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늘집에서] 골프의 신(神)은 어린 여자 선수를 좋아한다?
이미지중앙

리디아 고와 에리야 주타누간, 브룩 헨더슨(왼쪽부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여자 골프가 어느덧 수영이나 체조종목처럼 10대 어린 선수들이 득세하는 무대로 바뀌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특히 올해 들어 두드러졌다. 세계랭킹 1,2위인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에리야 주타누간(태국)은 19세와 21세다. 그리고 ‘빅3’의 나머지 한 자리를 차지한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자 브룩 헨더슨(캐나다)도 만 19세다.

올해 치러진 LPGA투어 33개 대회중 16개 대회에서 21세 이하 선수들이 우승했다. 33개 대회중 25세 이하 선수들이 우승한 대회는 무려 25개에 달한다. 김효주와 렉시 톰슨(미국), 리디아 고(4승), 이민지(2승), 주타누간(5승), 헨더슨(2승), 찰리 헐(잉글랜드)이 21세 이하의 어린 나이로 올시즌 우승한 ‘영건’들이다.

어린 선수들의 득세는 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나이를 거스르는 선수도 분명히 있다. 지난 6월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브리태니 랭(미국)은 올해 30세다. 랭은 2006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35세에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후 지난 10년간 탄생한 우승자중 가장 나이가 많은 챔피언이 됐다. 랭은 올시즌 최연소 우승자인 리디아 고, 브룩 헨더슨과는 11살이나 차이가 난다.

어린 선수들의 득세는 미LPGA투어의 것 만은 아니다. KLPGA투어도 양상은 비슷했다. 올시즌 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두며 일인자의 자리에 오른 박성현은 22세다. 3승을 거두며 대상(올해의 선수)을 차지한 고진영은 21세다. 이들 외에 조정민(22)과 장수연(22), 배선우(22), 양채린(21) 등 올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이다. 아이 엄마인 안시현(32)과 홍진주(33)가 한국여자오픈과 팬텀클래식에서 우승했는데 랭의 경우와 비슷하다.

미PGA투어에서 10대의 어린 나이에 우승한 선수는 투어 역사상 4명 밖에 없었다. 그중 한명이 2013년 존디어클래식에서 만 19세 11개월 17일에 우승한 조던 스피스(미국)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조차 96년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만 20세 9개월 6일의 나이로 프로 첫 우승을 거뒀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역시 2010년 퀘일할로 챔피언십에서 20세 11개월 28일의 나이로 PGA투어 첫 승을 거뒀다. 남자골프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틴 에이저는 아직 없다.

그렇다면 여자골프에서 ‘영건’의 득세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그래도 도도한 흐름인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드러난 결과에 따르면 골프의 신(神)은 어린 선수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사하길 즐기는 듯 하다.

하지만 90년대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베스 대니얼(미국)은 46세에 우승했다. LPGA 통산 72승을 거둔 아니카 소렌스탐도 24세 이전엔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캐리 웹(호주)은 LPGA투어에서 41승을 거뒀는데 마지막 우승은 2년 전인 2014년 만 39세 때 거둔 JTBC 파운더스컵이었다.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시든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10대에 일찌감치 전성기를 맞았다. 아직 만 20세가 되지 않았는데 슬럼프에 빠졌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은 왠지 낯설어 보인다. 어찌됐든 리디아 고는 30세까지 선수생활을 한 뒤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언론에 공표했다. 앞으로도 이런 선수들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생 2모작 내지 3모작은 프로골퍼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