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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장애인체육도 최순실을 피해가지 못했다
‘장애인 실업팀을 창단하면 팀당 1억 5,000만 원씩, 선수당 2,500만 원씩의 운영비를 지원, 7년간 전체 운영비의 30%까지 세금을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

지난 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산하 공공기관 41곳에 세금 감면과 공공기관 평가 시 가점을 준다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장애인체육 실업팀 신설을 밀어붙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공문에는 문체부가 “올해 8월 기준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장애인 실업팀은 3곳에 불과하다”며 “직장인 1,000명 이상 공공기관에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협의 중”이라며 공공기관 41곳의 명단도 적혀 있다.

‘국정 개입 의혹'으로 검찰 조사 중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압력을 넣어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장애인 펜싱팀(GKL 팀)을 통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장애인 체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문체부가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에 이권을 몰아주기 위해 공기업들에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장려하는 동시에 대행사 활용을 권고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더블루K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장애인 체육 대행사였다. 장애인 체육의 입지가 성장했다는 생각과는 달리 검은 손에 의해 ’장애인 체육 실업팀‘은 이용당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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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활성화'를 강조한 문체부의 공문. [사진=국민의당 송기석의원 제공]


이 기사를 접하고 필자는 장애인 체육의 관계자로 걱정이 앞섰다.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통해 실업팀의 활약은 대단했다. 많은 실업팀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 경기, 충남. 충북 등의 종합 순위를 보면 금세 확인이 가능하다. 실업팀 선수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고,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선수들이 받은 충격은 크기만 하다. ‘이럴려고 실업팀에 들어왔나 자괴감이 들어’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까 싶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장애인 실업팀은 52개(공공기관 2개·일반기업 4개·지자체 26개·시도장애인체육회 18개)이며, 261명의 선수가 소속돼 있다. 2016년 공모 사업에 선정된 기관들이 장애인실업팀을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2017년 실업팀 창단과 관련해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조사(지난 10월 30일)한 결과에 의하면 ‘0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제 장애인 체육 실업팀의 창단이 활성화 되나?’라는 이전 기대와는 달리 최순실 사태가 터지며 장애인체육 실업팀 창단은 불투명해졌다. 실업팀을 통해 장애인 체육 활성화와 우수한 기량을 선보이는 만큼, 장애인 체육 실업팀의 창단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투명하게 장애인 체육을 관리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어두운 그림자를 말끔하게 씻어버릴 수 있는 방법을 우리 체육인들이 찾아서 답을 제시할 때이다.

최순실씨와 관련된 사업 예산을 삭감한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당연히, 부당한 예산을 손봐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장애인 체육 실업팀에게 불똥이 튀어 장애인 체육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장애인 체육도 에이전시를 통해 관리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은 지향해야 할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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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장애인휠체어펜싱팀 창단식이 서울남산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창단에 나선 것인데 알고 보니 '최순실'과 연관돼 있었다. [사진=그랜드코리아레저]


장애인 체육을 통해 꿈을 키우고 실업팀이라는 직업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을 위해서 다양한 종목의 장애인 체육 실업팀은 존재해야 한다. 비장애인 실업팀에 비해 열악한 현실과 예산 지원 등의 어려움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애인체육의 독립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래야 검은 세력의 부정한 축재에 장애인체육이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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