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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하재헌 하사의 무한도전
*<헤럴드스포츠>가 장애인체육에 대한 전문칼럼인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를 시작합니다. 사실 체육은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게 더욱 절실합니다. 하지만 기존 엘리트스포츠에서도 비인기종목이 설움을 받는 까닭에 스포츠미디어에서 장애인체육은 설 자리가 협소하기만 합니다.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13일 오후 한 통의 전화가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 걸려 왔다. “국군수도병원인데요. 찾아가는 생활체육서비스를 통해서 장애인체육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습니다. 추천을 해주고 싶은 장병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당사자인 군인이 하지절단이라는 말을 듣고 곧장 다음날 오전으로 약속을 잡고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했다. 국군수도병원을 들어가기 위해 신분증을 맡기고 차량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상담을 많이 했지만, 사고가 난 후 짧은 기간에 장애를 극복하고자 용기를 낸 젊은 군인을 만난다는 사실에 살짝 설렜다. 목적지는 재활의학과. 안내를 받아 재활실로 들어서니 휠체어에 탄 군인이 한 명 있었다. 그런데 두 다리가 절단된 채 운동에 열중하는 군인의 얼굴이 아주 낯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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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헌 하사(왼쪽)와의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 상담 모습. 오른쪽 두 번째가 필자.


북한의 8.4 지뢰도발 사건


머리를 스치듯 지나가는 비무장지대(DMZ) ‘8·4 북 지뢰 도발’ 사건이 떠올랐다. 지난 해 8월 4일 군사분계선(MDL) 남쪽 440m를 넘어와 우리쪽에 지뢰(나무상자)를 매설. 순찰 중인 병사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조사결과 북측의 소행으로 확인되었고 목함지뢰를 묻은 건 196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장애를 입은 군인 중 한 명이 바로 눈 앞에서 재활의 의지를 강하게 불태우고 있는 하재헌 하사(21)였다. 그의 초롱초롱한 눈에서 결연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장애인체육에 종사하다 보니 비극적인 사건으로 장애를 안게 된 이 사건에 관심이 있었고, 지난 12월에 퇴원하고 재활하겠다는 기사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 든 생각은 그에게 장애인체육을 소개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직접 만나 장애인 생활체육을 소개하고 있으니 소름이 돋았다. 정말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첫 만남의 어색한 순간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와 장애인체육의 이모저모, 장애인 종목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이미 국가보훈처의 선배들에게 얘기를 들었고, 탁구와 양궁 등 종목에 대해 추천을 받았습니다”라는 준비된 답변도 나왔다. ‘이 정도로 장애인체육에 관심을 있다면 대화가 참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군인인 하 하사님이 생활체육으로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선호종목은 무엇일까요?”

“탁구를 비장애인일 때에도 좋아했습니다. 탁구도 좋고요, 수영도 하고 싶습니다. 양궁은 보훈 선배님들이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하 하사는 살며시 웃음을 보였다.

하 하사의 용기 있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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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헌 하사의 재활운동 모습.


탁구와 수영. 젊고 꿈 많은 청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몸 상태로는(귀 수술 예정) 수영은 무리였고, 폐활량과 근육을 우선적으로 키워야 의족을 하고 다른 장애인체육 종목을 할 수 있었다.

“휠체어 탁구, 휠체어 테니스, 휠체어 럭비, 휠체어 레이싱, 론볼 등 다양한 지체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종목이 많지만, 그것은 체력과 균형 등이 이루어졌을 때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그럼 (제가)할 수 있는 운동은 없나요?”

“현재 상태에서 실내에서 안전하게 상체운동 위주로 추천할 수 있는 종목으로는 실내 조정이 있습니다.”

“조정이요?”

필자는 장애인조정을 지도하며, 선수육성도 하고 있어 간단하게 조정에 대해 설명했다. 에르고메터를 이용하는 실내조정은 많은 장병들이 체력을 키우는 데 좋은 프로그램으로 재활실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필자가 만난 하 하사는 TA(몸통과 팔만 사용) 등급 분류에 해당이 되어 에르고메터에 고정체어와 안전띠를 착용 후 상반신의 운동을 할 수 있다. 처음엔 적응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폐활량 및 상체 체력의 증진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어째든 큰 사건의 당사자인 하 하사는 적극적으로 재활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장애인체육을 하는 분들을 보면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행동만으로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더 많은 '하 하사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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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기구를 착용한 채 걷기를 시도하고 있는 하재헌 하사.


분당 국군수도병원 재활의학과에는 많은 장병들이 재활 및 장애인 체육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목발을 하거나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장병들을 보며 장애인 체육에 관심을 보인 하 하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직업군인으로 계속 나라를 위해 근무하는 하 하사의 멋진 모습을 기대한다. 이번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 상담을 통해서 장애인체육을 홍보하고 향후 하 하사는 물론, 보다 많은 장병들이 장애인체육을 접하는 기회를 마련하여 건강한 정신과 체력을 키우다보면 새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상처입은 젊은 장병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해 본다.

군인뿐만 아니라 병원과 집만 오가는 재가 장애인들, 생활체육을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분은 용기내어 상담을 신청해보길 권유한다. 생활체육 전화상담은 1577-7976(친구체육)으로 문의하면 1:1 관할 지역 장애인체육 담당자와 상담할 수 있다. [해럴드스포츠=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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