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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까칠한 크리스티 커의 선행(善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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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0세를 맞아 출전했던 KEB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경기중인 크리스티 커. [사진=KEB 하나은행챔피언십 대회본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크리스티 커는 투어 내에서 깐깐한 선수로 유명하다. 뭘 쉽게 지나가는 일이 없다. 화려한 외모에 글래머러스한 몸매,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화목한 가정 등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을 들여다 보면 힘겨운 시간의 연속이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 까칠한 성격은 그런 인생 역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1977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커는 원래 왼손잡이였는데 오른손으로 골프를 배웠다. 8살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한 커는 16세 때인 94년 주니어 메이저 대회인 오렌지볼 인터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듬해엔 우먼스 웨스턴 아마추어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커는 95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했던 퓨처스투어(LPGA의 2부 투어) 아이언우드 퓨처스 클래식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프로대회 첫 승이었다. 고교 졸업 직후인 96년 18세의 나이로 프로전향을 선언한 커는 97년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종예선에서 박세리와 함께 공동수석의 영예를 안았다. 그때까지는 승승장구였다.

하지만 LPGA투어의 초기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상금랭킹 50위 안에 드는 데 3시즌이 필요했다. 우승엔 6시즌이 필요했으며 첫 우승은 2002년 롱스드럭스챌린지에서 거뒀다. 그리고 지난 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에서 투어 통산 20승째를 거뒀다. 느리지만 앞으로 꾸준히 걸어나간 결과였다.

커는 22세 때인 99년 초고도 비만에 걸려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키가 160cm인 커는 당시 체중이 79kg이나 나갔다. 과체중이 심해 허리에 경련이 일 정도였다. 이혼한 그의 부모는 모두 당뇨병 환자였다. 커의 어머니는 휴유증으로 심장마비가 오기도 했다. 커는 눈물겨운 다이어트를 해 23kg을 감량했고 현재 체중 57kg을 유지하고 있다. 외모와 달리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이다.

2010년엔 메이저 대회인 LPGA챔피언십에서 2위인 김송희를 투어역사상 최다 타수차인 12타차로 앞서며 우승했다. 그 우승으로 커는 마침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놀라운 것은 커가 올해 4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카 뻘 되는 어린 선수들과의 우승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관리에 충실하며 훈련에도 열심인 것이 롱런의 비결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커는 만 40세를 맞은 이달 초 한국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했을 때 자신의 새로운 목표를 밝힌 바 있다. “40대에 우승하고 싶다. 그래서 LPGA투어가 20대 들의 게임이 아니란 걸 증명하고 싶다”고.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였을 뿐 속 뜻은 따로 있었다.

커의 어머니 린다는 유방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다. 그래서인 지 커는 암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다. 어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2003년 유방암 환자를 돕기 위한 재단도 설립했다. 버디 1개당 50달러 씩을 적립했으며 와인사업을 병행해 수입금을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그 돈이 400만 달러(약 45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지지한 커는 현재 트럼프의 골프장에 와인을 납품하고 있다. 또 그의 후원사인 ‘뮤추얼 오브 오마하’는 커가 3위 이상의 성적을 내면 자선기금을 그녀의 재단에 내고 있다. 커가 여전히 우승에 목마른 이유다.

커는 최근 2승을 거뒀다. 3주전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여자투어(LET) 라코스테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우승상금중 일부를 떼내 올초 폐암으로 숨진 카산드라 커크랜드를 위해 기부했다. 그리고 라코스테 레이디스 오픈 우승 몇일 후엔 그녀의 친한 친구인 켈리 키니의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했다. 커는 말레이시아에서 우승한 후에도 암 퇴치를 위한 기부를 계속했다.

커는 말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암으로 잃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인류가 빨리 암 퇴치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한 유일한 길은 돈을 모으는 것 뿐이다“라고. 커는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최종일 마지막 18번홀에서 10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우승했다. 그게 들어가지 않았다면 커와 펑샨샨, 다니엘 강, 재키 콩콜리노 등 4명이 연장전을 치러야 했다. 강한 염원은 필드 위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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