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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신계(神界)에서 내려온 리디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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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신계(神界)에 머물던 리디아 고(사진)가 인간계(人間界)로 내려왔다. 영원할 것처럼 보이던 그녀의 견고한 골프가 무너졌다. 15세에 LPGA투어 첫 우승을 거두고 17세에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골프 천재가 2017년엔 우승하지 못했다. 골프를 시작한 후 좌절을 모르고 성공 가도를 질주하던 골프 인생에 쉼표 하나가 찍힌 셈이다.

리디아 고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스윙 코치와 클럽, 캐디 등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든 걸 교체하는 도박을 했으니 말이다. 전문가들의 관심은 그녀의 천재성이 이런 변화를 뛰어넘을 수 있을 지에 집중됐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점 흐트러짐 없던 기계적인 스윙이 흔들렸고 차돌같던 멘털도 물러졌다. 그 결과 체스를 두듯 전략적이던 리디아 고의 골프는 약화됐다.

리디아 고는 작년 시즌을 마친 직후 스윙코치를 데이비드 레드베터에서 게리 길크리스트로, 장비를 캘러웨이에서 PXG로 교체했다. 그리고 캐디는 여러 차례 바꿨다. 스윙 코치를 바꾼 이유는 프로데뷔 초의 스윙으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용품 교체는 후원금(돈)과 관련이 있었다. 캐디는 밖으로 얘기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다.

블랙잭을 바라던 도박에 대한 대가는 혹독했다. 지난 3년간 12승을 거두며 매년 200만 달러 이상의 상금을 획득했던 리디아는 올해 26개 대회에 나가 준우승 3번에 117만 7450달러를 버는데 그쳤다. 85주간 1위 자리를 지켰던 세계랭킹도 9위까지 떨어졌다. 리디아 고가 올해 우승없이 상금랭킹 13위에 그쳤다는 것은 LPGA투어의 핫뉴스다.

중요한 건 기량에 대한 변별력이 드러나는 메이저 대회 성적이었다. 리디아 고는 타이틀 방어에 나섰던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11위를 기록했으나 KPGA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공동 59위, US여자오픈에서 공동 33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공동 59위를 기록했다. 그나마 54홀로 단축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3위에 오른 게 위안거리였다.

리디아 고는 그러나 부진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슬럼프에 빠졌다고 말하지만 난 견고한 플레이를 했다. 톱10에 11번이나 든 게 그걸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승없는 리디아 고가 익숙치 않기에 많은 이들의 입에선 '슬럼프'란 단어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리디아 고는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을 마친 후 한달간 휴식에 들어갔다. 골프채를 잡지 않고 콘서트장을 찾아다니는 등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있다. 리디아 고는 시즌을 마친 후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승은 엄청난 일이지만 때론 과대평가되는 부분이 있다. 경기를 잘 하는데 우승을 못할 수도 있다. 모든 인생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올 해 내가 그렇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인내심이다. 과거에 비해 골프 천재의 자신감과 인내심은 분명 약해졌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리디아 고가 잘 보여줬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는 법이다. 낙천적인 성격 덕에 올해의 쓴맛은 보약이 될 것이다. 줄어든 기대감은 홀가분함을 준다. 천재성은 쉽게 빛을 잃지 않는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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