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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째 변방인 한국남자 농구, '목표는 도쿄올림픽'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배성문 기자]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제31회 하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선수들은 지난 4년간 흘려온 땀의 결실을 맺고 있다. 그 동안 노력에 대한 대가는 그 결과와는 무관하게 올림픽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국가와 개인에게 있어 크나큰 영광일 것이다. 그러나 그 영광의 자리에 20년째 번번이 노크만 해보고 입성하지 못하고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농구, 정확히는 ‘남자’농구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20년 전인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20년간 올림픽 무대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남자농구 대표팀은 전임감독제를 도입해 ‘농구대통령’ 허재를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목표를 4년 뒤인 도쿄올림픽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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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 '야인' 허재가 대한민국농구협회로부터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에 전임감독으로 선임됐다. 그의 임기는 2019년 2월 28일까지다. [사진=뉴시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전임감독제... 감독엔 ‘농구대통령’ 허재

이번 전임감독제가 도입되기 전 대표팀 감독은 KBL 챔피언 구단의 감독이 매번 그 공석을 채워 눈앞의 대회를 치르는 것이 관례였다. 2008년 김남기 감독이 전임감독(현 명지대 감독)에 선임됐지만 김 감독은 이내 프로구단인 오리온스의 부름을 받으며 국가대표 감독의 자리를 내놓았다. 이후 8년 만에 전임감독제가 부활한 것이다.

대한농구협회는 지난 5월 25일 남자농구 대표팀의 전임감독 모집을 공고했다. 이에 유재학(모비스)감독을 도와 국가대표 코치를 오랜 기간 지낸 이상범 전 KGC감독과 08-09시즌과 10-11시즌 KCC를 우승으로 이끌며 두 차례 국가대표 감독의 경험을 갖고 있는 ‘농구대통령’ 허재 전 KCC감독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허재 감독이 선임되었다.

전임감독제는 국제대회를 앞둔 대표팀에게 늘 골칫덩이였다. 2008년 이후 KBL 우승팀 감독이 임시로 대표팀을 맡던 관행을 깨고 다시 전임감독제가 도입된 배경에는 FIBA(국제농구연맹)가 새롭게 도입하는 홈&어웨이 방식의 농구월드컵 예선이 도입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한 세대교체를 통해 2020년 도쿄 올림픽 도전을 위한 대비 역시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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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들을 제외시키고 영건들의 시험무대가 된 존스컵. 대표팀은 2위로 선전하며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봤다. [사진=대한농구협회]


존스컵 통해 확인한 영건들 가능성, 세대교체 청신호

허재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지 꼭 일주일 만에 24명의 예비엔트리를 발표했다. 크게 이슈가 된 선수들은 단연 그의 아들들인 허웅, 허훈이었다. 또 10년 이상 혹은 그 가까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들이 다시 이름을 올렸는가 하면, 성인대표팀 명단에 처음으로 선발된 젊은 선수들도 대거 눈에 띄었다. 허훈, 강상재 등의 대학생들은 물론, 허웅, 변기훈, 김준일, 이재도 등 젊은 프로선수들이 대거 발탁된 것이다.

허재 감독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 강화훈련을 실시해 최종대표를 추려냈고, 대만에서 열리는 윌리엄 존스컵에 참가했다. 존스컵 대표 중에는 1985년생인 허일영이 최고참으로 주장을 맡았고, 대부분은 젊다 못해 어리기까지 한 선수들이 포함됐다. 한국 남자농구가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렸다.

결과는 존스컵 최종 2위로 만족스러웠다. 외국선수들이 연합해서 나온 필리핀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1위라고 봐도 무방했다. 존스컵에서 어린 선수들의 자신감과 가능성을 확인한 허재 감독은 최근 다음 달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제1회 FIBA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 대비한 엔트리를 다시 공개했다.

존스컵에서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서는 이를 증명하는 자리다. 베테랑 선수들을 합류시키면서 대표팀의 무게감과 안정감을 실었다. 지난 7일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훈련에 돌입했고, 오는 29일과 31일 국내에서 튀니지와의 평가전으로 최종 점검을 한 뒤 이란으로 떠나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최종 목표 2020 도쿄올림픽 앞둔 변수

현 남자농구 대표팀의 최종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승선이다. 그러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첫째, 올림픽 출전 선수의 연령제한이다. 올림픽 농구 종목에 나서는 선수들의 연령을 축구와 같이 23세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인데, 이는 이미 수년 전부터 NBA의 데이비스 스턴 총재가 FIBA와 협의를 해왔지만 FIBA는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는 그럴 일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연히 리우 올림픽 이후 연령 제한 논란은 재점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세대교체보다 훨씬 어린 나이의 선수들이 올림픽을 목표로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대학생, 심지어 고등학생들이 다음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즉, 진행 중인 세대교체의 연령대를 대폭 낮추거나, 축구처럼 연령별 대표팀을 상시 운영하며 고교, 대학 때부터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는 허재 감독의 계약기간이다. 2019년 2월까지 대표팀을 맡기로 한 허재 감독이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면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전임 감독 아래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에게 혼란이 생길지도 모른다. 허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후임 감독에 잘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생기는 것이다. 허 감독의 계약은 농구월드컵 예선 기간까지다. 농구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을 때 바로 후임 감독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올림픽 본선행 티켓과 최종예선 티켓이 주어지는 농구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감독선임 문제를 확실히 해야 한다.

농구만큼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였던 이웃나라 일본은 2030년까지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하며 '농구판 탈아입구'를 달성하기 위애 애를 쓰고 있다. 매년 FIBA랭킹 20위권 내의 국가들과의 평가전을 10여 차례 치르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이제 막 전임감독제를 도입하며 그 첫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평가전도 뉴질랜드와의 평가전 이후 2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남자농구가 일본에 뒤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1990년대까지 '아시아의 호랑이'로 군림하다가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와르르 무너지며 '2006 도하 참사', '2009 텐진 참사' 등의 굴욕을 맛봤던 한국 남자농구. 2010년 이후 2013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를 차지하며 2014 농구월드컵에 16년 만에 진출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아직 그 미래가 밝다고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아직 도쿄 올림픽까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한다면 4년 뒤 한국 남자농구가 24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다. NBA 톱스타들의 출전으로 특히 인기가 높은 올림픽 남자농구를 더 이상 '남의 잔치'로 내버려두는 것은 한국 농구인들의 직무유기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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