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장성훈의 언플러그드] 응답하라 타이거 우즈!
두 살이 채 되기도 전에 그는 골프채를 잡았다. 그리고 세 살 때 9홀에서 48타를 쳤다. 일곱 번 째 생일이 되기도 전에는 9~10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덟 살 때는 주니어 월드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8홀 80타 기록을 깬 것도 이 때였다. 이후 주니어 월드 챔피언십에서 4연속을 비롯해 도합 6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70타 기록을 깬 것은 고작 12세 때였다. 15세 때는 최연소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이 되었으며, 이후 유수의 골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주니어 부문에서는 그 누구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스탠포드대학에 진학한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US 아마추어를 비롯해 각종 대회를 석권했다. 19세 때 처음으로 PGA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 출전해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컷오프를 통과했다. 20세 때 최초로 US 아마추어챔피언십 3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운 뒤 아마추어 생활을 접고 프로에 입문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채.

프로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세계 골프계를 뒤흔들었다. 14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을 비롯해 79번이나 PGA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올해의 선수’로는 11 차례나 선정되었다. 프로에서도 그의 적수는 없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지목되었고, 3라운드까지 선두에 있었을 때는 좀처럼 상대에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대회에서의 카리스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갤러리에 대한 흡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며, 한 타 한 타에 대한 집중력은 마치 먹이를 찾은 호랑이 같았다. 게다가, 결정적인 샷 또는 퍼트를 성공시킨 후 뿜어대는 격정의 포효는 모든 이들의 전율을 느끼게 했다.

이미지중앙

팬들을 매료시키는 타이거 우즈의 포효.


그러다 보니, 그는 흥행 보증수표가 되었다. 어딜 가나 구름관중을 끌어들였고, 그가 출전하는 대회를 중계하는 TV의 시청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뛰어올랐다.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골프계 전체에 가장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전대미문의 선수로 평가되었다.

그가 바로 앨드릭 톤트 우즈이다. 타이거 우즈로 더 많이 알려진 불세출의 골프 선수이다.

그랬던 우즈가 최악의 시련에 처했다. 이런 저런 사생활 문제로 곤욕을 치른데다 여기 저기 고장을 일으켜 수 차례 수술을 받아 최근에는 대회 출전은 고사하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재활로 보내고 있다. 세계랭킹은 곤두박질하여 지금은 4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아이러니한 것은, 골프의 올림픽 정식 종목 진입을 위해 앞장섰던 그가 정작 올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사실. 수모중의 수모가 아닐 수 없다.

우즈의 공백과 부진 등은 대회 흥행 및 시청률 저하로 이어졌다. 팬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 역시 떨어졌다. 필자도 우즈가 없는 대회 시청에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볼 뿐이다.

이에 언론들은 우즈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마침내 조던 스피스라는 ‘영건’을 띄우기 시작했다. 스피스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 해 마스터스와 US오픈 등 5승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시즌 첫 PGA 대회에서도 우승하자 일각에서는 그가 우즈를 뛰어넘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스피스가 우즈의 대체자가 될 수 있을까? 기록적인 면에서 볼 때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는 결코 우즈의 대체자가 되기에는 2% 부족하다. 그에게는 우즈가 갖고 있는 카리스마가 없다. 지난 해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트컵에서 그는 그저 골프만 잘 치는 선수로 팬들에게 각인되었다. 당시에는 성적도 그리 뛰어나지도 않았고, 골프장과 갤러리를 휘어잡지도 못했다. 성격 또한 차분해 우즈와 비교된다. 결국 스피스는 성격 좋고 골프 잘 치는 선수로만 보일 뿐이다.

필자는 성격 좋은 운동 선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격이 나쁜 선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카리스마 있는 선수를 좋아한다. 매너와 카리스마는 다르다. 그래서, 1980년대를 풍미했던 테니스 스타 존 매켄로를 좋아한다. 그의 경기장 매너는 빵점에 가깝다. 성격 또한 까칠하다. 그러나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을 빨아들이는 카리스마가 그에게는 있었다. 모두가 그의 스트로크 하나 하나에 집중한다.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은 덤이다. 지금, 테니스계에는 그와 같은 선수가 없다.

그렇기에 타이거 우즈가 더욱 그리운지 모르겠다. 파워풀한 드라이버샷, 이글거리는 눈빛, 폭발력 넘치는 포효 등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플레이를 다시 보고 싶다. 올해에는 정말 응답하라 타이거 우즈여! seanluba@hanmail.net

*필자는 미주 한국일보와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및 연예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스포테인먼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