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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디아 고는 왜 레드베터를 떠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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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와 게리 길크리스트. [사진=길크리스트 아카데미]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리디아 고가 이번 주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스윙코치와 캐디, 클럽 등 모든 걸 바꾸고 새 시즌을 시작한다. 연착륙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스윙코치 교체과정에서 불거진 데이비드 레드베터(65)와 게리 길크리스트(52)의 악연이 흥미롭다. 남아공출신의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성공한 인생 길이 비슷한 사람들이다. 둘은 미셸 위부터 리디아 고까지 13년간 유명 선수들과 인연을 맺으며 ‘인간사 새옹지마’를 잘 보여줬다.

남아공 더반에서 태어난 길크리스트는 재능있는 주니어 골퍼였다. 국가대표에 발탁됐으며 간판스타인 어니 엘스, 레티프 구슨과 경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엘스와 동반 라운드를 지켜보던 부친이 “네가 어니처럼 퍼트를 잘 하려면 위대해져야 한다”고 한 말이 선수에서 스윙코치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한마디가 됐다.

미국으로 건너간 길크리스트는 일자리 부탁을 위해 레드베터를 찾아간다. 그리고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 위치한 레드베터 주니어 아카데미에서 11년간 일한다. 길크리스트는 10명에 불과하던 수강생을 4년 후 200명으로 불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 사이 레드베터의 스윙 이론은 길크리스트에게 그대로 전수됐다. 길크리스트의 멘토 역할을 레드베터가 한 셈이다. 하지만 둘 사이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길크리스트가 선수시절 얻은 마음의 병과 관련이 있었다.

병명은 완벽주의였다. 모든 샷이 완벽해야 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책이 심했다. 그런 경험이 지도자로선 장점으로 작용했다. 선수들에게 절대로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했다. 단순함을 좋아하는 리디아 고가 까탈스런 레드베터의 곁을 떠나 라이벌(에리야 주타누간)을 지도중인 길크리스트를 선택한 이유로 충분하다.

리디아 고는 레드베터와 함께 한 3년 남짓한 시간동안 15승을 거뒀으며 결별의 싹이 튼 작년에도 5승을 거뒀다. 코치를 교체할 정도로 스윙에 결정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시도한 것은 뭔가 갑갑함이 있었기 때문일 게다. 17세 때부터 11년째 길크리스트의 지도를 받고 있는 펑샨샨의 말에 그 힌트가 있다. 펑샨샨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게리가 너무 자랑스럽다. 요즘 들어 사람들이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된 게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길크리스트는 선수마다 체격이나 체형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스윙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펑샨샨이나 폴라 크리머, 청야니는 모두 제 각각의 스윙을 한다. 얼핏 봐도 정통 스윙은 아니다. 하지만 펑샨샨은 세계랭킹 4위에 올라 있으며 크리머는 US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LPGA투어에서 10승을 거뒀다. 청야니는 한때 세계랭킹 1위에 군림하며 여자골프를 평정했던 선수다.

리디아 고에 앞서 둘 사이를 벌어지게 한 선수는 미셸 위였다. 미셸 위의 부모는 2003년 딸을 길크리스트에 맡겼다. 미셸 위는 이후 US여자마아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에서 우승했으며 이듬해 14세의 어린 나이로 소니오픈에서 PGA투어 선수들과 성대결을 벌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 몇 달 뒤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올랐다. 길크리스트는 캐디까지 자청하며 미셸 위에게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세상 일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업수완이 좋은 레드베터는 거대한 아시아시장을 염두에 두고 동양계 천재소녀인 미셸 위에게 주목했다. 2004년 올랜도에서 열린 PGA 머천다이즈쇼 때 길크리스트에게 미셸 위를 데려오라고 했고 결국 이 때 만남은 ‘잘못된 만남’으로 이어진다. 얼마 후 미셸 위 가족은 레드베터와 스윙 코치 계약을 하며 길크리스트의 곁을 떠난다.

선배에게 미셀 위를 빼앗긴 길크리스트는 6개월 후 레드베터 주니어 아카데미를 나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주니어 아카데미를 차린다. 이 때 김인경과 김송희 등 한국선수들은 물론 펑샨샨과도 인연을 맺게 된다. 이후 길크리스트가 미셸 위를 빼가려 한다는 루머가 퍼졌고 선후배 사이는 더욱 불편해진다. 이후 미셸 위가 2007년 US여자오픈 첫날 82타를 친 후 2라운드 때 손목부상을 이유로 기권하자 둘 사이의 관계는 더욱 틀어진다. 미셸 위의 부상 원인이 길크리스트의 잘못된 지도 때문이란 레드베터의 지적 때문이었다. 레드베터는 후일 이 말을 부정했지만 길크리스트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클 수밖에 없었다.

길크리스트는 리디아 고의 스윙을 뜯어고치려 하지 않고 그저 작은 개선을 원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기초를 일부 수정해 효과를 내려 하는 길크리스트의 방식에 만족하고 있다. "리디아는 골프 IQ가 대단히 높은 천재다. 그녀는 골프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다. 미스샷이 나왔을 때 불평하지 않고 받아 드린다. 그리고 실수를 통해 배우며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길크리스트의 칭찬이다.

리디아 고의 합류로 길크리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골프 교습가의 자리에 올랐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4걸중 3명(리디아 고, 에리야 주타누간, 펑샨샨)을 동시에 지도하게 됐으니 말이다. 반면 레드베터에게 남은 유명선수는 슬럼프를 겪고 있는 미셸 위 정도다. ‘세상은 돌고 돈다’는 말은 스윙코치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인내와 겸손은 언제나 결실을 맺게 하는 위대한 힘이라는 점도 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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