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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이슈] 수원의 파란만장한 2016시즌, 천신만고 끝에 ‘FA컵 우승’으로 마무리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김유미 기자]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모기업의 지원은 크게 줄었고, 지난 시즌 2위 팀이라고는 믿기 힘든 경기력으로 시즌 도중 순위는 강등권까지 떨어졌으며, 스플릿 라운드 도입 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에 속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에 실망한 팬들은 수시로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3일 천신만고 끝에 차지한 FA컵 우승은 더욱 기쁘고 값진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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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시달렸다. 리그에서는 하위권이었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예선 탈락했다. 서정원 감독의 모습. [사진=뉴시스]


수원은 시즌 초반부터 불안했다. 2월과 3월 치른 5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예선 3경기에서 2무 1패, K리그 클래식 2라운드까지 1무 1패를 기록했다.

4월 리그 성적은 1승 5무. 리그 5연속 무승부로 최다 연속 무승부 기록이었다. 5월에는 리그에서 1무 3패로 승리가 없었고, 6월과 7월 힘겹게 5승을 추가했다. 개막전부터 시작된 실점은 15경기 동안이나 이어졌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 실점률은 전체 실점의 절반을 넘을 정도였다. 7월 말 리그 23라운드가 끝난 뒤 수원의 순위는 12개 팀 중 10위였다.

무승부를 거듭하는 수원을 향해 팬들은 수원이라는 팀명 대신 ‘무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여름은 더욱 넘기 힘든 고비였다. 결국 8월과 9월 수원은 1승 4무 4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어쩌면 역대 최악의 시즌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해였다. 10월 2일 수원FC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는 그 최악의 시즌에 나온 최악의 경기였다. 90분 동안 9골이 터져 나온 접전이었지만 예민해진 팬들에게는 그저 지역 라이벌에게 홈에서 승점 3점을 내준 졸전일 뿐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일부 팬들은 구단에 책임을 물었다. 염기훈은 주장으로 팬들 앞에 섰고, 눈물로 잔류를 약속했다. 단장과 사무국장까지 얼굴을 비쳤지만 선수단과 팬들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리그는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예전의 기세를 회복하기 힘들 것만 같던 수원은 스플릿 라운드를 기점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6월 영입한 조나탄이 3개월이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서정원 감독이 백스리 포메이션을 선보인 것도 이 즈음이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주장 염기훈과 에이스 권창훈도 묵묵히 제 몫을 다했다.

수원은 하위 스플릿에서 치른 리그 5경기를 3승 2무 무패로 마무리하면서 6팀 중 1위, 12개 팀 중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승점으로만 놓고 보면 사실상 전체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라운드를 치르기 전에 K리그 클래식 잔류를 확정지어 더 이상 강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FA컵 강자의 모습도 잃지 않았다. 5월에 열린 FA컵 32강부터 수원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부산아이파크, 성남FC 등을 줄줄이 꺾고 4강에 올랐다. FA컵 4강 울산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는 3-1로 승리해 무난히 결승에 진출했다. 수원의 통산 7번째 결승 진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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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수원이 서울을 꺾고 사상 네 번째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FA컵 4회 우승은 포항과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이다. [사진=뉴시스]


결승 상대는 2016 K리그 클래식 챔피언 FC서울. 이번 시즌 3번 만나 수원에 2무 1패를 안겨 준 숙적이었다.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수원은 결승 1차전 홈경기를 2-1 승리로 장식했다. 선제골도 결승골도 모두 수원의 몫이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라는 찬사를 보냈다.

2차전은 일주일 뒤 서울의 홈에서 펼쳐졌다. 서울은 리그와 FA컵 더블 우승을 노렸고, 수원은 무관 탈출과 ACL 진출권을 바랐다.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승부에서 양 팀은 치열하게 맞섰다. 전반 35분 이정수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서울이 수적 우세를 차지하는가 싶었지만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카하기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수원은 후반 10분 조나탄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하지만 서울이 후반 30분과 44분 두 골을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1·2차전 합계 스코어 3-3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전후반 30분에도 승부가 갈리지 않았고, 결국 양 팀은 승부차기에 운명을 걸어야 했다.

승부차기에서도 좀처럼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양 팀의 필드 플레이어 9명이 9번의 시도를 모두 성공했다. 결과는 골키퍼들의 발에 달린 상황. 먼저 나온 서울 유상훈 골키퍼가 공을 높이 띄워 보냈고, 침착하게 볼을 밀어 넣은 수원 양형모 골키퍼의 열 번째 시도를 끝으로 수원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만큼 마음고생도 컸다. 서정원 감독은 우승이 확정된 직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2010년 FA컵 결승에서 결승골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염기훈은 사상 최초로 FA컵 MVP 2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입대를 하루 앞둔 홍철은 ‘꼭 우승하고 군대 가고 싶다’는 소원을 이뤘다. 시즌 막바지 상승세를 시작으로 마침내, 파란만장했던 수원의 2016년은 6년 만의 FA컵 제패와 새 시즌에 대한 기대로 막을 내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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