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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록의 월드 베스트 코스 9] 아일랜드 록언, 호수위의 우아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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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록 언의 모습.


북아일랜드 록언은 호수를 따라 흐르는 은밀하면서도 우아하고 평화로운 골프 리조트다. 지난2013년 G8정상회담이 열려 동화같은 풍경이 주목받았다. 글_김상록

아이리쉬어로 ‘로크 Lough’는 호수를 의미한다. 따라서 록언(Lough Earn)이라면 ‘언 호수’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호수는 골퍼에게 공포다. 물로 들어가는 볼을 보면 마치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록언의 광활한 호수는 지옥이 아니라 천국이라는 게 알맞은 표현이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운영하기에 록언을 아는 골퍼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지난 2013년 G8정상회담 개최 리조트로 이용되면서 알려졌다.

영국의 자동차 보험회사 AA가 평가하는 호텔 등급 중 록언만이 북아일랜드의 유일한 5성급 판정을 받았다. 로리 매킬로이는 나이키골프와 계약하기 전 자신의 티셔츠 깃에 로고를 새기고 다닐 정도였다. 그는 “가장 머물고 싶고 라운드하고 싶은 곳”이라 했다. 이 코스 설계가인 닉 팔도도 “전 세계 많은 코스 중 나를 이만큼 압도하는 경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곳은 호수 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반도에 전체 호수와 숲을 내려다보는 경관이 압도적이다.

자연과 잘 어울린 골프장은 삶에 에너지를 충전케 한다. 호텔과 호수가 맞닿은 언덕 위에 흩어진 롯지는 목가적인 풍경과 함께 산책로로도 제격이다. 마치 바다같이 넓은 호수 위로 백색의 요트가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낚시꾼들이 플라이 낚싯대를 허공으로 휘젓는다. 새소리 외에 그 어떤 잡음도 없다. 그래서 새소리는 더욱 청아하고 귀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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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언의 클럽하우스는 마치 동화속 궁전같은 모습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자연 속으로
호수 가운데를 관통하듯 길게 뻗어있는 반도 위에 푸른 잔디가 누워있다. 곧게 뻗은 아름드리 침엽수 사이로 짙은 초록의 페어웨이가 우리를 경탄케 한다. 페어웨이 잔디는 퍼레니얼 라이라는 초종을 쓰는데, 습기가 많은 그 지역의 특성과 어울려 아마추어라도 아이언 샷에 길게 20센티미터 정도의 디봇 자국이 생긴다. 2009년에 방문했을 때는 마침 미국에서 촉발된 리먼 사태 이후 북아일랜드 최악의 경기였다. 우리 일행만이 그곳에 머물다시피 했을 정도로 적막했고 또 평화로웠다.

카트를 타고 1번 홀로 가면서 ‘길을 잘못 들었나?’싶었을 정도로 멀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 거리가 족히 300미터를 넘어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는 착각마저 생긴다. 호숫가를 관통하는 리즈브릿지가 1번 홀로 우리를 안내한다. 약 200여 미터를 가느다란 나무다리를 건너는데, 우측으로 펼쳐진 호수와 호수 가장 자리에 자라고 있는 풀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물 위에 풀이 쏟아있는 로고가 심플하지만 록언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우측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뻗어 있는 파4, 367야드. 1번 홀 치고는 IP(볼 떨어지는) 지점이 다소 협소하게 느껴진다. 좌측은 곧게 뻗은 나무들이 촘촘하고, 우측은 홀의 시작과 끝이 모두 해저드다. 호수 가장자리에 갈색 돌로 쌓아 올린 5개의 티박스가 이색적이다. 보통 디자이너라면 그냥 길게 티박스를 육지로 연결할 터인데 티 박스 사이에 물이 들어오게 해 첫 홀부터 심적 부담이 크다. 4번 홀까지는 숲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풀 향기가 상쾌함을 더한다. 4번 홀 우측으로는 콘도(셀프 케이터링 하우스)가 이어진다. 가족들과 밥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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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9번 홀과 그늘집.


닉 팔도가 교향악을 좋아했던가? 6번(파5, 595야드)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면 마치 전주곡을 지나 파도 타는 음과 함께 사건의 전개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좌우 호수가 골퍼를 숙연하게 한다. 호수 건너편 숲속은 태고의 숨소리가 그곳에서 멎은 듯하고, 아름드리 나무로 들어찬 깊은 숲은 호수에 아른거리며 투영된다.

7번(파4, 397야드) 홀에 오르면 닉 팔도의 교향악 전개 부분이 서서히 깊이를 더한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호수 그린 뒤로 병사처럼 호숫가를 지키는 나즈막한 두 그루 나무가 인상적이다. 내리막이라 거리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갈대숲을 낀 우측 도그레그인데 거리 욕심으로 인해 우리 일행 중 3명이 그 갈대숲을 헤매는 신세가 됐다.

9번(파5, 637야드) 홀 티박스, 앞과 뒤 어디를 돌아봐도 사람이 없다. 보온병에 준비해온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햇반, 김치 그리고 김을 카트 위에 펼쳤다. 티 샷을 하고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서 먹기 시작했다. 누구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가끔 새가 지나가며 우리의 수상한 행동을 지켜볼 뿐. 그 컵라면과 햇반을 다 먹고 커피믹스로 디저트까지 마쳐도 골퍼가 없었다. 지금도 당시 일행이 모이면 그날의 추억을 얘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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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클럽하우스와 벙커와 함께 장관이 시작되는 16번 홀.


16번부터 절정인 팔도 교향곡
닉 팔도 교향곡의 전개 부분 절정인 10번 홀은 파4, 351야드다.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가 그린과 맞닿아 ‘에메랄드 섬’이라는 별칭을 가졌다. 티 샷부터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전체적으로는 S자 모양인데 티 샷이 반드시 오른쪽 나무숲을 피해 왼쪽 페어웨이로 220야드 정도는 거리를 확보해야 오른쪽 나무숲이 그린을 가로막는 낭패를 피한다. 11~15번 홀은 파크랜드 스타일이다. 숲속 상쾌한 나무 향을 맡으며 힐링을 느낀다.

16번 홀부터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마지막 3홀이 이 코스의 백미다. 닉 팔도 교향곡의 최고의 절정이 전개된다. 우측으로 호수를 끼고 1킬로미터 거리에 파5, 파4 그리고 파3 홀이 연결된다. 좌측은 롯지, 클럽하우스, 호텔 그리고 콘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16번 홀에 올라서면 그린 뒤 언덕 아래 호수를 바라보며 줄지어선 롯지가 눈에 들어온다. 페어웨이 좌우가 숲으로 쌓여 IP 지점을 찾기가 만만치 않는데, 페어웨이 좌측 벙커를 보고 드라이버 샷을 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 샷을 100야드 정도 남기도록 한다.

17번 홀은 우측으로 호수를 끼고 돌아가는 도그레그다. 길이는 짧지만 호수를 건너가는 티 샷이 부담스럽고 IP 지점에 2개의 벙커가 자리잡고 있다. 좌측은 롯지와 그린 뒤 클럽하우스와 호텔이 웅장하지만 자연스럽게 자연과 동화되어 우리를 기다린다. 역시 그린의 우측 절반이 물과 접해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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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언의 18번 홀은 파3 홀로 구성되어 있다.


18번이 파3 홀이라는 게 이색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8번 홀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아름답다. 좌측은 호텔이 있고 그린 뒤로 리즈다리가 녹색의 잔디 위에 하얀색 선으로 더욱 선명하다. 이 홀이 과연 승부처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막상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면 호수를 건너 228야드 이상을 보내야 한다는 부담이 압박한다.

특히 앞바람이 부는 날이면 공략이 최악이다. 그린 앞뒤와 우측은 모두 해저드이고, 그나마 그린 좌측은 벙커로 장식되어 부담을 높인다. 더구나 앞바람이 분다면 볼을 한두 개 물에 넣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겸허한 골퍼를 위한 페어웨이가 친절하게도 그린 앞으로 펼쳐져 있으니 투온을 노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잔디 냄새가 퍼지는 시골길을 걷고, 바람을 느끼고, 새소리를 들으며, 해가 지는 노을을 가슴으로 품는다. 그래서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코스가 바로 록언이다. 애초 우리 일정은 여기서의 라운드를 마치고 다른 코스를 향해 2시간 여 차를 타고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이 마력의 골프장에서 내일 한 번 더 라운드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매킬로이의 말처럼 ‘머물고 싶고 라운드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록언(Lough Erne) 챔피언십 캐슬흄 코스
주소 : 북아일랜드 벨렉 로드 에니스킬른 퍼마나 BT93 7ED
홈페이지 : loughernegolfresort.com
전화 : ++ 44 (0) 28 6632 3230
거리 : 벨파스트공항에서 약 147Km, 약 2시간 20분
개장 : 2009년(전동 카트 사용 가능, 캐디 없음, 리조트 숙박)

글을 쓴 김상록 씨는 전 세계 수많은 베스트 코스를 라운드 한 구력 26년 핸디캡 6인 골퍼다. 영국과 싱가포르를 번갈아 거주하는 김 씨는 쿠알라룸푸르 트로피카나 회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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