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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장 위탁경영 리포트-하] 용품사 던롭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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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성 던롭 대표는 '위탁경영이 골프장과 용품사의 상생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장 이용 행태가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운영 적자에다 경영 위기에 직면한 게 사실이다. 2000년대 초중반 중견 건설사들이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이용해 마구 건설한 골프장들, 또 그 무렵 골프장 인허가 완화 조치로 인해 수요 예측 없이 마구 지어진 도심에서 먼 골프장들은 내장객이 줄어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12일 ‘대한민국 골프장 위탁경영 세미나’에서 발제한 딜로이트안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자본 잠식 상태인 골프장은 총 73개소였는데 그중에 회원제가 44개소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퍼블릭은 17개소, 병설도 12개소였다. 2014년 이후로 회원제는 마이너스 영업 이익률을 보이기 시작했다.

골프산업 시장의 다른 한 축인 골프용품사 역시 몇 년째 시장 위축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각 용품 브랜드들은 공인 제품 규제의 한도까지 다다라 새로운 기술 개발이 없는 디자인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골프인구 감소로 R&D에 큰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 여파인듯 아디다스는 자사 브랜드인 테일러메이드를 팔려고 내놨고, 나이키골프도 지난 8월에 볼과 용품 부문 사업을 접었다.

골프 소비자 입장에서는 돌아가는 이런 상황들이 오히려 편의의 확대로 다가오니 반길만한 일이기도 하다. 골프장 이용 비용이 저렴해지는 것은 물론 골프장들이 다양한 서비스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용품사들은 각종 시타와 이벤트로 고객인 골퍼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다각화하려 애쓰기 때문에 이 역시 반가운 환경의 변화다.

용품사들은 매장이나 로드샵에서 신제품을 파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타와 퍼포먼스센터를 통해 재구매와 고객관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각 브랜드들은 이른바 팀(Team)을 꾸리거나 동호회를 통해 고객과의 커뮤니티 확장을 모색하기도 한다. 용품사들이 골퍼와 만나는 최접점으로 다가간 마케팅은 결국 골프장과의 연계 이벤트에서 방법을 찾곤 한다.

타이틀리스트는 몇 년 전부터 국내 ‘베스트 코스’로 알려진 소위 명문 골프장과의 연계를 시도했다. 송도의 잭니클라우스골프장 등 아카데미를 보유한 골프장에 들어가 퍼포먼스센터(TPI) 등 각종 프로그램 협업을 모색했다. 모기업인 미래에셋의 소속 골프장인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에는 타이틀리스트 제품 위주로 짜여 있다. 그곳은 대고객 창구이거나 시타 장소로도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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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은 카운티 골프장들을 통해 나스모, 전자 스코어카드 등으로 골프장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기도 했다.


골프 액세서리와 백을 판매하는 데니스골프는 경기도 파주의 9홀 퍼블릭인 베스트밸리에 브랜드를 팔았다. 데니스골프장으로 이름을 바꾼 뒤로는 골프장 부킹업체인 엑스골프와도 연계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은 수도권 3곳과 전라, 경상도에 골프존카운티 5곳을 연계해 운영했다. 캘러웨이골프는 스크린골프 사업에 뛰어들어 전국 대회와 연말 왕중왕전도 연다.

젝시오와 스릭슨 브랜드를 가졌고 지난 9월에 웨지 명가인 클리브랜드까지 인수한 던롭은 국내 용품업계에서는 터줏대감이다. 1984년 던롭 골프의 유통 채널로 시작한 뒤 32년간의 업력을 쌓아 현재 국내 용품판매 2위 업체로 성장했다. 올해 매출액만 774억원으로 추정된다.

홍순성 던롭 CEO는 3년 전부터 골프장과의 연계 및 위탁운영을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의 위탁경영세미나를 후원하면서 골프장 위탁경영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홍 대표는 발제를 통해 “골프산업 패러다임이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골프장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고 이를 던롭이 가진 마케팅과 노하우를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용품사를 경영하는 홍 대표의 머릿 속으로 들어가면 골프장-용품사의 윈윈 전략에 대한 그림이 보다 더 그려진다. 던롭은 고급 브랜드인 젝시오 뿐만 아니라 스릭슨과 클리브랜드 등 다양한 이용자 계층을 포괄한 골프 브랜드로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그런만큼 일년에 진행하는 골프 행사와 이벤트 시타가 넘쳐난다. 뿐만 아니라 가족 골프를 후원하는 아버지&아들 팀클래식 이벤트는 골프장을 통째로 빌려서 진행하는 행사이고, 매년 자선골프 대회와 용품을 사용하는 박인비의 채리티 대회까지 진행하고 있다. 일년에 수없이 많은 행사가 골프장에서 진행된다. 던롭이 위탁운영을 한다면 상당한 유효 고객을 안고 가는 것이다. 골프장과의 협업이 원활하니 이는 결국 용품사와 골프장이 상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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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가 지난 12일 위탁경영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던롭 제공]


홍 대표가 생각하는 던롭이 골프장을 위탁경영 할 때의 시너지는 6개 항목과 분야에 이른다. “가장 큰 장점이 350개의 던롭 특약점을 활용한 모객, 홍보, 제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던롭 고객 DB를 통한 영업 활성화도 기대된다. 용품을 구입할 때 마일리지를 부여할 수 있고, 위탁 운영 골프장에 일본 던롭피닉스의 노하우를 연계할 수 있다. 던롭 소속 선수를 연계해 시그니처 골프장으로 하거나 일본에서 운영중인 던롭 스쿨을 도입해 지역 아카데미로 육성할 수 있다.”

그의 골프장 위탁 운영이 기존 골프장과의 단순한 마케팅 및 고객 제휴가 아니라 본격적인 운영 대행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미 업무상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는 파트너 관계를 형성했고, 올해 초부터 위탁운영에 참여할 전문 인력까지 채용했다.

박공석 던롭 전략사업본부장은 클럽700을 시작으로 블루헤런, 여주, 남촌, 동촌 등 골프장에서 23년을 근무했다. 퍼블릭과 회원제, 고급에서 중간층 골프장까지 두루 근무한 전문가다. “내년에는 적어도 2군데 이상 골프장을 위탁할 목표다. 던롭 직원이 파견되어 던롭의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와 고객망을 골프장과 연계할 뿐만 아니라 골프장에 고객이 더 많이 오도록 유효 매출을 발생시키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한 번 왔던 내장객이 재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데서 던롭의 장점이 발휘될 것으로 본다.”

시타를 하거나 신제품 렌탈을 하고 퍼포먼스 센터를 골프장과 연계시키는 이점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한발 더 나아가 미리 등록만 하면 던롭이 위탁 운영하는 골프장에 몸만 가서 신제품 클럽을 빌려 라운드하고 오는 방식도 가능할 듯싶다. 이전까지 골프장과 용품사가 별개여서 까다로웠던 일들이 이제는 가능해지는 것이다. 골프장 이용의 원스톱 서비스일 수 있다.

최근 국내 골프장 업계에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사상 최대 금액으로 일본의 위탁체인인 아코디아골프를 인수했다는 뉴스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제 조만간 아코디아모델이 국내에도 전파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용품사가 발 빠르게 골프장 위탁경영 시장에 뛰어드는 점은 고무적이다. 매사가 그렇듯 선제적(Pro-active)한 대비가 미래를 여는 법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신선한 벌레를 잡는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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