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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될성 부른 떡잎’ 왕정훈에겐 기댈 언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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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안병훈에 이어 한국선수의 2년 연속 유러피언투어 신인왕 등극을 노리는 왕정훈.[사진=유러피언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왕정훈(21)이 13일 끝난 유러피언투어 네드뱅크 챌린지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세계랭킹 4위인 헨릭 스텐손(스웨덴)과 2016 마스터스 챔피언인 대니 윌렛(잉글랜드), 2010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루이 우스투이젠(남아공) 등 세계적인 강호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준우승이란 쾌거를 일궈냈다.

왕정훈은 네드뱅크 챌린지에서의 선전으로 안병훈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선수의 유러피언투어 신인왕 등극에 도전하게 됐다. 이번 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인 DP월드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왕정훈은 지난 주 준우승으로 ‘레이스 투 두바이’ 스탠딩을 24계단이나 끌어올려 15위에 자리했다. 경쟁자인 리 하오통(중국)은 19위다. 마지막 대회에서 신인왕이 결정되는 만큼 왕정훈은 차분하게 전의를 가다듬고 있다.

왕정훈은 올시즌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난 5월 유러피언투어 핫산 2세 트로피와 아프로시아뱅크 모리셔스 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을 거두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유럽투어에서 한국선수가 2주 연속 우승한 건 사상 처음으로 놀라운 성과였다. 왕정훈은 더욱이 핫산 2세 트로피 대회에 대기선수로 있다가 막판 다른 선수의 기권으로 출전 기회를 잡았고 이를 우승으로 연결시켜 화제가 됐다.

왕정훈은 정신력이 강한 선수다. 작년 10월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했던 왕정훈은 손목 인대부상으로 연습라운드도 하지 못했다. 출전 자체가 무리였던 상황이었으나 나흘 내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공동 3위에 올랐다. 왕정훈의 강인한 정신력은 잡초같은 성장과정과 무관치 않다.

그는 국내에서 성장한 선수가 아니다. 초등학교 졸업후 골프를 위해 부친 왕영조 씨와 함께 필리핀으로 떠났다. 마닐라 인근 리베라CC에서 훈련한 왕정훈은 3년후 국내로 돌아와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좋은 성적을 낼수록 텃세는 심해졌고 결국 다시 필리핀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어린 나이에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왕정훈은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왕정훈은 결국 2012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전향을 선언했다. 나이 제한이 없는 차이나투어가 데뷔 무대였다. Q스쿨을 2위로 통과한 왕정훈은 최연소 프로로 그 해 차이나투어 상금왕과 신인왕에 오른다. 그리고 이듬 해인 2013년 아시안투어 Q스쿨에 도전해 최연소 통과 기록을 세우며 무대를 넓혔으며 2013~2015년 매년 상금랭킹을 76위-21위-9위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지난 5월 유러피언투어 연속 우승이란 ‘대박’을 터뜨렸다.

왕정훈은 겸손한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 21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강호들과 겨루며 살아남은 것은 그만큼 실력이 좋다는 뜻이다. 특히 유러피언투어는 한국선수들에게 쉽지 않은 무대다. 다양한 환경의 국가에서 대회가 열려 이동과 문화, 숙식 등 미국PGA투어 보다 적응이 쉽지 않다. 왕정훈은 5살 위인 캐디(고동우)와 함께 신대륙을 개척하듯 유럽을 떠돌며 두 번이나 승전보를 전한 것이다.

180cm 72kg의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왕정훈은 장타를 친다. 작년 아시안투어에서 기록한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98.95야드다. 빠른 몸통 회전으로 장타를 때린다. 또한 쇼트게임 능력도 좋다. 거센 바람이 분 네드뱅크 챌린지 3라운드에서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아내 경쟁자들을 놀라게 했다. 몰아치기 능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아쉬운 것은 왕정훈에게 아직 후원사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유러피언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을 거두자 몇몇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연락이 있었으나 현재는 잠잠한 상태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여파가 아니길 바란다. 이제 서서히 시즌이 마무리되는 만큼 왕정훈이 최종전인 DP월드 투어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내 내년에는 기업의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 외로운 시간 속에 성장한 왕정훈에게 필요한 건 든든하게 기댈 언덕일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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