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볼의 원리는 사실은 기본적인 유체 역학에 기인하고 있다. 공이 진행방향을 향해 회전하며 날아갈 경우, 공의 상부에는 기류와 충돌하는 역회전이 생기게 된다. 이로 인해 공의 상부의 기압이 높아지게 되고 공은 아래쪽을 향해 떨어지게 된다. 비행기에서 날개 위쪽의 압력이 하강하여 공중으로 올라가는 양력이 생기는 것과 정반대의 원리라고 보면 된다.
야구공이 커브를 그리는 것 같은 현상은 비뇨기과 질환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바로 음경 만곡증이 그것이다. 원래 음경은 정상적 범위 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구부러짐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음경이 너무 심하게 휘어서 정상적인 성관계를 하기 힘들거나, 통증과 미용적 문제를 유발한다면 음경 만곡증에 해당한다.
이 세상엔 좋은 휘어짐과 나쁜 휘어짐이 있다.
음경 만곡증 중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는 것은 페이로니 병(Peyronie’s disease)이다. 이 병은 음경의 내부 구조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벽인 백막의 염증 질환이다. 마치 피부에 상처가 난 이후 딱딱한 흉터가 생기듯, 백막에도 염증이 생긴 이후 딱딱한 결절(plaque)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음경 백막은 성기의 발기와 수축에 따라 늘어났다 줄어들 수 있는 신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백막에 생긴 결절은 이러한 신축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야구공 위쪽에서 압력이 상승해서 커브볼이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음경이 발기될 때, 결절이 있는 쪽의 백막은 충분히 팽창하지 못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결절이 있는 쪽으로 음경은 휘어지게 된다.
음경 만곡증의 치료에는 다양한 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음경 결절의 섬유 조직을 분해하는 약물이나 주사 등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약물 치료의 효과는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심한 음경 만곡증에 있어서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결절을 제거하고 대체 조직을 이식하거나, 휘어진 부분의 반대측을 잡아 당겨 각도를 교정해 주는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발기부전에 쓰이는 보형물을 삽입함으로써 음경 만곡증을 교정해 주는 수술법도 각광을 받고 있다.
야구에서 커브볼은 재미를 배가시켜 주고 전략적 다양성을 즐기게 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성기에 있어서 만곡증은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질환에 해당한다. 비뇨기과 전문의와의 자세한 상담을 통해 치료법을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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