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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원 여자오픈] 반전 매력 최혜정 “때가 오길 기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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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지막 대회에 우승하는 반전의 드라마를 쓴 최혜정.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선)=남화영 기자]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가장 특이했던 우승자를 꼽으라면 단연코 최혜정이었다. 나이는 24세였는데 루키였다. 골프를 늦게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만 스무살에 프로에 데뷔했지만,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최혜정은 170위를 기록했다. 프로무대의 벽은 높았다.

최혜정은 이듬해에도 시드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설상가상으로 고교시절 다쳤던 발목부상이 재발해 6개월간 골프채를 잡지 못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후 2년 간 2부 투어 생활을 이어갔지만 최혜정은 역시 시드전에서 매번 엎어졌다. KLPGA투어 출전권이 걸린 시드전에 5번이나 낙방해 6번 만에야 꼴찌로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18살 때부터 매년 시드전에 응시한 끝에 23세가 끝나갈 무렵 1부 무대에 발을 디디게 됐다. 이게 5전6기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불행은 끝이고 꿈많은 루키 생활이 시작되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올시다였다. 9월 YTN볼빅여자오픈을 마쳤을 때까지 상금 랭킹은 85위! 19개 대회에 출전해 8개 대회는 컷오프, 한 개 대회는 기권이었다. 컷을 통과했어도 대회 출전 경비를 빼면 남는 게 없었다. 1부투어 무대는 혹독했고 살아남으려면 다시 시드전을 치러야 하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반전이 시작됐다.

10월 OK저축은행박세리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5위를 하면서 2400만원의 상금을 챙기면서 순위도 68위로 끌어올렸다. 이어 KB금융스타챔피언십 17위를 했다. 행운도 따랐다.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레이디스클래식에서는 원래 출전권이 없었는데 앞 순위 선수 한 명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출전권을 얻어 나가 26위를 하면서 상금 순위는 59위까지 올랐다.

상금순위 60위 이내에 오르자 절묘하게도 다음 대회인 ADT캡스챔피언십 출전권까지 생겼다. 그 대회에서 4위를 하면서 상금랭킹은 55위로 올라섰고, 역시 상금 60위 이내에만 출전이 허용되는 시즌 최종전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프로 데뷔 첫승을 했다. 그것도 마지막 날에 천하의 박성현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3타차로 우승했다. 상금 1억4000만원을 획득하면서 상금 순위 21위까지 치솟았다.

최혜정의 올해 상반기 성적은 지난해보다는 월등히 낫다. 20번의 대회에 출전해 상금 44위에 올라 있다.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의 컷을 시작으로 상반기에 6번의 컷 탈락과 한 번의 실격이 있었다. 반면 5월의 E1채리티오픈에서는 6위를 했다. 삼다수마스터스에서 마지막날 홀인원도 하면서 8위로 마쳤다. 이어진 보그너MBN여자오픈에서는 11위를 했다.

지난해는 시즌말에 대회마다 턱걸이로 넘으면서 마지막 우승 한 방으로 루키 시즌을 멋지게 마친 반전의 아이콘 최혜정이 올 시즌 절반을 지나면서 또 한 번의 반전을 꿈꾼다.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은 반전을 꾀하기엔 나쁘지 않은 무대다. 첫날인 25일의 성적은 1오버파 73타로 중상위권이니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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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지막 대회인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에서 최혜정이 멋진 우승 드라마를 연출했다. [사진=KLPGA]


- 최혜정이 생각하는 올 상반기는 부담이었다.
“상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어요. 지난해 처음 우승하다보니까 저는 그대로인데 환경이나 시선이 전과 달랐죠. 그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몸이 소진됐죠. 이제 그런 것도 받아들일 때가 됐는데 한 꺼풀 벗고 달라질 때마다 힘들었어요. 19살에 프로 따고나서도 한참 헤맸죠. 뭘 더 보여주려다가 발목을 다쳤었죠. 올해 상반기가 꼭 그래요. 더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제 와 돌아보니 억지였어요.”

- 깨닫고 난 다음에는 앞으로의 방향이 나오는 법이다.
“운동을 틈틈이 많이 합니다. 선수 생활하면서 안 아플 수는 없죠. 감수하고 떠안고 가는 거죠. 발목 다치고 나서 재활을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피지컬 트레이닝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죠. 이제 샷 연습은 하지 않아도 운동은 꾸준히 합니다. 어떤 때 몸에 감이 딱 오는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잘 안 오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조금 나아지는 때가 있어요.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그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컨디션, 필링, 그리고 하늘의 뜻. 그렇게 삼박자가 맞으면 다시 뭔가가 이뤄지죠.”

- 돌아보면 지난해 우승도 홀가분한 마음에서 나왔다.
“ADT대회에서 4등을 하고 시드를 따내니까 해방된 기분이었어요. 마지막 대회는 홀가분하게 용돈이나 벌겠다는 행복한 마음에 나갔죠. 긴장도 안했고, 볼이 너무 잘 맞아 우승까지 했지요. 그러고보니 17살 아마추어 시절 일송배에서 우승할 때도 그랬어요. 부담없이 즐기다 보니 우승하더군요. 삼박자가 맞았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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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의 이미지가 두드러진 최혜정의 와키 드라이버 헤드커버.


- 지난해말 우승하고나서 코오롱 왁(Waac)을 입는 유일한 여자선수가 됐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긴다(Win at all Costs)’는 왁의 구호가 자신의 지난해 시즌을 말하는 것 같고 악동 이미지의 와키 캐릭터도 자신과 닮았다.
“제 지난해 시즌이 딱 그랬죠. 저의 숨겨진 오기가 와키와 닮은 거 같아요. 마냥 순하지는 않고 악동같은 끈질긴 면도 있어요. 골프백에도 사진 촬영용인 와키를 얻어서 드라이버 헤드커버로 쓰고 있어요. 지인들이 다들 그래요. 딱 저와 닮았다고요.”

- 그래서 하반기는 어떤 반전을 준비하나.
“상반기에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급해졌죠. 이젠 그런 욕심을 버렸어요. 올해는 우승보다는 상금랭킹 20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어요. 내실을 다지다 보면 우승도 자연히 따라올 때가 있겠죠. 욕심내기 보다는 내 중심을 더 잡으려고요. 그리고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거죠. 지난해 그랬듯이.”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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