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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일간의 미국 골프횡단 3] 미국땅에 도착하다
에이지슈터를 꿈꾼다는 의미의 64세 고등학교 동창 4명 포섬으로 구성된 다스팀(DAS)은 드디어 2012년 9월 초순 2달여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뉴욕에 도착한 일행은 근처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이튿날 엘몬테에서 레저차량을 인수받아 168km를 이동해 뉴저지 엘리자베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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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수속을 마친 다스팀과 가족들. 앞줄 왼쪽부터 양기종, 설병상, 장기풍, 최금호.


따듯한 환송을 받으며 떠나다

2012년 9월10일 07시,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B 카운터에 다스팀 멤버들이 부인들과 함께 등장한다. 석별의 정을 확실하게 나눈 듯 약간 상기된 표정들이다.

탑승수속 줄에 서서 혹시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을 한다. 잠시 후 고순영 동기회장, 손상진, 이호선 그리고 한돈규 회장님이 이른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손을 흔들며 나타난다. 따듯한 정성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런 고마운 친구들이 있어 이번 여행은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다짐을 해 본다.

미국행은 보안검사가 까다로워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서둘러 입국장으로 들어서다 보니 배웅 나온 사람들과 아침식사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출발했다. 설렘과 지루함이 반복되는 비행기 안에서 최금호 단장은 마음속에 적어놓은 ‘우려 되는 것들’을 되새겨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1.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까?
2. 승용차보다 크고 높은 캠핑카를 모두 무사히 운전할 수 있을까?
3. 모두가 62일 동안 빡빡한 일정을 건강히 소화할 수 있을까?
4. 토네이도나 허리케인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5. 뜻하지 않은 위급상황 발생 시 대처 방안은?
6. 단원 간 불협화음이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하여야 할까?

14시간 비행 후, 14시간 시차가 있는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당일 오전 11시 20분에 도착했다. 한 시간 넘게 수속을 마친 후,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놓은 승합차로 약 2시간 이동하여 뉴욕 베이스캠프인 이코노 롯지(Econo Lodge) 호텔에 짐을 풀었다. 그런데 사전 조사한 홈페이지 내용과 달리 방이 작고, 침대도 낡아 보이고, 욕실도 좁아 보인다. 여관 정도의 수준이라 가격에 비해 약간 실망스러웠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섰는데 버거킹이 눈에 띈다. 누군가 ‘미국에 왔으니 본토 햄버거와 콜라로 첫 식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허겁지겁 햄버거를 시켜 먹어보니 왜 이리 양은 많은지, 한국 햄버거의 1.5배는 되는 것 같다. 식당 안을 둘러보니 대부분이 청바지가 터질 것 같이 넉넉해 보이는 사람들뿐이다. “60일 후에 우리도 저렇게 되는 것 아니야?” 장기풍 총장이 걱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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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숙박지는 소박했지만 새 출발을 다짐하며 건배.


그날 저녁식사는 면세점에서 사온 발렌타인 위스키와 마른 안주로 대신하고 앞으로의 모든 일정이 무사히 마치기를 기원하면서 낯선 땅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캠핑카에 적응한 이튿날
캠핑카! 미국에서는 캠핑카를 알비(RV : Recreation Vehicle), 모터 홈(Motor Home), 또는 캠퍼(Camper)라 부른다. 캠핑카는 미국에 도착한 후 앞으로 우리와 60여 일을 함께 할 중요한 애마인지라 어떻게 생겼는지, 운전은 어떻게 하는 건지 등등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엘몬테(El Monte) 뉴저지 지사에 오후 1시경 도착하여 인수계약서 작성과 영상을 통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후 차량을 인수했다.

도착하기 전 택시 안에서 우리는 캠핑카에 대해 이런저런 궁금증들을 얘기했다. 설병상 작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느 정도의 수납공간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두 달간 4명이 함께 기거하며 생활하기 위해서는 많은 짐이 있을 것이고 거기에 골프채까지 있다 보니 별도 짐칸이 없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캠핑카는 차종에 따라서 규격이 다른데 우리가 인수한 C-25형은 우측 아래 칸에 눈짐작으로 보아도 골프채 4개와 대형가방 4개 이상을 넣고도 남을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캠핑카 렌탈은 캠핑카 회사 사이트를 통하거나 직접 전화로 예약한다. 예약시기와 렌탈 비용은 성수기(보통 5월~10월)와 비수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성수기에는 예약을 5~6개월 전에 미리 하지 않으면 예약이 매진되는 경우가 있으며, 렌탈 비용도 대폭 상승한다. 캠핑카를 인수받으며 서명한 계약서의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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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간 다스팀과 함께 할 레저 차량.


1. 임대기간 : 2012년 9월 11일 ~ 11월 9일(59일)
2. 인수장소 : 뉴욕 지사, 반납장소(Return) : 샌프란시스코 지사
3. 총비용 : 1만1,000달러
4. 포함내역 : 차량 및 인명 보험, 장거리 여행자에 유리한 무제한 마일리지 요금제와 무제한 발전기 사용료, 개인 침구세트 4인 200달러, 키친세트 125달러, 소비세 약 7%였다.

미국에서 캠핑카를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은 미국 일반 운전면허증을 소유한 만 21세 이상 운전자와 해외 보통 운전면허증과 국제면허증을 함께 소지한 운전자이다. 한국의 2종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사람이면 누구나 캠핑카를 운전할 수 있다.

중요한 캠핑카 운행제한구역은 1)공공도로가 아닌 비포장 도로 2)섭씨 60도까지 올라가는 7월과 8월의 데스밸리 3)멕시코 차량책임보험을 별도로 가입한 경우만 허가하는 멕시코 4)가스레인지를 부착한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는 뉴욕 맨해튼 등이다.

엘몬테 지사에서 차량 사용 설명을 자세히 들은 다음 시운전은 최 단장, 양기종 대표, 설병상 작가, 장 총장 순서로 하기로 결정했다. 최 단장은 처음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하면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강조하며 조심스럽게 1시간 정도를 능숙하게 마쳤다.

설 작가가 운전대를 잡자 옆자리에 앉은 교관 최 단장은 “천천히 가라”, “커브 길에서는 원을 크게 돌아라.”, “앞차와 거리를 두어라.” 하며 얼마나 잔소리가 심한지 모른다. 내비게이션 보랴, 앞차를 보랴, 잔소리 들으랴 정신이 없어 한 시간을 어떻게 운전했는지 모르겠다고 설 작가가 투덜거린다. 그래도 미국에서 처음으로 대형차를 운전하며 한 시간씩을 무사히 왔다는데 만족하며 다음을 위해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다.

운전연습 도중 아슬아슬한 순간도 제법 많았으나 다들 베테랑들이라 무사히 운전 감을 익혔지만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최 단장이 염려스러워 옆에서 주의를 주며 바라보는 표정에서 안타까움이 배어난다. 단장의 솔선수범하는 헌신적인 모습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진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운전연습을 겸해 식재료 구매에 나서기로 했다. 제법 큰 차를 러시아워에 진땀 흘려가며 몰고 숙소에서 30km 정도 떨어진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양슈퍼로 장을 보러 갔다. 주차를 하고 보니 미니버스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생존하는 데 필요한 품목을 조목조목 적어온 장 총장과 설 작가가 ‘이게 너무 많네’, ‘저건 필요 없네’, ‘그건 몸에 나쁘네’ 하면서 아옹다옹하며 카트를 잔뜩 채운다. 양 대표가 한마디 거들다가 무시당하자 나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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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에 사는 양기종의 여동생 가족이 식사를 대접하고 전기밥솥과 아이스박스를 선물했다.


오후 7시 뉴저지에 사는 양 대표의 여동생 가족들이 전기밥솥과 아이스박스를 들고 한양슈퍼 주차장으로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저녁식사는 무엇을 하겠냐고 물으니 “한식당!” 하고 이구동성으로 합창을 한다. 아니 미국 땅을 밟은 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식당이라니! 캠핑카를 숙소까지 몰고 가야 하는 임무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어 아쉬워하는 최 단장을 보고 양 대표 조카가 “대리운전 해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니 얼굴에 함박꽃이 피며, 바리톤의 목소리가 커진다. 미국 등심으로 푸짐한 저녁 만찬을 접대해 주고 숙소까지 전 가족이 와서 작별인사를 한 양 대표 동생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 이 글은 푸른영토에서 발간한 <60일간의 미국 골프횡단>에서 발췌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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