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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47] 겨울에 즐기는 스노우 & 아이스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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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골프는 화이트라는 다진 눈 위에서 퍼팅을 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겨울에도 푸른 필드를 찾아갈 수는 있다. 동남아나 남쪽나라로. 하지만 겨울에 한국에서는 눈 속에서 즐기는 스노우(Snow)골프가 있고, 빙판 위의 아이스(Ice) 그린을 즐기는 겨울 골프도 있다.

아난티클럽서울에서는 지난 2015년까지 3년간 눈 속에서 즐기는 스노우 골프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과 가까운 4계절 리조트라서가 아니다. 스노우 골프만의 매력이 있다. 네덜란드처럼 눈 많고 겨울이 오랜 곳에서는 17세기부터 스노우 골프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눈으로 뒤덮인 스위스의 생모리츠에는 스노우골프챔피언십이 열린다. 심지어 북극 지방에서는 얼음 위에서 골프 대회를 열기도 했다.

스노우 골프 만의 장비가 있고, 나름의 노하우도 필요하다. 스크래치골퍼도 여기서는 백돌이 보다 못할 수 있다. 일단 스노우 골프는 말 그대로 설원(雪原)에서 하는 게임이다. 페어웨이는 눈을 다진 지역이고, 눈을 다지지 않고 그대로 놔둔 지역은 러프나 해저드에 해당한다. 눈이 얕으면 들어가 치면 되지만, 푹푹 밟히는 곳에 빠지면 볼 찾기도 어려워서 해저드 처리한다. 볼 잃어버리지 않도록 거리를 잘 맞춰야 하는 등 익숙한 골프와는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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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의 라운드는 컬러볼과 찾기 쉬운 플라스틱 티가 필요하다.


스노우 골프에는 필요한 장비가 있다. 우선, 골퍼는 골프화가 아니라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눈밭을 걷는 것이라 방수 기능이 있고, 눈에 묻혀도 발이 시리지 않을 보온성 높은 겨울철 등산화가 필수다. 겨울용 양손 골프 장갑을 챙긴다. 볼은 컬러 볼을 써야 식별하기 쉽다. 빨간색에 형광이 도는 제품이면 가장 좋다. 티는 고무로 만들어진 제품이나, 양쪽이 끈으로 연결된 제품이라야 눈에서 꽂거나 찾기 쉽다.

스노우 골프만의 룰을 알아야 눈속에서 눈물 흘리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그린(Green)’은 여기선 ‘화이트(White)’라 부른다. 화이트를 만들려면 눈을 다지는 건 물론이고, 전날에 물을 뿌려 더 단단하게 돋운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가져다 다지고 밀대로 판판하게 만든다. 날씨가 추워지면 화이트는 그야말로 빙판처럼 단단하고 빨라진다. 반대로 해가 나고 눈이 녹는다 싶으면 스피드가 떨어진다. 홀컵은 일반 골프 규격보다 2배나 넓지만, 홀인하기 만만치 않다. 깃대는 뽑지 않고 퍼팅을 하며 홀을 마치면 밀대로 발자국을 다져놓고 나가는 게 스노우 골프 에티켓이다. 볼 자국이나 눈 찌꺼기가 남기 때문에 뒷사람을 위해 밀대로 정리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스위스에서 열린 스노우골프챔피언십 우승자인 이재만 씨는 노하우를 말했다. “스노우 골프에선 비거리에 욕심내면 안 된다. 자신 있는 거리를 정확하게 잘라가는 게 중요하다. 옷을 여러 겹 입었기 때문에 스윙을 해도 잘못 맞힐 확률이 높다. 따라서 스윙 크기를 4분의 3으로 짧고 간결하게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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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스노우골프만 있는 게 아니다. 겨울에 눈이 와도 그대로 영업하는 골프장이 제법 많다. 페어웨이의 군데군데 눈은 그대로 두고 그린만 밀어낸 다음 진행한다. 어떤 골프장은 눈속 라운드 하는 골퍼를 위해 컬러볼을 공짜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한국 골퍼들은 겨울철 언땅에서도 라운드를 즐긴다. 이렇게 운영되는 골프장의 특징은 그린 자체가 유리알 그린 즉 ‘아이스(Ice)’라는 점이 특징이다. 웨지로 그린에 올렸다면 볼은 튕겨나간다. 반대로 볼이 에지에서 튀어 온그린되기도 한다.

평소 비거리가 짧은 골퍼도 아이스 골프에서 내리막을 잘 타면 250야드도 예사다. 땅이 얼어 볼은 예상보다 더 멀리 나간다. 볼을 낮게 보내고 그린 앞에서 굴려서 올리는 전략은 평소의 골프에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스 골프만의 최고 묘미가 있다. 라운드를 마치고 꽁꽁 언 몸을 사우나탕에 들어갈 때는 극락이 따로 없다.

해외 겨울 골프 이벤트는 월드아이스골프대회(World Ice Tournament)가 있다. 북극점에서 600km 떨어진 북위 70도 그린란드의 해안 도시 우마나크의 9홀 코스에서 1999년부터 매년 3월 말 월드아이스골프대회가 열렸다. 북극의 빙산 사이에서 즐기는 아이스 골프다. 1~2월의 빙산이 코스를 만들고 3월에 따뜻해지면 대회를 열었다. 따뜻하다는 게 영하 13.9도 정도이지만, 이때도 체감 기온은 영하 25도까지 내려간다. 5월이면 빙하 코스는 녹아 없어진다. 대회는 이틀간 진행되며 9홀은 오전, 9홀은 오후에 플레이 한다. 화이트라 불리는 그린을 쓰는 방식은 스노우골프와 같다. 아쉬운 건, 최근 북극 빙하가 많이 녹으면서 코스를 만들지 못해 더 이상 이 대회가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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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오픈은 북극에서도 가장 따뜻한 계절에 열린다.


북위 65.49도 아이슬란드의 해안도시 아쿠레이리에 정규 골프장에서는 북극오픈(Arctic open)도 열린다. 월드아이스골프대회가 얼음이 얼 때만 가능하지만 지난 1935년 문을 연 18홀 아쿠레이리(파71, 6300야드)골프장은 영업 시즌인 5~9월 중 연중 해가 가장 오래 떠 있는 하지 무렵에 북극오픈(Arctic open)을 연다. 86년부터 시작해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출전할 수 있고 핸디캡은 남자는 24, 여자는 28 이하면 가능하며 이틀 36홀 대회로 치러진다. 경기 방식은 스테이블포드라서 이글을 잡으면 4점, 버디 3점, 파 2점, 보기 1점, 그리고 더블 보기 이상이면 볼을 집어 들고 다음 홀로 간다. 볼이 눈 쌓인 러프로 가면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게임을 택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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