에서 지난해 28개국으로 확대하더니 올해는 6개국이 더 추가됐다. 아프리카와 유럽 선수가 대부분인데 아시아에서는 골프강국으로 이름난 한국에서 5명이나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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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회 남녀 우승자가 적도기니 대통령 별장을 배경으로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남자는 최종 성적 상위 30명에게 상금을 줬는데 1위 3만 달러(약 3277만원)에서부터 총 15만 달러의 상금이 차등 지급됐다. 여자는 18명에게 시상됐는데 1위는 역시 3만 달러에서 시작해 총 10만 달러의 상금이 순위에 따라 차등 배분됐다. 위창수는 7500달러, 박효원은 3300달러, 이은지는 3000달러를 받았다.

박효원은 마지막날 함께 라운드 한 아프리카 출신의 54세 노장 선수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의 장비는 볼품없었다. 나이도 많았는데 마지막 날은 나보다 잘 쳤다. 서로 많은 얘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그에게 ‘아프리카 말고 더 큰 투어의 챔피언스 투어라도 나가보라’고 말해주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 대회에도 숨은 고수는 있다. 골프는 장소, 나이와 동반자에 상관없이 결국은 자기 자신이 무한 책임을 지는 외로운 경기 임을 머나먼 적도 근처 사막 코스는 다시 증명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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