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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승진의 복싱이야기] 11월 6일 김예준 3차방어전 관전평 - 왼쪽 팔꿈치 부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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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복싱협회(IBF) 주니어 페더급 동양챔피언인 김예준(오른쪽)이 지난 6일 서울 가든파이브 중앙광장에서 벌어진 타이틀 3차 방어전에서 일본의 고바야시 유키에게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날리고 있다. 김예준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 [사진=버팔로프로모션 제공]


김예준의 장점

복서가 오랜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꼭 이겨야 할 시합이 있고, 뭔가 보여줘야 할 시합이 있고, 또 때로는 넘겨야 할 시합이 있습니다. 이번 시합은 김예준에게 넘겨야 할 시합이었습니다.

김예준 선수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데뷔전을 치르고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입니다. ‘오랑캐 헤어스타일로 관중들로 하여금 자신을 기억에 남게 할 줄도 알고, 뭔가 프로복서로 특징이 있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술적으로 슬리핑(slipping)이 눈에 띄었습니다. 상대의 스트레이트 공격이 오면 몸을 비켜 어깨 위로 펀치를 흘리는 동작인 슬리핑 기술은 웬만한 선수는 쉽게 할 수 없죠. 이런 기술을 가진 선수는 상당히 감각이 있고, 상대 주먹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는 담력도 있는 것입니다.

슬리핑 기술은 트레이너마다 의견이 달리합니다. 흑인선수들같이 허리의 유연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위험하다. 세계 일류 선수들은 주먹이 3, 4개 연속으로 나오기에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그래서 위험한 기술이기도 하다. 이런 비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감각이 있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소질이 있는 선수는 그 소질에 맞춰 잘 키우면 됩니다. 김예준은 이에 해당합니다.

김예준의 두 번째 특징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입니다. 변화를 줄줄 알고, 창조적인 플레이에 능했습니다. 여기에는 이용환 관장의 리드가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세컨을 맡은 김 관장은 리드는 선수의 동작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조용하고 간결합니다. 소리소리 지르며 작전을 지시하는 관장들은 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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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준(왼쪽)과 고바야시 유키의 조인식 모습. [사진=버팔로프로모션]


예견된 부상과 악전고투

김예준은 지난 3월 앙코타 전에서도 왼손잡이로 싸웠고, 이번에도 중간중간 왼손잡이로 바꿔가면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고육지책입니다. 공격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익숙해지지 않은 방어에는 단점을 보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김예준은 지난 3월 앙코타 전을 2주 앞두고 스파링을 하다가 왼쪽 팔꿈치를 크게 다쳤습니다. 이는 냉철하게 보면 예견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김예준의 장점은 왼손에서 나오는 리드 펀치(흔히 앞손)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복서들마다 펀치 스타일이 다양한데 김예준은 왼손에서 나오는 훅이나 어퍼컷, 보디공격이 유도탄처럼 길게 나가며, 맞추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뚜렷한 단점이 있습니다. 팔꿈치 각도가 커서 관절부위 인대부상이 오기 쉽죠. 그리고 예리한 각도에서 짧게 나오는 스윙보다 파워도 떨어집니다.

어쨌든 김예준은 그때 부상으로 레프트는 스트레이트만 가능하고, 훅이나 어퍼컷을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런 핸디캡을 안고 두 경기를 치른 것입니다. 왼손잡이로 싸운 것도 이 때문이었고, 이는 제법 효과적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컸습니다. 팔꿈치를 보호하기 위해 왼손잡이로 변화를 줬지만 자신의 특기인 레프트 어퍼에 이은 라이트스트레이트 연타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상대인 고바야시 유키는 큰 특징이 없는 무난한 선수였지만 KO승까지는 무리였던 것입니다.

이제 김예준은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고 긴 재활을 받아야 합니다. 아직 젊으니까 서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끝으로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근본적으로 왼손부상은 김예준의 복싱 스타일로 볼 때 인대에 누적된 피로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의학적으로 완벽한 수술도 없고, 완벽한 회복도 없습니다.

대부분 운동선수들은 부상은 안고 가면서 근육의 강화로 버텨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복싱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한 김예준의 팔꿈치 부상은 계속 재발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와 의논해 앞으로 리드 펀치는 레프트잽으로 한정하는 대신 레프트 훅과 어퍼컷은 한발 더 파고들어가 예리한 각도로 짧게 스윙을 하는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어떤지 검토해봤으면 합니다.

* 글쓰이 도승진은 현직 치과의사입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누가치과의 원장이죠. 순천향대학병원 치주과의 외래교수를 역임했습니다. 동시에 하루 한 번 복싱을 수련하는 복싱인입니다. 한국권투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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