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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오롱 한국오픈] 예비역 허인회 “앞으로 성적으로 인터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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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이 된 첫날 허인회는 "성적으로 인터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두호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남화영 기자] 예비역이자 골퍼로 돌아온 허인회(29)는 “앞으로는 성적으로 인터뷰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식적으로 7일 전역한 허인회는 이날 오후 코오롱 제59회 한국오픈이 열리는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컨트리클럽을 찾아 연습그린에서 퍼팅 연습에 몰두해 있었다. 홀로 늦게 대회장을 찾은 터라 연습 라운드 티 타임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9개월간 군 생활을 하면서도 허인회는 꾸준히 뉴스를 생산한 뉴스메이커였다. 지난해 4월 열린 동부화재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국군체육부대 선수로는 최초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대회를 제패하는 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SK텔레콤오픈에서는 혼자서 백을 메고 라운드를 돌면서 홀인원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군인 신분으로 대회장에서 버디를 잡을 때마다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대회 때마다 사진으로 잡혔다. 허인회=거수경례가 트레이드 마크가 될 정도로 그가 펼치는 게임은 흥미로웠다. 2015년 창단한 국군체육부대 골프팀은 이날 허인회를 포함해 5명(김남훈, 맹동섭, 박현빈, 함정우)이 전역하면서 해체됐다.

그의 전역과 동시에 더 이상 버디를 잡고 거수 경례하는 선수는 볼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버디를 잡으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부터가 궁금했다. “이전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닐 걸요.” 그러면서 두 팔을 번쩍 들어보였다. 넉살이 여전했다. “보기, 더블보기를 하더라도 속마음은 기쁩니다. 대회 첫 우승했을 때 같아요. 주변에 물어보니 제대한 첫 느낌이 다들 그렇다고들 해요.”

민간인이 된 첫날 그는 얼떨떨하지만 짜여진 생활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젖어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일주일 전인 9월1일. 그는 가위에 눌렸다고 털어놨다. “일어났는데 이제 막 훈련소 번데기(침낭)에서 깨어난 거예요. 오싹하고 답답하더라구요. 폐쇄공포증이 그런 건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누웠다가 일어나니까 다행히 현실이더라구요.”

허인회는 군대 이전과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됐고 새 출발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벌었던 돈은 모두 부모님 드렸습니다. 이제까지 키워줘서 고맙다고요. 이제 은행 잔고가 20만원밖에 없습니다. 제 차도 없죠. 여자 친구의 차에 짐을 싣는데 제 짐이 많아서 그걸 억지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골프백을 넣을 수 없어서 드라이버는 따로 빼서 간신히 넣고 골프장까지 왔습니다.”

허인회는 지난 5월에 혼인신고를 마쳤다. 군대에 있으면서 가정을 꾸렸다. 최근 KPGA 직원의 결혼식에도 연인을 동반했다. 결혼은 2018년 초에 할 계획이다. 제대하고 이제는 가장이 된 만큼 똑바른 프로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첫 라운드를 마치고 공개 프로포즈를 할 겁니다. 군대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졌지요. 이제 가정을 책임진 만큼 잘 해야죠.” 뉴스메이커 허인회는 민간인이 된 둘째날 다시 뉴스를 만들 것 같다.

그의 너스레는 듣는 사람을 빠져들게 만들고 웃음 나게 한다. 군대 가기 전 ‘게으른 천재’로 유명했던 허인회는 뛰어난 감각파의 골퍼이면서 타고난 재담꾼이기도 하다. 제대하고 나서 첫날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밤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 연습 그린에서도 그랬죠. 군대 가기 전에는 안 그랬는데 한 구석에서 티 꽂고 퍼팅 연습했어요. 군인이던 습관이 남아 있었죠. 군인 신분으로 대회 출전하면 상금도 못 받는 깍두기 선수라는 생각으로 주눅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좀더 당당하게 행동해야죠.” 제대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짧은 군대식 헤어스타일은 남아 있지만, 노란색으로 물들이면 예전의 허인회로 돌아갈까? ‘거침없이 하이킥’처럼 관심은 끌 것 같다. 잠잠한 남자 골프에 흥행 아이콘이 돌아온 것이다.

“군대에선 아무래도 예전과 똑같은 정도로 연습은 못했죠. 프로 대회는 그린이나 샷 감각이나 평소 연습이 섬세하면서도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핑계는 대지 않겠습니다. 프로는 성적으로 얘기하는 것이죠. 이제부터 저는 성적으로 인터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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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의 거수경례 대신 보게될 새로운 버디 세리머니. [사진=김두호 기자]


멋진 말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최근 겪은 해프닝의 상처가 담겨 있다. 지난 SK텔레콤오픈 2라운드에서 그는 늦잠 잔 캐디를 대신해 혼자 백을 메고 나가서 홀인원까지 하며 타수를 줄였고 다음날 9홀을 하고 기권했다. 그의 독특한 행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는 수없이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어떤 분은 프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도 하더군요. 대회를 우습게 생각한다고요. 제 행동이 경솔했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게 공격당했죠. 저도 프로 생활을 했는데 단지 캐디가 늦잠을 잤다는 이유만으로는 혼자 백 멘다고 나서지 않았습니다. 다른 선수들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안 지켜지고 그런 행동들이 쌓이다 보니 화를 냈고 그게 신중하지 않은 처신으로 나왔죠. 하지만 제가 그날 홀인원을 한 게 문제를 더 키웠습니다. 홀인원을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그날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인데 왜 군대가 언급되고, 프로 자격이 문제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것도 핑계처럼 들릴 수 있으니 앞으로는 성적으로만 인터뷰하겠다는 겁니다. 이젠 가장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성숙하게 행동하고,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지요. 저도 이제 서른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허인회는 일본 JGTO 투어에서는 군입대 기간의 시드를 유예받아 내년부터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는 국내 투어에만 나오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일본 투어와 한국투어를 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오픈에서는 2라운드에서 공동 3위, 3라운드에서 공동 2위로 선두권을 위협하면서 기자 회견장에 들어와 거수경례를 하고 인터뷰를 한 뒤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는 첫날 11시 57분 역시 군에서 제대한 김우현, 호주의 데이비드 매킨지와 한 조로 티오프 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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