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중겸의 MLB 클립] 박병호 포스팅 1,285만 달러의 의미
이미지중앙

1,285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기록한 박병호


그의 시원한 홈런포만큼이나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넥센 구단은 7일 오전 “박병호의 포스팅 최대 입찰 금액인 1,285만 달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7시 KBO가 MLB 사무국으로부터 최대 입찰 금액을 전달 받고, 이를 넥센 구단에 전달했음을 감안하면 대단히 신속하게 결정이 이뤄졌다.

이로써 박병호는 올 시즌 강정호에 이어 역대 KBO리그 출신 야수로서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발을 디딜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입찰팀을 통보 받은 이후 30일 간의 연봉 협상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으나,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가 워낙 강한 박병호이기에 일이 틀어질 공산은 대단히 낮다.

1,285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은 강정호의 500만 2,015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역대 아시아 출신 야수로 범위를 넓혀도 2001년 시애틀이 이치로를 영입하면서 제출한 1,312만 5,000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류현진 때와 같은 예상치 못한 반전은 없었지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수에게 포스팅 시스템은 FA 이전에 빠르면 2년까지 일찍 해외 시장을 노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야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적료 개념의 액수를 지불해야하기에 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제도다. 입찰 과정에서 구단의 입맛은 물론 이후 연봉 협상 과정에서 선수의 욕심까지 충족시켜줘야 하기에 FA를 통한 영입보다 비용은 물론 훨씬 복잡한 절차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팅 시스템은 선수의 해외 진출을 향한 도전 의식이라는 전제 속에 영입 대상의 가치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확신이 있어야만 일이 진행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패 사례도 많았다. 2006년 양키스는 이가와 게이에게 약 2,600만 달러의 포스팅 비용과 5년간 2,000만 달러의 연봉까지 총액 4,600만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단 71.2이닝만을 던지는데 그쳤고 통산 2승에 머물렀다. 특히 야수 쪽에서는 이치로와 아오키, 강정호 등을 제외하면 실패 사례가 훨씬 많았다. 일본 팬들에게 당대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았던 나카지마나 니시오카등의 실패는 큰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박병호의 포스팅 입찰액인 1,285만 달러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입찰액을 감안하면 연봉을 포함한 총액은 3,000~4,000만 달러 사이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계약기간은 4~5년이 유력하다. 구단 입장에서는 한 해 약 700-800만 달러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그만한 투자를 한다는 것은 박병호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또 한 가지. 박병호의 포지션은 1루다. 수비로서의 가치만 생각하면 투수를 제외한 8개 포지션 중 가장 떨어지는 곳이다. 당연히 1루수들의 주업은 공격력, 특히 장타력에 치중되기 마련이다.

아시아 선수가 1루수로서 박병호 이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 사례는 이승엽과 일본의 나카무라가 있었다. 이승엽의 경우 FA로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으나, 일본 잔류를 택했다. 뚜렷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턱 없이 낮은 연봉 조건이 문제였다. 박병호처럼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다저스에 입단한 나카무라는 입찰액이 공개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관례를 깨고 입찰액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충분히 추측이 가능하다.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 출신이었던 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불과 17경기밖에 나서지 못했고, .128의 타율과 0홈런 3타점만을 기록한 채 일본으로 돌아와야 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들이 메이저리그행을 추진했던 2000년대 중반과 지금은 메이저리그가 아시아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병호의 경우 KBO 출신 올 시즌 야수로서 첫 성공 사례를 남긴 강정호의 후광 효과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힘’이 중시되는 1루 포지션에서 동양인 선수가 메이저리그 구단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다. 일각의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타고투저’의 흐름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 리그의 특성상 그의 2년 연속 50홈런 기록에 의문을 제기하는 곳도 있었으나,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박병호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넥센이 포스팅 입찰액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 됐다. 곧 최고액 입찰팀이 공개되고 연봉 협상이 마무리되면 박병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과연 박병호는 류현진과 강정호의 성공 사례를 이어갈 수 있을까. 1,285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이 훗날 어떤 식으로 재평가될지 많은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