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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이슈] ‘자격증이 뭐길래…’ 해프닝 빚은 K리그 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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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유나이티드 선수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지원익 기자] 충격적이다. 시즌 막바지 감독들이 대거 교체됐다. 시즌 중에 감독 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교체된 감독들이 이끈 팀의 순위는 현재 K리그 클래식(1부) 3위, 5위, 챌린지(2부) 3위다. 더군다나 수장 자리를 내준 감독들은 수석코치로 계속 팀에 머문다.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K리그 클래식 3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5위 전남 드래곤즈, 그리고 챌린지 3위 부천FC의 새 감독 선임식이 14일 일제히 열렸다. 제주는 김인수 감독이, 전남은 송경섭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부천은 정갑석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게 됐다. 기존의 제주 조성환 감독과 전남 노상래 감독의 직함은 수석코치가 됐다. 부천 송선호 감독도 마찬가지다.

바뀐 AFC규정, 때문에 팀들 혼란에 빠져

세 팀이 일제히 감독을 교체한 이유가 뭘까? 바로 AFC(아시아축구연맹)의 규정 때문이다. AFC는 ‘리그 3위까지 주어지는 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기 위해선 AFC P(Professional)급 라이선스 소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P급은 아시아에서 취득할 수 있는 최상위 지도자 라이선스(D급→C급→ B급→ A급→ P급)로, 아시아 각국의 최상위 리그는 물론 국가대표팀까지 지도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현재 제주는 ACL 출전 커트라인에 걸려 있고, 전남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부천도 올시즌 FA컵 4강에 올라 있어 우승자에게 주는 ACL 진출권에 한 걸음 다가왔다. 그런데 문제는 세 팀을 이끄는 감독의 자격이 출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세 감독은 A급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이는 ACL에 진출권을 얻더라도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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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성환 감독. [사진=제주유나이티드]


왜 미리 대비하지 않았나?

이런 사태가 일어난 이유는 AFC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K리그의 감독 자격은 AFC A급(혹은 대한축구협회 1급)으로 ACL 참가 규정보다 한 단계 낮다. 원래는 두 대회 모두 A급으로 같았다. 그런데 AFC가 2년 전 ACL 자격 요건을 높이면서 불일치가 발생했다. AFC는 2013년 ACL 참가 감독의 기준을 P급으로 높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방침이 최종으로 결정된 건 2014년 8월이다. 이에 따라 프로연맹은 바뀐 규정에 대한 안내문을 각 구단에 고지했다. 2015년부터 두 해에 걸쳐 진행되는 P급 자격증 코스를 신청해 지도자들이 자격을 갖출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프로연맹은 최근엔 ACL 규정상 대회에 나갈 수 없는 상주 상무를 제외한 A그룹 다섯 팀과 FA 4강에 올라 있는 수원 삼성과 부천 FC에 ACL 참가 신청 관련 공문을 띄웠다.

하지만 ACL P급 자격증 과정은 2년마다 열린다. AFC의 바뀐 규정이 시행되는 2017년에 ACL 참가 조건을 충족하려면 A급을 보유한 감독들이 최소한 2015-16년 과정은 이수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프로의 일선 지도자들이 현업을 겸하면서 P급 라이선스까지 따기란 쉽지 않다. AFC가 A급 지도자 자격증만으로도 K리그와 각급 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도록 2017년까지 요건을 유예했지만, 팀을 운영하기도 바쁜 그들이 자격증 공부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A급과 달리 P급은 2년에 걸쳐 총 세 차례의 강습을 받아야 한다. 강습 후엔 자격 심사와 시험이 기다린다. 현재 K리그 클래식엔 조덕제 수원 FC 감독을 비롯해 현재 감독대행 체제인 성남 FC와 인천 유나이티드 등이 ACL 출전 감독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음 P급 라이선스 연수는 2017년이다. 세 감독은 빠르면 2019년에 P급 라이선스를 얻게 된다. 따라서 제주, 전남, 부천이 다음 시즌 ACL에 진출하더라도 바뀐 감독 체제에서 대회를 치러야 한다. 세 팀이 임시로 ‘바지 감독’, ‘수석 감치’(수석 코치+감독)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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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노상래 감독. [사진=전남드래곤즈]


일각에선 구단의 안일한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한다. 이번 사태를 겪은 몇몇 구단 관계자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이 중엔 통상적으로 (자신의 팀이) ACL 진출권가 거리가 있기에, 조금은 안일하게 여겼다는 고백도 있었다. 부천을 제외한 두 팀은 현행 감독 체제 하에 스플릿 A그룹 진출의 쾌거를 이뤘고, 내친김에 ACL까지 넘보고 있었다. 전남 구단 관계자는 “몇몇 선수들의 부상만 빼면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라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체계가 바뀌면 어떤 식으로든 선수단과 지휘 계통에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세 팀은 ACL에 진출할 마음을 품고 있다는 전제하에 2019년까지 새 감독 체제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제주는 지난 15일 선두 전북을 상대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필드에선 조성환 수석코치와 김인수 새 감독이 동시에 테크니컬 지역에 나와 지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테크니컬 지역에는 1명만 있을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대기심으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지만, 김인수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승리 후 인터뷰에서 “서로 못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오늘은 좋은 쪽으로 효과가 나왔다”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타개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남과 부천 역시 지난 라운드서 승리를 거두며 감독교체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는 4경기다. 이 웃지 못 할 해프닝이 해피엔드가 될지, 베드엔드가 될지는 다음 달 시즌이 끝나면 알 수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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