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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꿀성대’ 조민호 캐스터, ‘여전히 공부하는 20년차 베테랑’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임재원 기자] 축구 중계가 점차 확대됨에 따라 스포츠 캐스터가 큰 각광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신문선, 차범근, 박문성과 같은 해설자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면 지금은 그 인기가 캐스터로 조금씩 이동하는 중이다. 특히 SBS스포츠의 경우에는 배성재, 이재형 등 젊은 스포츠 캐스터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오소독소한 축구 중계와 더불어 위트 있는 멘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젊은 캐스터들이 크게 각광받고 있는 축구 중계업계에서 유난히 빛나는 베테랑 캐스터가 한 명 있다. 일명 ‘꿀성대’라고 불리는 조민호 캐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이 대중화되기 전인 1997년부터 이 업계에 뛰어 들어 20년 가까이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현재도 SBS스포츠의 대표 캐스터로서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비롯한 많은 축구 중계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까지 축구 중계만 3,000회가 넘었다고 하니 그 경력에 놀랄 수밖에 없다.

워낙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다 보니 에피소드도 참 많다. 차가 막혀 퀵서비스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한 것부터 시작해 선수 명단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은 것 등. 조민호 캐스터가 차마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뒷얘기를 조민호 캐스터로부터 들었다.

■ 축구 사랑이 인도한 ‘스포츠 캐스터’라는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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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당당히 자신의 길을 밟은 조민호 캐스터.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조민호 캐스터는 축구에 대한 애정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실제로 중학생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현재도 매주 생활체육을 통해 즐기고 있다. 조민호 캐스터는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어요. 연극인이 되고 싶기도 했고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문득 스포츠 캐스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에는 스포츠 캐스터라는 명칭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외국에는 빈 스컬리나 마틴 테일러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었거든요.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이 생기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스포츠 캐스터는 업무의 강도가 꽤나 높은 직업 중에 하나다. 특히 해외축구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라면 그 강도는 배가 된다. 대부분의 경기가 새벽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밤낮이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조 캐스터는 “우리는 매주 시차적응을 해야 합니다. 새벽중계를 마치고 오전에 퇴근 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몸은 피곤한데 이상하게 잠은 또 오지 않아요.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러나 절대로 피로감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수년간 이런 패턴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노하우도 생겼다고 한다. 그 노하우를 조금 전수해달라고 하자 조민호 캐스터는 “잠을 억지로 자려고 하면 안 돼요. 그 때 오히려 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몸이 더 피로해지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돼요. 수면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상쾌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제가 너무 긍정적인가요?”라고 역으로 묻는 모습에 그의 평소 성격이 그대로 배어있었다.

■ “퀵서비스부터 손흥민까지…”, 너무 많은 축구 중계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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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많은 경험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었다.


조민호 캐스터는 스포츠 아나운서계의 대부 격이다. SBS스포츠에서 축구 중계를 하는 캐스터 중 정우영 캐스터와 함께 유'이'한 40대이기도 하다. 정우영 캐스터와도 6살 차이다. 다른 캐스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력을 자랑한다. 정확히 셀 수는 없으나 축구중계만 3,000번을 넘게 했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종합이벤트에서는 복싱, 태권도, 체조, 수영 등 다른 종목도 20여 가지를 중계했다. 이것까지 합하면 그 수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축구중계만 3,000회가 넘는다면 에피소드가 안 생길 수가 없다. 조민호 캐스터는 “어휴, 너무 많아서 바로 생각이 안 날 정도”라며 고개를 저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조민호 캐스터는 현장중계에 대한 고충으로 말문을 다시 열었다. 그는 “2000년대 초 부천SK(현 제주UTD)가 목동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할 때의 일입니다. 차가 너무 막혀 도저히 제 시간에 도착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도중에 퀵서비스를 급히 불러 오토바이를 타고 겨우 중계를 한 적이 있었어요”라고 밝혔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조민호 캐스터 말투에서는 그 아찔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경기장 안에서도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고 한다. 조민호 캐스터는 “생리적인 현상이 가장 문제죠. 수원에서 중계를 할 때였는데 후반 43분쯤 배가 갑자기 아파오더라고요. 그래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참으려고 했는데 주심이 추가시간을 4분이나 주더라고요. 순간 좌절했죠. 보통 클로징을 하기 전에 다음 경기 예고를 하는데, 그 날은 어쩔 수 없이 곧바로 클로징 멘트를 해버렸어요” 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비교적 ‘스튜디오 중계가 더 쉽지 않냐’는 질문에 조민호 캐스터는 “어휴, 절대 아니에요. 현장보다 변수가 더 많아요”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경기였어요. 당연히 명단이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전반 30분까지 명단이 안 나온 상태로 중계를 했어요. 당시 브라질에는 호나우두, 히바우두 등 대부분 아는 선수였지만 콜롬비아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애를 먹었어요”라고 전했다. 그 외에도 주요 장면을 잡지 못해 겪는 어려움이 많아 항상 긴장을 하고 방송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기분 좋은 징크스도 생겼다고 한다. 손흥민에 관한 일이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이 토트넘 소속으로 5골을 넣었는데, 모두 조민호 캐스터가 중계를 할 때 득점을 했다. “담당PD가 손흥민 전담으로 하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순전히 운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조민호 캐스터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다른 캐스터들은 이번 시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득점 소식을 한 번도 못 전한 셈이니 다소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 20년차 캐스터가 들려주는 동료들과 자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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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콤비인 조민호 캐스터(좌)와 박문성 해설(우).


20년차가 되는 조민호 캐스터는 그동안 수많은 해설위원과 함께 했다. 과거 김대길 위원부터 현재 함께 하고 있는 박문성, 김동완 위원까지 그 스타일도 각각 다르다. 조금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 ‘어떤 해설자와 궁합이 잘 맞느냐’일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조민호 캐스터는 “해설위원 마다 장단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좋다고 고르기는 어려워요. 그 대신에 해설 특성에 맞춰서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질문을 조금 바꿔서 각 해설자의 특성에 대해 언급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민호 캐스터는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SBS스포츠 해설위원부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박문성 해설은 순발력이 좋고 경험이 많아 방송을 굉장히 잘합니다. 장지현 해설의 경우에는 분석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김동완 해설은 애드리브가 강합니다. 모두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SBS스포츠 중계를 사랑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라고 동업자 마인드를 견지했다.

해설자에 대한 언급이 끝나고 이야기 방향은 후배 캐스터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최근 배성재, 이재형 등 젊은 캐스터들이 기존의 정통 해설에 유머를 추가하며 큰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민호 캐스터는 “후배들이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요” 라며 “배성재는 스포츠에 대한 감각, 언어구사력, 위트를 모두 갖춘 팔방미인이에요. 이재형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고요. 정우영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발성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그들에게 많이 배우고 지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합니다”라며 후배들의 장점을 평했다.

그는 급속도로 변해가는 중계 트렌드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는 캐스터다. 그는 “요즘은 시청자분들이 편하고 유머러스한 중계를 원하세요. 그에 맞춰서 저도 공부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제가 정한 3원칙은 깨지 않으려고 해요. 동선의 중계, 자료의 중계, 팩트의 중계에요. 선수들의 움직임을 제 타이밍에 따라가고 준비를 철저히 하며 사실에 근거한 중계를 하는 것이죠. 이런 정통적인 부분과 최근의 유머를 잘 조합시키려고 신경을 씁니다”라고 밝혔다.

사실 ‘캐스터’ 조민호는 이룰 것을 다 이룬 사람이다. 스포츠 캐스터의 선구주자로서 20년 동안 한 직업에 종사했다. 그 기간 동안 아마추어 대회를 시작으로, K리그, 프리미어리그는 물론이고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중계했다. 그러나 조민호 캐스터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그는 “두 가지 목표가 남아있어요. 하나는 스포츠 캐스터라는 직군이 더욱 활성화되는 데 기여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제가 예전에 했던 <사커플러스>나 <풋볼매거진골>과 같은 축구토크쇼를 제 이름을 달고 하는 것이에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제2의 조민호를 꿈꾸 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여기서도 그의 긍정 바이러스는 드러났다. 조민호 캐스터는 “가장 중요한 것이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노동강도가 생각보다 세기 때문에 스포츠를 즐기는 마인드가 핵심입니다. 인기를 얻으려고 하면 금방 지쳐요. 열정이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고 전했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조민호 캐스터의 성격이 그대로 전해지는 말이다.

20년이라는 세월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 기간 동안 한 일에 종사했다는 것만으로도 조민호 캐스터의 열정은 대단하다. 당당히 이 일을 즐기면서 “3,000회를 중계했으니 앞으로 3,000회를 더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고 말하는 인물이 조민호 캐스터다. 많은 변화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매주 주말 밤을 책임지는 조민호 캐스터의 중계가 기대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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