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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메라리가 5R] ‘한때 강호’ 발렌시아, 부진의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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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의 살바도르 곤살레스 보로 감독 대행이 경기 중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프리메라리가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지원익 기자] 2000년대 초반 ‘인간계 챔피언’으로 불린 발렌시아는 2016-17시즌 1승 4패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8위에 머물러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발렌시아는 23일(한국시간) 자신의 홈구장 캄프 데 메스타야서 열린 2016-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5라운드서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에 2-1로 승리했다. 4연패 후 1승이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낙제’다. 두 골 모두 정상적인 득점이 아니라 상대의 자책골과 페널티킥이었다.

발렌시아 지역 스포츠 신문 <수페르데포르테>는 프리시즌 기간 발렌시아의 경기력을 보고 ‘수비는 부드럽고, 중원은 유약하며, 공격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발렌시아는 하나의 팀으로 완성되지 못한 모습이었고, 그 책임은 파코 아예스타란 감독에게로 귀결됐다. 발렌시아는 4라운드가 끝난 지난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아예스테란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시즌 시작 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이다. 감독을 잃은 발렌시아는 이날 전술의 핵심을 잃은 채 헤맸다. 공격에선 슈팅수 총 12개 중 유효슈팅 단 2개, 슈팅정확도 25%, 크로스 성공률 17% 등을 기록했고, 수비 역시 클리어링이 15개(알라베스 25개)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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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의 다니 페레호가 후반 43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프리메라리가 홈페이지]


발렌시아는 한때 레알마드리드·바르셀로나 ‘양강’의 뒤를 잇는 강호였다.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 아래 2000-01, 2003-04시즌 두 차례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고 다비드 비야, 다비드 실바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를 배출하며 꾸준히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발렌시아는 2015-16시즌 중반 12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며 12위로 마무리했다. 1987-88시즌 이후 최악의 순위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때문에 이번 시즌 팀을 인수한 싱가포르 재벌 피터 림은 선수단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유로2016’에서 포르투갈 우승을 견인한 루이스 나니를 비롯해 레알마드리드 카스티야에서 성장하던 미드필더 알바로 메드란과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라이트백 마르틴 몬토야, 라리가 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중앙 미드필더 마리오 수아레스를 영입했다. 이밖에도 센터백 에세키엘 가라이와 엘리아킴 망갈라, 바르셀로나 출신 유망주 공격수 무니르 엘 하다디 등을 영입하며 알카세르, 네그레도, 고메스, 푸에고, 무스타피, 페굴리 등이 떠난 자리를 메꿨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특히 수비가 불안해 5경기서 11실점하고 있다. 이적시장 막바지에 급하게 영입한 ‘센터백 듀오’ 가라이와 망갈라는 아직 동료들과의 호흡이 원활치 않은 모습이다. 발렌시아는 11실점 중 중앙수비수의 실책으로 인한 골이 절반이 넘는 6골이다. 크로스 올라온 공을 페널티박스 안쪽서 공격수보다 늦게 선점해 실점한 경우, 한 번의 패스로 수비라인이 깨지며 실점한 경우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이날도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서 공격수를 놓치는 바람에 실점했다. 이날 가라이가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오지 못해 브라질 출신 산토스 안데르란이 빌바오 전에 이어 이틀 연속 망갈라와 호흡을 맞췄는데, 전반 44분 코너킥 상황서 알라베스의 주장 가이즈카 토퀘로를 놓치며 헤딩 골을 허용했다. 후반 8분에는 알라베스 진형에서 한 번에 올라온 스루패스 하나를 중앙 수비수 모두가 놓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실점과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경기 내내 상대 공격진을 완벽히 봉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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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포르티보 알라베스의 주장 가이즈카 토퀘로(사진 맨 오른쪽)이 전반 44분 헤더로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프리메라리가 홈페이지]


또 한 가지 문제는 측면 수비다. 레프트백 호세 가야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힘을 실어주지만, 한편으론 수비 뒤 공간을 자주 내주고 있다. 가야의 뒤 공간으로 빠지는 공과 사람에 대해 중앙 미드필더 파레호의 커버 플레이는 미비하다. 지난 시즌에도 파레호는 포백 앞자리에 배치되었을 때 큰 부담을 느꼈다. 올 시즌 새로 주장을 맡은 또 다른 미드필더 엔소 페레스도 수비적으로 재능이 있는 선수가 아니다. 이 두 명의 볼란치의 수비 미숙 때문에 두 센터백이 위험에 처했다. 알라베스와의 경기서도 가야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기여했다. 전반 27분엔 날카로운 크로스로 알라베스의 센터백 라과르디아의 자책골을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떠난 빈자리를 메운 건 미드필더 알바로 메들란도 페레즈도 아니었다. 측면 공격수 로드리고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돼 나갔다. 이후 좌우 후방수비는 알바레스 윙어들의 먹잇감이 됐다. 알라베스는 더 활발하게 측면을 공략했다. 알라베스 공격진의 결정력이 더 좋았다면 추가실점으로까지 연결됐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격이다. 마땅한 골잡이가 없다. 지난 4라운드까지 골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단 5점에 그쳤다. 이날도 12번의 슈팅 중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은 단 두 개였다. 이마저도 알바레스가 교체로 어수선했던 후반 막판에 모두 나왔다. 그나마 양 측면 공격수들은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 무니르는 별 다른 활약 없이 후반 33분 바카리와 교체돼 나갔다. 무니르가 이날 기록한 슈팅은 0개다. 그를 대신해 10여 분간 그라운드를 밟은 바카리도 움직임이 무거워 보였다. 그 역시 슈팅은 기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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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선수들이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4연패 후 달콤한 승리다. [사진=프리메라리가 홈페이지]


발렌시아는 이날 파레호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2-1 승리를 가져가긴 했지만 남겨진 숙제가 많다. 일단 최하위의 누명은 벗었다. 리그 18위. 그리고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다. 첫 승리를 타산지석 삼아 더 전략적이고 세심하게 추후 일정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최하위였던 발렌시아가 시즌 종료 후엔 몇 위에 올라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시즌 초반 AT마드리드(1-1 무), 바르셀로나(2-1 승) 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파란을 일으켰던 승격 팀 알라베스는 이날 패배로 1승 3무 1패를 기록, 리그 12위까지 떨어졌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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