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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리우 올림픽 이후 제작되는 복싱영화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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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에 처음 단행본으로 나온 <셜록 홈즈의 모험> 표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 ‘셜로키언(셜록 홈즈 마니아)’에게는 주지의 사실이겠지만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창조한 명탐정 홈즈는 복싱과 펜싱에 능했다. 특히 복싱은 소설 속에서 친구 왓슨이 “(홈즈는) 본인 체급 안에서는 챔피언”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홈즈 시리즈를 꼼꼼히 읽어보면 복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과시하고, 격투기로 상대를 마차에 실려보낼 정도로 격투를 벌이는 등 홈즈의 빼어난 복싱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소설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영화 <셜록 홈즈(영화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홈즈 역을 맡았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이 아니다)>에 묘사된 그의 복싱실력을 참조하면 좋다.

# 셜록만 복싱을 좋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자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낚시만큼이나 복싱을 좋아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인 에즈라 파운드에게 복싱을 가르치고, 스파링까지 했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소설가와 시인이 같은 일에서 승부를 펼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직립보행만큼이나 오래된 역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복싱은 지금도 투기종목의 간판이다. 고대올림픽부터 현대올림픽까지 정식종목이었고, 프로복싱이 아무리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파퀴아오-메이웨더의 대결’처럼 지금도 폭발적인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문학작품이나 작가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스포츠 영화에서도 축구와 함께 가장 많이 다뤄진 종목 중 하나다. 1947년작으로 이제는 고전이 된 <육체와 영혼>을 비록해, 그 유명한 <록키> 시리즈,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성난 황소>, <우리가 왕들이었을 때>(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킨샤샤 대결을 다룬 다큐멘터리) 등 수작들이 많다. 21세기에도 <알리>(2001),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밀리언달러 베이비>(2004), <신데렐라 맨>(2005) 등이 링을 무대로 삼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개봉한 <사우스포>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1960년대의 수작 <내 주먹을 사라> 등 복싱을 소재로 한 영화가 셀 수도 없이 많았고, 근작으로 기억할 만한 작품은 <챔피언>(2002)과 <주먹이 운다>(200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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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득구 선수의 삶을 다룬 영화 <챔피언>의 포스터.


# 최근 한국 복싱영화에 대한 두 가지 물밑 소식을 접했다. 먼저 지난 4월 만 43세의 나이로 링에 복귀한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WBA 슈퍼페더급) 최용수의 <중년도전>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모 지상파 방송사의 다큐프로그램이 기획을 완료했고, 복귀 2차전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복싱 중흥과 중년에게 희망을’이라는 최용수의 메시지가 방송사를 움직인 셈이다. 이 제작진은 TV용 다큐는 물론이고, 펀딩이 완료되는 대로 다큐멘터리 영화도 함께 만들 계획도 세워놓았다.

# 두 번째 복싱 영화는 <잃어버린 은메달>(가제)이다. 금메달도 아니고, 은메달을 잃어버렸다니. 제목만 봐서는 현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잘 짐작이 안 갈 것이다. 역대 최악의 오심으로 꼽히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박시헌(한국)-로이 존스 주니어(미국)가 힌트다. 그렇다면 다들 ‘존스로군!’ 하겠지만 정답은 오심으로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시헌이다. 박시헌은 당당한 은메달이 아닌, 수치스러운 금메달 때문에 인생이 참 힘들었다. 존스가 프로로 가 역대급 복서로 활약하면서 더욱 그랬다. 판정은 자신이 내린 것이 아니다. 서울 올림픽 당시 복싱에서 개최국 한국에 대한 역차별이 아주 심했고, 그 보상의 성격으로 박시헌이 금메달을 땄던 것이다. 이후 그는 스스로 재대결을 강력히 희망했지만 남은 건 ‘수치스러운 은메달 인생’이었을 뿐이다. 박시헌의 삶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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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 올림픽의 복싱 금메달리스트이자, 현 국가대표 감독인 박시헌. 오른쪽은 국가대표 함상명.


# 한국 아마복싱은 여러 가지 이유로 2016 리우 올림픽에 단 한 명의 대표선수도 내보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마지막 순간 함상명이 출전권을 땄고, 유일한 올림픽 복서로 리우로 날아갔다. 현재 이 함상명과 함께 하고 있는 국가대표 감독이 바로 박시헌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지만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자랑하지 않는 지구상의 유일한 스포츠맨 말이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한국복싱이 많이 어렵다. 함상명이 선전하고, 박시헌이 재조명을 받았으면 한다. 또 최용수도 승패와 상관없이 ‘아름다운 도전’에 성공했으면 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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