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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창수 등 5명 적도기니 골프 대회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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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승자 크레이그를 무등 태우고 축하해주는 적도기니 청소년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우승이 없는 골프 선수의 삶은 고될 때가 많다. 한국에서 1만 2232km나 떨어진 아프리카 대륙 중간 적도기니까지 한국 남녀 선수 5명이 다음주 대회를 위해 긴 여행길에 오른다.

오는 14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골프 대회 3e액추아리스오픈(총상금 25만달러; 2억7310만원)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출신의 위창수(45)를 비롯해 한국프로골프(KPGA)의 박효원(30), 박연우(26),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드림투어의 이은지(23), 김아름(25)까지 5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

‘로드투몽고모(Road to mongomo)’라는 슬로건이 붙은 이 대회는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적도기니골프챔피언십이다. 전 세계 6개 대륙 34개국에서 남자 60명, 여자 41명에 아마추어 9명을 합친 총 110명의 골프선수가 출전해 우승을 다툰다. 2013년 18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출전자는 67명이었고 올해는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첫 3년간은 남자만 출전했으나 지난해부터 남녀 대회로 규모를 키웠고 출전국도 처음 12개국에서 지난해 28개국으로 확대했고 올해는 6개국이 추가됐다. 아프리카와 유럽 선수가 대부분인데 아시아에서는 골프강국으로 이름난 덕분에 한국에서 5명이나 초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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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우승자에게는 트로피가 여자 우승자에게는 쟁반이 수여되고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한다.


34개국서 남녀 110명 출전
남자는 최종 성적 상위 30명에게 상금을 주는데 1위 3만 달러(3277만원)에서부터 총 15만 달러의 상금이 차등 지급된다. 여자는 18명에게 시상되는데 1위 3만 달러에서 시작해 총 10만 달러의 상금이 순위에 따라 배분된다. 상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상금을 100% 지급하는 비과세라는 게 매력적이다. 똑같은 코스에서 치르지만 남자 선수들이 챔피언 티에서 모두 출발한 뒤 여자 선수들이 보다 짧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출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몽고모로 가는 길’이란 슬로건처럼 대회장으로 가는 길이 아주 고되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다면 베이징으로 가서 아프리카의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거쳐야 적도기니의 수도 말라보에 도착한다(오는 길엔 카메론의 두알라를 한 번 더 경유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내륙 도시인 바타까지 국내선이나 선박으로 이동한 뒤에 셔틀 버스로 몽고모까지 200km이상 달려야 한다. 말라보까지 가려면 하늘에서만 20여 시간을 떠 있어야 하는데 좁은 좌석에 생소한 항공기, 환승 대기시간까지 생각하면 무사히 숙소에 도착해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게 경기의 최대 관건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남자 부문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출신의 위창수를 비롯해 올 시즌 19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없이 상금 30위(1억3415만원)를 기록한 박효원과 아직 투어 출전권을 얻지 못한 박연우가 출전한다. 박효원은 "장거리 비행인데 이코노미석을 타야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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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했던 위창수는 올해 두번째로 출전한다.


2006년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 등 아시안투어에서 7승을 거둔 위창수는 지난해 PGA투어 생활을 은퇴했으나 아시안투어에는 종종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이 대회에는 두 번째 출전한다.

2007년 KPGA 1부리그에 데뷔한 박효원은 3년간 투어 생활을 하고 국군체육부대를 마치고 2012년에 복귀해 6년을 뛴 9년 경력의 중견 선수다. 지난 2015년 개막전 동부화재에서 2위를 하는 등 상위권에 올랐지만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비행편을 두 번 갈아타는 만큼 장기 비행에 따른 컨디션 유지가 최대 관건이다. “여러 나라에서 출전하는 만큼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오겠다”고 말하면서 “모기약과 살충제를 많이 준비하고 갈 예정”이라고 했다.

여자는 2부 투어를 뛰는 김아림과 드림투어에 속해있지만 올해 몇몇 1부 투어 대회에 출전한 이은지가 있다. 두 선수 모두 KLPGA를 통해 지난 10월에 대회 추천을 받았다. 이은지는 아프리카에 갈 때는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수소문하던 중 안 맞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내년 1월 예정된 겨울 전지훈련을 가기 전이어서 시간을 낼 수 있었다”면서 “걱정은 좀 되지만 컨디션을 잘 조절해 대회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2부투어에서 6년을 보낸 김아름은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일 것 같아 흥분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처음엔 생소했지만 흔히 가볼 수 없는 기회일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출전 선수들이 많지 않아 대회를 마치면 다들 친구가 될 것 같다. 좋은 기운과 경험을 하고 와 내년에는 좋은 성적으로 1부 투어에 진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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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회 시상식날. 모자 쓴 응게마 대통령에게 아파인카 3e엑추아리스 CEO가 각종 시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몽고모에서 열리는 이유
이 대회는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이 시상식에 참석해 트로피를 직접 수여하는 말 그대로의 대통령배 대회다. 대회장은 아프리카의 3대 석유 부국에 속하는 적도기니의 3개 뿐인 골프장 중에서도 가장 좋다는 프레지덴셜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다.

지난해는 크레이그 힌튼(잉글랜드)이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남자부문에서 우승했고, 패즈 에체베리아(칠레)가 여자 부문에서 우승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회를 우승한 나이지리아의 랭킹 3위 앤드류 오체 오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이름난 선수들이 재기를 벼르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LPGA투어 출신으로 리우올림픽에도 나간 마리아 조세 우리베(콜롬비아)와 유러피언여자투어(LET) 소속 선수들이 다수 출전한다.

2003년 설립된 대회의 메인 스폰서인 3e엑추아리스는 나이지리아의 보험회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다. 올라왈 아파인카 3e엑추아리스 CEO는 아프리카의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이 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38년째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응게마 대통령의 치적을 세계에 홍보하고 싶다는 의도도 읽힌다. 남녀 대회로 확대하고 초청국가를 넓힌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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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e 엑추아리스오픈 대회 포스터.


지난 1979년 쿠데타로 집권한 응게마 대통령이 75세의 나이에 직접 대회장에 나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들 사이에서 시상하는 건 그럴듯한 대외 행사다. 적도기니의 수도인 말라보가 아니라 내륙 끝에 위치한 몽고모에서 국제 대회를 치르는 건 그곳이 대통령이 태어난 고향이기 때문이다. 골프장 뒤로는 대통령의 별장이 왕궁처럼 웅장하게 보인다. ‘로드투몽고모’의 다른 해석이다.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있는 적도기니 면적은 2만8051㎢로 한국의 4분의 1정도인데 인구는 고작 74만명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8918달러로 높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메마른 땅에 소득이 높은 이유가 있다. 1996년에 유전이 발견되었는데 잠재 매장량이 아프리카 3위로 추정되면서 이 나라는 돈벼락을 맞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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