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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리액션] 탤런트 한상진의 이유있는 스포츠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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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탤런트 한상진(39)의 페이스북 글이 화제다. 전 여자 국가대표농구선수 박정은(39)의 남편인 한 씨는 8월 12일 오전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리우 올림픽 관련 글을 하나씩 올렸다. 메시지는 간명하지만 울림이 크다. ‘모든 국가대표는 박수받을 만하다. 메달을 못 딴 선수들은 제발 울지 말고, 공항에서 박수로 그들을 맞아주자.’

먼저 한 씨는 8월 12일 오전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금메달 못 따서 죄송하다고 안 해도 됩니다.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건 그 종목에선 대한민국 최고라는 의미입니다. 선수 개인적으로 안타까울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 1등이라고 꼭 세계 1등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4년간 올림픽 출전을 준비한 선수들 모두 박수받아야 합니다. 밤새 응원하고 같이 울고 안타까워 한 우리도 박수받아야 하고..ㅎㅎㅎ
금메달 딴 선수들도 우리 국가대표이고 예선탈락한 선수들도 우리 국가대표입니다. 귀국할 때 메달 못딴 선수들이라고 다른 출구로 나가게 하지말아요. 메달리스트들만 앞에 세우고 나머지는 죄인처럼 도망가듯이 빠져나가게 하지말기를... 먼 곳에서 국가를 대표로 시합하고 왔는데... 성적 못낸 선수들 본인이 제일 힘들 거고, 그 가족들은 괜히 마중나가서 기분이 씁쓸해지는 거보다는 모두가 수고했다고 출정식 때처럼 박수쳐주는 그런 모습을... 내가 마중 나가봐서 그 기분을 조금 아니까...흠...


한 마디 한 마디 틀린 구석이 없다. 극히 당연한 얘기로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 글에 대해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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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상진 씨와 전 국가대표 농구 선수 박정은 씨 부부.


2편은 더 호소력이 짙었다. 2004년과 2008년에 자신이 ‘그분(아내)’ 때문에 직접 겪었던 경험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2004년에는 ‘2000년 시드니 4강’의 후광으로 방송사가 집까지 찾아와 응원모습을 촬영했지만 대표팀이 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할 때는 기다리는 남편도 놓쳤을 정도로 공항을 몰래 빠져나왔다고.

반면 2008년 베이징 대회때는 그분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거 같아 현장응원에 나섰는데, 관심 자체를 끌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리우올림픽에 대해 한 마디를 던졌다.

‘그분’은 네 번 연속 올림픽 출전을 했지만 올림픽 메달은 없다... 아시안게임만 은메달 두 개에 동메달 하나 있음... 올림픽에서는 4강이 최고 기록이고 최하위도 해본 ‘그분’...
메달 따는 일도 가치가 있지만, 메달은 못 땄지만 국가의 명예를 걸고 경기를 뛰는 모든 선수들은 분명 가치가 있다... 오히려 외국에서는 올림픽 네번 연속 출전 자체가 대단하다고 하는데... 흠... 그 메달이 없어서 사람들은 올림픽에 여자농구가 출전을 했는지도 잘 모른다...
문득 요즘 리우올림픽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잘한 선수도 있지만 기대주였다가 예선탈락한 선수도 있는데 모두가 마지막에 눈물을 흘린다... 하물며 비인기종목의 소식은 알 수도 없다...
잘하든 못하든 그들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이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다르지만 그들이 올림픽을 준비하며 훈련했던 의미는 같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그들 모두에게 무한정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이 글 역시 페이스북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 미디어가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2008년 베이징에서 현장 응원을 함께 다녔던 인연이 있기에 한 씨에게 기사로 다뤄도 되겠냐고 슬쩍 물었다. 그는 “언제 함 뵈야죠”라는 유쾌한 제안으로 승낙을 대신했다.

얼마전 방송인 김제동의 성주발언으로 연예인의 사회참여가 구설에 올랐다. 기본적으로 연예인이든 누구든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면, 사회의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라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동의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다. 진영논리의 잣대로 한쪽은 환호하고, 한쪽은 ‘좌빨’로 몰아부쳤다.

개인적으로 한상진 씨의 글은 올림픽 기간 중 그 어떤 칼럼보다 울림이 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의 글에 공감한다. 연예인이 자기 분야 외에 주제넘게 나섰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스포츠는 이념논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일 터. 그럼 스포츠는 되고, 정치는 안 되는가?

중요한 건 정치냐, 스포츠냐가 아니다. 또 발언자의 신분도 그리 따질 필요가 없다.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이, 그 발언의 진정성에 주목하면 된다. 한상진 씨가 일침을 놓은 우리네 스포츠 문화가 좀 성숙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연예인판 앙가주망(engagement)’ 문화도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아래 한 씨의 페북 글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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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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