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골프상식 백과사전 83] 한국 여자 LPGA투어 우승 역사
이미지중앙

1998년 박세리의 US오픈 우승이 오늘날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사진=US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서울올림픽 개최 열기가 뜨겁던 1988년 3월27일 미국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구옥희 프로가 애리조나에서 열린 터콰이즈클래식(나중에 스탠더드레지스터로 개칭)에서 7언더파 281타로 우승했다. 구옥희는 8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가 활약하다 미국 진출 2년 만에 꿈같은 우승을 거뒀다.

골프 인구가 극소수였던 한국에서는 잠잠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978년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부설 여자부로 구옥희를 포함해 8명의 프로가 처음 배출되었다. 10주년을 맞은 88년에야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창설됐기 때문이다. 그해에 국내 대회는 9개가 열렸고, 출전 선수라 해야 동해오픈의 부설로 출전한 33명이 최다 선수였다.

구옥희는 미국과 일본의 각 대회를 오가는 생활을 향수병과 싸우면서 92년까지 무려 7년간이나 버텼다. ‘외롭고 힘들었지만 골프 선수가 아니면 어떻게 미국을 돌아볼까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고우순이 94, 95년에 걸쳐 LPGA투어 2승을 추가했다. 하지만 그건 일본 JLPGA투어와 LPGA의 공동 개최 대회였던 도레이재팬퀸즈였으니 미국 무대에서 우승한 것은 아니다.

이미지중앙

상금은 KLPGA 집계치. 한국인 누적 승수는 163승


박세리 1998년 4승
199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상금 선두(2억426만원)로 마친 박세리는 삼성의 후원으로 이듬해 1월 미국으로 진출했다. 데이비드레드베터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면서 초청 선수로 5개 대회를 뛰었고 97년말 LPGA 퀄리파잉(Q)스쿨에서 크리스티 커와 공동 메달리스트에 오르면서 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1998년의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시절이라 골프 대회도 대폭 줄었다. 11개이던 KLPGA 대회수는 고작 7경기만 치러졌다. 100곳 미만이던 골프장 내장객도 대폭 줄면서 그린피 할인과 각종 프로모션이 넘치던 시절이다.

박세리는 첫 대회에서 3위를 했고 5월에 열린 메이저 대회 맥도널드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US여자오픈은 7월2일부터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열렸다. 4라운드 끝에 박세리는 태국의 제니 추아시리폰과 동타를 이뤘고, 다음날 18홀의 연장전(다음날 18홀 연장전으로 승부를 가리던 방식이 2007년부터 3홀 추가 연장전으로 바뀌었다)과 2홀의 연장 서든 데스 끝에 우승했다.

진출 첫 해에 박세리는 2승(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 자이언트이글클래식)을 더해 총 4승을 거두며 LPGA투어의 ‘올해의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2003년까지 매년 3~5승을 착실하게 거두었고, 메이저 5승에 총 25승이라는 위업을 쌓으면서 2007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여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골프팀 감독을 지냈고 LPGA투어 18년째인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LPGA대회 KEB하나금융챔피언십에서 은퇴했다.

이미지중앙

지난 2004년 나비스코에서 우승한 박지은이 포피의 연못에 빠지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박세리의 98년 우승 신화는 동년배와 선후배들의 LPGA진출을 현실 가능한 꿈으로 만들었다. ‘수퍼 땅콩’ 김미현은 1996년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박세리에 이어 KLPGA 상금 2위에 올랐고 97, 98년에는 2년 연속 3승씩 거두면서 상금 1위에 올랐다. 라이벌 박세리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는 그는 스폰서 없이 이듬해인 99년 미국 투어에 뛰어들었다. 무려 40개에 이르는 대회를 빠짐없이 출전한 결과 김미현은 데뷔해에 2승을 올리면서 역시 ‘신인상’을 받는다. 작은 키에서 외국 선수들과 겨루는 강행군이 잦은 부상으로 이어졌고, LPGA 통산 8승을 쌓은 뒤 2012년 10월에 은퇴했다.

중학 1학년 때 미국 골프 유학을 떠나 아마추어에서만 55승을 거둔 박지은은 1999년 대학 재학중에 프로에 데뷔해 이듬해부터 우승을 거뒀다. ‘버디퀸’이란 별명답게 호쾌한 골프를 한 그는 2004년 메이저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LPGA 통산 6승을 거뒀다.

한희원은 국내투어를 뛰다 일본투어를 거쳐 LPGA에 진출했다. 1999년 일본프로골프협회(JLPGA)투어 신인상을 받고, 2001년엔 LPGA에서도 신인상을 받으면서 미국 무대에서 통산 6승을 올렸다. 2000년에 진출한 ‘수퍼 울트라 땅콩’이란 별명의 장정은 2006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포함해 2승을 거두고 한희원과 함께 2014년 9월 은퇴했다.

이들 외에도 정일미, 강수연, 이미나 등 국내 무대를 평정한 선수들은 당연한 듯 미국행을 택했다. 게다가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박세리 열풍 이후 미국 투어라면 후원금을 선뜻 내면서 LPGA에 프리미엄을 주어 선수들의 미국행을 자극했다. 다른 한편으로 2002년부터 한국에서 LPGA정규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현재 KEB하나금융챔피언십)이 창설되면서 대회 우승자가 Q스쿨을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 무대로 가면서 안시현, 이지영, 홍진주, 백규정이 신데렐라가 됐으나 이들은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미지중앙

박인비는 2015년 KPMG 여자PGA챔피언십에서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박인비와 세리 키즈
박세리의 미국 진출이 10년째를 맞은 2007년은 한국 선수들은 4승으로 부진했다. 30세를 넘긴 박세리와 김미현 등 첫 세대의 우승이 줄고, 후발 주자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박세리는 2007년 평생의 꿈이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후로는 목표를 상실한 듯했다.

2008년부터는 새로운 선수들이 코리안 열풍을 이어받았다. 박인비, 신지애, 지은희, 김인경 등 박세리의 우승 신화를 보고 골프를 시작한 이른바 ‘세리키즈’가 전면에 등장했다. 박인비가 골프를 시작한 건 10세 때로 박세리 우승 순간을 지켜본 이틀 뒤였다.

신지애는 2006년 국내 KLPGA투어에 데뷔한 이래 3년간 내리 상금왕을 했다. 07년 한 시즌에만 무려 9승을 올렸다. 08년에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초청 선수로 우승하는 등 비회원으로 LPGA투어에서 3승을 올렸다. 이듬해는 LPGA투어에 진출해 신인상, 상금왕, 공동 다승왕까지 획득한다. 또한 2010년5월부터는 한국 선수 중에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이듬해 2월까지 25주간 최정상을 누리기도 했다. 이후 2012년 브리티시오픈을 포함해 LPGA 11승을 올린 뒤로, 비거리에 한계를 느낀 탓인지 2014년부터 일본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나연은 2005년 국내 투어에 데뷔해 3년간 매년 1승씩 거둔 후 Q스쿨 20위로 출전 자격을 얻었다. 초기에는 ‘새가슴’으로 불리며 고전했고, 첫승은 미국 생활 2년이 끝나가던 2009년 9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챙겼다. 이후로 승승장구했다. 2012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포함해, LPGA투어 9승을 거두었다.

2013년은 메이저 3연승에 총 6승을 거둔 박인비의 해였다.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던 박인비는 중 1때 일찌감치 유학을 택했다. 프로 데뷔 2년만인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19세11개월)하자 너무 일찍 찾아온 성공 때문인지 이듬해부터 슬럼프를 겪었다. 박인비는 변화를 위해 일본투어로 옮겨 2승을 거두면서 기량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미국 투어에 복귀했다.

박인비는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에서 절묘한 퍼트감을 발휘하면서 4타차로 우승했다. LPGA챔피언십에서도 카트리오나 매튜(스코틀랜드)와 연장전에서 부드러운 퍼팅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세보낙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도 4타차로 우승했다. 세 개의 메이저 연속 우승은 LPGA가 창설된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가 기록한 것이 유일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우승을 놓쳤지만 시즌에 총 6승을 차지하면서 LPGA의 여자 투어 기록을 대거 갈아치웠다. 그해 4월15일부터는 신지애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무려 92주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이듬해인 2014년에도 박인비는 메이저인 LPGA챔피언십 포함 3승을 거뒀고 2015년에도 메이저 2승을 포함해 5승을 추가했다. 박인비는 올 초에 1승을 보태며 메이저 7승에 우승 18승이라는 위업을 쌓아올렸다.

이미지중앙

2017 US여자오픈 우승자 박성현이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USGA]


김효주, 전인지, 박성현, 유소연
박인비의 광풍이 몰아치고나서 한국에서 잘하는 선수가 미국으로 진출해 바로 세계 정상권에 오르는 위닝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2012년 국내 KLPGA투어에 데뷔한 김효주가 2014년 국내 6승을 거두고 초청받은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이듬해 미국으로 직행했다. 김효주는 첫해인 15년과 이듬해에 1승씩을 거뒀다.

역시 2012년 KLPGA에 데뷔한 전인지는 2014년 3승, 2015년에는 5승을 거두었다. 그해 일본 JLPGA의 메이저와 함께 LPGA의 메이저인 US여자오픈에서도 우승하면서 미국 출전시드를 얻었다. 지난해는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2승을 메이저에서만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박성현은 국내 투어 데뷔는 2012년으로 동일하지만 지난해 KLPGA투어 7승을 거두면서 경력에 꽃을 피웠다. LPGA투어 대회에 우승한 적이 없었으나 초청 출전한 상금만으로도 20위권 이내에 드는 실력이었다. 결국 올해 6월 US여자오픈을 포함해 2승을 거두면서 세계 골프 랭킹 2위로 올라섰다.

유소연은 2011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로 다소 잠잠하다가 올해 ANA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하면서 메이저 2승을 거뒀다. 또한 지난 6월26일 아칸소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아리야 쭈타누깐(태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그밖에 올해는 김인경이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포함해 시즌 3승을 거두며서 한국 선수의 15승을 이끌고 있다.

18주동안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유소연을 비롯해 신지애(25주), 박인비(92주)를 합치면 총 135주간 한국 선수가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구옥희가 첫승한 이래 30년이 지났다. 그새 한국 선수들은 무려 163승을 쌓아올렸다. 지난 2015년에는 박인비의 5승을 포함해 8명이 시즌 15승을 거두면서 최고의 한 해를 수확했다. 4개의 대회를 남겨놓은 현재 11명의 선수들이 이미 15승을 달성했다.

박성현은 첫승과 함께 신인상을 확보했고 평균 최저타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 첫 우승한 고진영은 내년 시즌 미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주 말레이시아에서 어떤 한국 선수가 트로피를 들어올리건 간에 그건 한국 여자골프의 새 기록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