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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뜨거운 환호에 응답한 명품 승부…연세대-고려대 정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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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왼쪽)와 연세대(오른쪽) 응원단.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목동)=정종훈 기자] 9월 24일 오후 1시 30분 목동 주 경기장. 긴장감이 맴돌았다. 4번째 종목인 럭비 경기에서 연세대가 고려대를 꺾으면서 2016년 연고전(올해는 주최가 고려대이기 때문에 정식 명칭은 연고전이다)은 1승 2무 1패. 정기전 승부의 운명 결정은 마지막 종목인 축구로 넘어갔다. 연세대, 고려대 선수들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입장했다.

선제골의 몫은 연세대였다. 세트피스에서의 집중력이 골로 이어졌다. 전반 16분 한승규가 크게 벌려준 크로스를 이근호가 헤더로 떨궜고 김성중이 쇄도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연세대 선수단은 모두 뛰어나와 고려대 응원단 앞에서 세레머니를 펼쳤고 고려대 선수들은 주심에게 다가가 "파울이 아니냐"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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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김성중(왼쪽)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전반 중반부터 고려대가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결국 골까지 만들어냈다. 전반 34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가슴 트래핑 후 왼발로 마무리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안은산이 연세대 응원단 앞으로 질주해 세레머니를 보였다. 실점 후 연세대 선수단은 한 곳에 모여 서로를 격려했다.

평소에 앉아서 지시하던 연세대 신재흠 감독도 벌떡 일어났다. 전반 막판 연세대가 추가골을 위해 적극적으로 슈팅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임민혁의 품에 안겼다. 오히려 고려대의 한방에 연세대는 무릎을 꿇었다. 전반 42분 장성재가 감아 찬 것이 전종혁의 손을 맞고 나오자 이은성이 마무리. 스코어는 2-1로 고려대가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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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의 플레이메이커 한승규(왼쪽)와 고려대의 중원사령관 이상민(오른쪽).


후반 시작과 함께 양 팀 감독들이 교체 카드를 만졌다. 고려대는 채정관을, 연세대는 신찬우를 투입해 보강에 나섰다.

연세대가 기회를 엿봤다. 이근호가 최전방에서 폭넓은 움직임과 활동량으로 고려대 수비진을 압박했다. 후반 2분 유승표의 걷어내기 실수를 틈타서 마무리 슈팅까지 이어갔으나 영점조절에 실패했다. 곧바로 찬스가 이어졌다. 임승겸을 압박해 볼을 탈취한 뒤 이근호가 강력하게 때린 것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고려대 선수들이 연세대의 강한 압박에 하나둘씩 쓰러졌다. 쥐가 난 유창훈과 안은산은 벤치 쪽으로 와 수지침을 맞으며 버텼다. 임승겸도 피지컬 코치에게 스트레칭을 받으며 근육의 긴장을 풀었다. 경기를 다 소화하지 못할 것을 느꼈던 모양인지 땅을 치며 분노하기도 했다. 연세대도 마찬가지였다. 훈훈한 장면도 포착됐다. 상대팀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하자 직접 쥐를 풀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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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을 당한 고려대 선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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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쓰러진 연세대 선수단.


고려대가 쐐기를 박았다. 후반 40분 곽정훈의 패스를 받은 장성재가 1:1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연세대는 고개를 푹 숙였고 고려대는 감독을 포함한 모든 선수단이 고려대 응원단으로 달려 나갔다.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임승겸과 안은산도 본인들의 부상도 잊은 채 뛰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과 동시에 고려대 선수단은 다시 한 번 그라운드로 모두 뛰어나갔다. 경기 내내 선수를 격려하던 서동원 감독도 웃음을 지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선수들이 고연전을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승리를 쟁취해서 너무 기쁘고 선수들한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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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을 나누는 고려대 선수단.


작년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는 고려대가 연세대를 만나 3-2 극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고려대를 화려하게 이끈 명준재, 허용준, 김건희가 차례로 프로로 떠나면서 고려대의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반면 연세대는 지난해 주축이었던 1학년 선수들이 한 해를 거듭하면서 성숙한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정기전에서의 승리는 고려대였다. 이에 대해 서 감독은 “연세대와 경기를 하면 이긴다는 위닝 멘탈리티가 있다. 연세대의 약점을 공략한다기 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최선을 다했다”며 웃음 지었다.

희비가 엇갈렸다. 승패와 상관없이 양교 선수들은 응원 단상으로 향했다. 고려대는 승리의 노래를 불렀고, 연세대 학우들은 “괜찮다”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연세대 황기욱은 “(고려대)한 번 이기기가 어렵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패배로 축 처졌지만 고려대를 응원하는 학우들의 기념 촬영 요청에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한 쪽에서는 서준영이 미안함과 아쉬움이 섞인 눈물을 한 방울 씩 흘렸다.

고려대는 그라운드로 돌아와 가족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며 기쁨을 나눴다. 이어 인터뷰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정기전의 승리를 만끽했다. 팀 세 번째 골을 넣은 장성재는 “오늘 원래 역전승 하기로 했다. (선제)골을 내줬지만,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속내를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정기전에서 골을 넣고 싶다고 밝혔다. “감독님이 10번 달았으면 넣어야 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부담도 있었지만 골 넣는 상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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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막판 장성재를 말리는 고려대 서동원 감독.


고려대는 정기전 ‘통산 100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에 고려대 응원단은 그라운드로 내려와 선수단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고려대는 밝은 미소와 함께 그곳을 향했고, 연세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기장을 유유히 떠났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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