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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80) 손

인도인의 손은 그야말로 천수천안이다. 새까맣게 때 낀 손, 그 까만 손에서 오만 가지 일들이 마술처럼 술술 풀려 나온다.

그들의 손은 흙을 떠나지 않고 그들의 손은 자연을 떠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 흙과 함께 자연과 함께 지내온 인도인의 손은 흙처럼 순하고, 흙처럼 부드럽다. 그들의 손은 결코 더러운 손이 아니라, 오랜 역사가 살아 숨쉬는 손, 신의 손이다.

- 허허당 인도 명상록 <낙타를 모는 성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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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가만히 봅니다. 참 못생겼습니다. 여기저기가 그립에 쓸렸습니다. 물집이 잡히고 아물기 전에 또 물집이 잡히면서 이제는 굳은살이 산이 되었습니다. 한동안 선뜻 손을 내기가 쑥스러웠습니다. 거칠고 나이보다 더 나이 든 손!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손이 그랬습니다. 돌아가실 무렵 약간의 치매기가 있으셨는데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손을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만들고 계셨습니다. 노동하는 손! 아버지의 손은 거칠고 무서운 손이었습니다. 그 손에 이끌려 낚시를 갔던 어린 시절 이후, 어른이 되어서는 한 번도 따뜻하게 잡아드리지 못했던 손.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잡았을 때는 점점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얼굴이 그 사람이 살아온 결과를 드러낸다면 손은 그 삶의 과정을 온전히 드러냅니다. 아무리 골프를 잘 친다 못 친다 떠들어도 손을 보면 압니다. 입으로는 속일 수 있어도 손은 거짓말을 못합니다. 골프를 대함에 있어서의 게으름도 감추지 못하지만 그의 고단하고 수고로웠을 연습의 과정도 감추지 못합니다. 내기 골프 들어가기 전에 동반자의 손을 꼭 보세요!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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