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웰링턴)=남화영 기자]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이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열리고 있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 디오픈을 주최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 그리고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가 연합해 만든 이 대회는 아시아 40여개국 120여명이 출전해 우승자에게 마스터스 출전권을 주는 대회다.

1895년 설립되었다는 고풍스런 로얄웰링턴골프클럽은 3라운드가 되면서 우승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마추어 대회지만 주말이라서 그런지 전날보다 갤러리 수도 늘었다. 호주 교포인 이민우가 선두를 이룬 이날 선두조에는 유독 그를 따르는 그린재킷을 입은 갤러리가 많이 보였다.

마스터스 우승자가 입는 재킷이면서 동시에 오거스타내셔널의 회원이라는 의미인 그린재킷을 입은 신사들이 타는 카트에는 마스터스가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챔피언조를 따라 한두 사람이 짝을 이뤄 걷거나 카트를 타고 관전하고 있었다. 그들은 선수가 샷을 하고 퍼트를 하는 순간마다 서로 소곤거리면서 진지하게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전 세계 300명 미만의 회원밖에 없다는 그린재킷을 입은 한 신사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는 호주에 사는 오거스타내셔널 회원이었다. 회원이 된 지는 5년이라고 했다. 미국의 조지아 남부에 위치한 오거스타내셔널은 10월말에 개장해 5월이면 문을 닫는다. 1932년 개장한 이 골프장은 회원 가입이 극도로 어렵기로 유명하다. 연회비를 내는 종신 회원제라서 회원권 반납이 들어오지 않는 한 새로운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호주에 살지만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일년에 12번 정도 라운드를 한다고 말했다. “일 년에 세 번 정도 미국 출장을 가는데 그때마다 라운드한다.” 어떻게 회원이 되었냐고 묻자 “매우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짧게 말한 뒤에는 더 잇지 않는다.

AAC는 오거스타내셔널이 비용을 전액 부담해 아시아의 40개국 엘리트 아마추어들을 초청하는 대회다. 회원으로서 이런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는 골프장 설립자인 보비 존스와 클래포드 로버츠의 뜻을 존중한다. 그들은 아마추어 골프를 육성하고자 했다. 오늘날 이 대회가 아시아의 뛰어난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어서 회원으로서 찬성한다. 아시아로서는 판타스틱한 이벤트가 아니냐.” 그러면서 두 팔을 펼쳐보였다. ‘지금 이 현장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면 알지 왜 묻느냐’는 뉘앙스였다.
오거스타내셔널은 매년 AAC를 개최할 때면 회원들이 골프 대회장을 찾아서 개최국은 물론 각국의 골프 관계자와 인맥을 쌓고 교류한다. 개최 장소가 관광지와 연결되어 있으면 회원들은 부인을 동반하고 대회장을 찾는다. 화요일과 금요일 두 번에 걸쳐 열리는 웰컴 디너에서 이들은 주빈이 되어 개최국의 각계 각층 명사들과 소통한다.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올해는 주변에 뛰어난 명문 코스들이 많기 때문에 꽤 많은 회원들이 찾은 듯했다.

“17명 정도의 회원이 이번 대회에 와서 관전하고 있다”는 그는 자신의 사진을 찍는 것과 함께 이름을 알리는 것도 꺼렸다. “오거스타내셔널과 관련된 정책이나 내용은 공식 루트를 통해서만 말하게 되어 있다”면서 “골프장이 언론에 관해 매우 엄격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용히 그린재킷 입는 신사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린재킷은 선수들의 경우 마스터스 우승 후 1년간 자유롭게 입고 다닌다.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각종 행사장에 그린재킷을 입는 게 가능한 건 그가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면 오거스타내셔널 클럽하우스의 챔피언스 라커에 옷을 보관해야 되고 마스터스 기간에는 꺼내 입을 수 있다. 마스터스에서 3번 이상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는 명예 회원이므로 회원과 같이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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