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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대반전을 이끌어 낸 박인비의 놀라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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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첫날 경기 도중 코스공략도를 살펴 보고 있는 박인비.[사진=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박인비(28 KB금융그룹)가 17일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첫날 경기에서 보기프리 라운드를 펼치며 5언더파 66타를 쳤다. 선두 아리야 주타누간(태국)과는 1타차다. 2주전 출전한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예선탈락한 선수가 금메달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팬들은 “도대체 열흘 사이 박인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를 궁금해 한다.

박인비는 이날 1라운드 경기에서 14개 홀중 13개 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에 넣어 페어웨이 적중률 92.8%를 기록했다. 그리고 18개 홀중 15개 홀에서 레귤러 온에 성공해 그린적중률 83.3%를 기록했다. 2주전 출전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박인비는 페어웨이 적중률 60.7%에 그린 적중률 52.7%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스코어 메이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퍼팅의 경우 그 편차는 더욱 심했다. 박인비는 리우 올림픽 첫날 3m 이내의 버디 퍼트 6개를 놓쳤다. 그러고도 5언더파를 몰아쳐 선두권을 형성했다. 샷감과 함께 이날 퍼트감이 얼마나 좋았는 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박인비는 불과 2주전 제주도에선 평균퍼팅수 29.50개를 기록하며 평균 버디율 16.67%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아무리 ‘하루 하루 다른 게 퍼팅감’이라고 하지만 불가사의한 일이다.

골프 경기에서 첫날 잘 쳤다고 나머지 라운드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퍼팅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이번 대회코스에서 박인비는 충분히 금메달에 도전할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박인비는 경기후 “진짜 기분좋은 것은 오늘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난 아예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것 보다는 (많이 만든) 기회를 놓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도대체 무슨 능력을 가진 걸까. 명예의 전당 헌액을 확정하기 위해 무리하게 출전한 지난 6월의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예선탈락한 후 두달간 손가락 부상을 치료하며 시간을 보낸 선수가 어느날 갑자기 최고의 기량을 되찾는다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박인비는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2주 사이 처절한 노력을 했고 다행히도 좋은 운(運)이 들어와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제리나 필러(미국)는 “인비는 정말로 놀라운 사람이다. 그녀는 본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인비에게 퍼팅 레슨이라도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필러는 본인이 선수라 부상으로 인한 두달 간의 공백이 얼마나 뛰어넘기 어려운 벽인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박인비는 2주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예선탈락한 후 일부 팬들로부터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그런 실력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느니 차라리 다른 선수에게 출전권을 양보하는 게 낫지 않았느냐!”는 비판이었다. 이 또한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침묵을 지킨 채 묵묵히 막바지 올림픽 준비에 몰두했고 이날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왜 그녀가 메이저 3연승의 신화를 일궈내며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는 지를 보여준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벌써부터 박인비의 은퇴 가능성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멋진 마무리”라며 이번 올림픽을 마친 후 은퇴를 선언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박인비는 실제로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출산을 위해 앞으로 수년간 골프를 중단할 수 있다. 그 다음 복귀할지 아니면 은퇴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박인비는 “이번 리우올림픽이 내 골프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박인비는 메달을 따든, 그렇지 못하든 이날 1라운드 경기로 자신의 진정성과 가치를 모두 보여줬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박인비는 ‘위대한 골퍼’로 남을 것이다. 모두가 축복하는 유종의 미(美)를 거두길 국민들은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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